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녀도 (2018)

2021.12.08 01:39

DJUNA 조회 수:1739


연필로 명상하기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20세기 한국 고전 문학 단편을 각색한 애니메이션 영화들을 만들고 있는데, [무녀도]는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과 [소나기]를 잇는 신작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업이 그렇게까지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일단 작품 선정이 지나치게 무개성적이고 교과서적이라 관심이 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각색과정 중 새로운 해석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 영화들이 필요하고 수익을 내는 자리가 있긴 하겠습니다만.

당연한 일이지만 김동리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입니다. 내용은 제가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알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무당 모화에게 10년 동안 헤어져 있던 아들 욱이가 찾아오는데, 이 친구는 그 동안 아주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되어 있었지요. 집안에서 토속 신앙과 개신교의 문화 전쟁이 벌어지고 결말은 비극입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과연 이 이야기가 굳이 애니메이션을 거쳐야 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의문이 듭니다. 연필로 명상하기가 선정한 작품들이 대부분 그렇듯 [무녀도]도 사실주의 소설입니다. 애니메이션이 이 영역을 다루지 말라는 법은 없어요. 문제는 표현이 어느 정도 절제된 [소나기]와는 달리 [무녀도]는 격정적인 감정 표현이 필수라는 것이죠. 그리고 연필로 명상하기의 절제된 스타일은 여기에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보다 보면 성우들이 감정섞인 목소리 연기를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잘 따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는 캐릭터들의 감정을 표출하기 위해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택했습니다. 하지만 전 이것도 실수였던 것 같습니다. 우선 음악의 비중이 애매해요. 둘째, 위에 언급한 이유로 캐릭터가 노래 부르는 성우를 따라잡지 못합니다. 마지막으로, 뮤지컬을 위한 영화적 언어가 부족합니다. 이 영화의 뮤지컬 장면은 그냥 큰 고민 없이 무대 뮤지컬을 찍어 로토스코핑한 것 같아요.

여전히 강렬한 이야기이니 [무녀도]에는 원작이 가진 고유의 힘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엔 슬슬 한국고전단편을 영화화한다는 프로젝트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볼 때가 된 거 같아요. (21/12/08)

★★☆

기타등등
최화원 감독, 윤정희 주연의 1972년작 [무녀도]가 영상자료원 유튜브에 있습니다. [TV 문학관]에서는 [무녀도]의 장편버전 [을화]를 각색한 에피소드를 만든 적 있는데, 장미희 주연이었지요. 역시 유튜브에 있습니다.


감독: 안재훈, 배우: 소냐, 김다현, 장원영, 안정아, 다른 제목: The Shaman Sorceress

IMDb https://www.imdb.com/title/tt12354914/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54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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