캔디맨 Candyman (2021)

2021.09.30 22:20

DJUNA 조회 수:2951


캔디맨은 클라이브 바커의 호러소설 [더 포비든]에 처음 등장한 괴물입니다. 그 이야기의 배경은 대처 시절 리버풀이었고, 캔디맨은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은 금발 백인 남자였지요. 1992년작 [캔디맨]의 감독 버나드 로즈는 이 이야기를 영화로 각색하면서 무대를 미국으로 옮겼는데, 리버풀 빈민가에 대응하는 지역으로 시카고 카브리니-그린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여기서 캔디맨의 인종이 바뀝니다. 카브리니-그린에서 군림하는 도시전설의 괴물은 흑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니아 다코스타가 감독한 2021년 버전 [캔디맨]은 1992년 버전 [캔디맨]의 속편입니다. ‘정신적 속편’이라고 홍보되고 있지만 캐릭터와 내용이 직통으로 이어지는 그냥 속편이에요. 조던 필이 제작과 각본에 참여했는데, 스토리에 얼마나 개입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이 작업은 철저하게 정치적입니다. 백인 남자들이 만든 흑인 소재 이야기를 흑인 창작자들이 빼앗아 당사자성을 부여하는 작업이니까요.

영화의 시대배경은 2019년. 오리지널 영화의 사건이 일어나고 27년이 지났습니다. 주인공인 앤소니 맥코이는 주목받는 비주얼 아티스트로 갤러리 디렉터인 여자친구 브리아나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몇 년 간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작업이 막혀있던 앤소니는 브리아나의 동생이 들려준 헬렌 라일과 캔디맨의 도시전설을 듣고 이를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전편에서 우리가 배웠던 것처럼, 이야기는 이야기로만 남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캔디맨] 리뷰를 읽는 기분입니다. 원작의 인종차별비판 그리고 그 안에 숨겨져 있는 미심쩍음과 같은 것이 냉정하게 분석되고 있어요.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개별 영화를 넘어서 현대 미국 사회를 살고 있는 실제 흑인들의 고통과 연결되고 영화가 도입한 도시전설의 아이디어는 이 묘사를 극대화하는 도구가 됩니다. 그 와중에 이야기에 당사자성을 부여한다는 목표에 달성하고요. 단지 1992년 [캔디맨]을 넘어서는 영화는 아닙니다. 설정상 그건 불가능해요. 이전 영화가 없으면 성립이 불가능한 영화니까요.

전작의 헬렌과는 달리 앤소니는 온전히 몰입할 수 없는 인물입니다. 일단 근육질의 덩치 큰 남자라(영화에서도 이게 걸렸는지 “아령 대신 붓을 잡아라”라는 변명용 대사가 들어갑니다) 걱정이 덜 됩니다. 이런 덩치 큰 흑인 남자들이 겪는 공포가 따로 있긴 하지요. 강력 범죄의 누명을 쓰는 것. 그런데 영화는 이것도 최대한 뒤로 미룹니다. 앤소니는 경제적으로 큰 문제가 없고 미술계의 인정도 어느 정도 받기 시작한 사람이라 이전 [캔디맨] 영화에서 느껴지는 흑인 빈민 사회의 공포도 덜한 편입니다. 이건 미국 사회에 사는 흑인들에 대한 편견과 폭력은 경제적, 사회적 계급을 넘어선다는 주제를 보여주기 위한 것 같은데, 그 결말이 과연 효과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처음부터 끝까지 비극의 주인공이었던 헬렌과는 달리 앤소니는 다소 맥없는 게임 도구처럼 보입니다. 유달리 성적대상화된 존재라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원작의 헬렌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처럼 그려지긴 하지만 그건 감독 개인의 의견이고 영화 속 사람들은 그걸 잘 모르잖아요. 이미 정교하게 잡혀 있는 캐릭터 구축에 큰 방해가 안 됩니다. 하지만 앤소니는 영화 속 사람들의 시선을 꾸준히 끄는 외모에 비해 내면이 약합니다. 전자가 더 중요해보이고 큰 그림에 먹히는 후반에 가면 더욱 그렇지요. 오히려 여자친구 브리아나가 더 재미있는 캐릭터이고 할 이야기도 만만치 않게 많으며 실제로 감독의 구심점으로 잡은 것도 이 캐릭터 같은데 분량이 작아 아쉽습니다. 당사자성을 내 세운 영화에서 당사자를 대표하는 주인공이 이렇게 가벼워진다면 문제가 아닐까요.

앤소니는 오히려 현대 미국 미술계를 풍자하는 블랙코미디의 재료일 때 더 그럴싸하게 먹히는 것 같습니다. 영화도 여기에 공을 들이고 있고 앤소니의 비극도 이 선에 있을 때 더 재미있어요. 늘 정치적인 조심스러움과 진지함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인종 이야기를 할 때보다 더 무자비하게 막 나가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새 [캔디맨]이 가진 호러영화로서의 재미는 만만치가 않습니다. 여전히 이전 [캔디맨]이 더 울림이 큰 영화지만, 이번 [캔디맨]은 호러 영화로서 더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이를 어주 멋지게 구현하고 있어요. 거의 모든 호러 장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재미있고 지루한 반복도 없습니다. 특히 거울의 다양한 활용은 원작 [캔디맨]이 놓친 기회를 제대로 활용한 것처럼 보여요. 이들이 꼭 공포로 연결되는 건 아닐 수 있지만, 니아 다코스타의 차기 호러 영화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21/09/30)

★★★

기타등등
홍보과정 중 앤소니의 과거를 조금 더 꼼꼼하게 감출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요. 전 그게 중반 이후 터지는 반전인 줄 몰랐습니다. 캐스팅만 봐도 짐작이 되긴 합니다만 그래도 지켜야 할 형식이 있지요.


감독: Nia DaCosta, 배우: Yahya Abdul-Mateen II, Teyonah Parris, Nathan Stewart-Jarrett, Colman Domingo, Kyle Kaminsky, Vanessa Williams

IMDb https://www.imdb.com/title/tt934773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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