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네트 Annette (2021)

2021.10.30 01:25

DJUNA 조회 수:3137


[아네트]를 보기 전에 제가 이 영화에 대해 갖고 있던 정보는 레오 카락스의 신작 뮤지컬이고 마리옹 코티아르와 애덤 드라이버가 나온다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좋았던 것 같아요. 이 영화가 어느 장르에 속해 있는지 알게 될 때까지 계속 긴장하면서 보았거든요. 그 특정 지점부터는 영화의 이후 내용이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지만요. 이런 경험을 하고 싶으시다면 여기서 멈추시고 영화를 먼저 보세요.

영화는 로맨스로 시작합니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헨리는 오페라 스타인 안과 사랑에 빠집니다. 둘은 결혼하고 아네트라는 딸이 태어납니다. 여기까지는 좋은 일이지요. 하지만 여기서 21세기스러운 사건이 끼어듭니다. 헨리와 전에 사귀었던 여자들이 헨리의 폭력성향을 폭로한 것이죠. 그리고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은 이들의 폭로가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위에서 영화의 장르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아네트]의 이야기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고유명사는 에드가 앨런 포입니다. 실제로 엔드 크레디트에서 카락스는 감사의 말에 에드가 앨런 포의 이름을 맨 위에 올리기도 했어요. 폭력성향의 불안한 남자, 비극적인 죽음, 은폐, 범죄의 갑작스러운 폭로. 포가 끝없이 반복해 다루었던 이 재료들이 이 영화에도 있습니다.

포스러운 영화이니, 영화는 당연히 폭력의 주체인 헨리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헨리가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건 카락스가 이 매체의 폭력성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안은 오페라 가수인데, 영화가 여기서 가장 관심을 갖는 건 여자주인공의 사망률이죠. 이들은 만나면서부터 남자의 폭력에 희생된 여자의 이야기 구조를 갖추게 됩니다.

단지 카락스는 이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남자 주인공에게 최대한 단호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폭력적인 상황을 로맨틱하게 치장한 프랑스 영화들은 많지만 이들과는 달리 [아네트]의 표면 위에 선명하게 새겨진 메시지는 명확하지요.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고 나쁜 일을 저질렀다면 벌을 받아야 합니다. 예술가들의 자아도취적인 변명과 도피는 허용될 수 없습니다. 미투 운동을 가져온 것도 이 주제를 선명하게 하려는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잘 다루었느냐는 다른 이야기인데.

앞에서 말했지만 뮤지컬입니다. 록 오페라라고 부를 수 있겠어요. 노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높고 종종 관객들과 군중들이 코러스처럼 개입해 주인공과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홀리 모터스]의 뮤지컬 파트가 영화 전체를 차지한다면 어떨까 궁금하셨나요. 이 영화를 보시면 됩니다. 뮤지컬스러움은 스토리 구조에도 개입합니다. 뮤지컬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의 이야기는 정말 이상하게 보였을 거예요. 뮤지컬과 함께 비현실성이 자연스럽게 내용에 스며든 것이죠.

이 영화에 가장 강렬한 개성을 부여하는 건 아네트입니다. 러닝타임 대부분이 흐르는 동안 아네트를 연기하는 건 퍼펫입니다. 이 퍼펫(들)의 존재감이 너무나도 강렬해서 종종 두 인간배우를 압도할 정도지요. 포와 뮤지컬을 자연스럽게 봉합하며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도 아네트고요. (21/10/30)

★★★☆

기타등등
엔드 크레디트에 오프닝 크레디트의 프롤로그에 대응하는 에필로그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끝까지 보세요.


감독: Leos Carax, 배우: Adam Driver, Marion Cotillard, Catherine Trottmann, Simon Helberg, Devyn McDowell, Hebe Griffiths, Angèle, Kiko Mizuhara, Julia Bullock, Claron McFadden, Noémie Schellens, Natalie Mendoza, Natalia Lafourcade

IMDb https://www.imdb.com/title/tt6217926/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06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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