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생각해보면 조국을 가지고 왜 그렇게 파이어가 났던 걸까...싶기도 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었죠. 조국은 워낙 스타성이 있으니까요. 조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를 지키려고 했고 조국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를 갈기갈기 찢으려고 쫓아다녔고. 조국을 가지고 장사를 해야 하는 사람들은 조국을 가지고 계속 렉카질을 했죠. 문제는 조국 사태의 기간과 밀도와 농도가 너무 강해서, 거기서 조국이라는 한 사람의 잠재력마저도 쥐어짜내져 버렸다는 거겠죠.



 1.조국을 그리 안 좋아하지만 누군가를 안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 대상이 지닌 잠재력에 대해 생각해 보는 건 좋아해요. 이명박이나 박근혜도 그렇고 히틀러도요. 이명박은 박근혜의 임기가 빠그러지지 않고 반기문까지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면 계속 잘먹고 잘살았을 거예요. 히틀러도 확장에 대한 욕심을 적당히만 부렸으면 현재 세계지도는 많이 달라져 있었을 거고 히틀러는 위인전에서 볼 수 있었겠죠. '청년 아돌프-뱀파이어 헌터의 후예' '히틀러 드디어 루브르에 가다'같은 헐리우드 영화도 나왔을 거고요.


 조국도 그래요. 조국을 싫어하긴 하지만 조국이 지녔던 잠재력에 비해 그가 맞이한 결말은 매우 좋지 않아요. 물론 결말까지 논하는 건 조금 섣부른 것 같기는 하지만.


 

 2.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차라리 조국은 선거에 나왔으면 꽤 잘되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대장동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도 이재명의 지지자들은 단합되어 있고 윤석열이 무슨 삽질을 해도 지지자들은 선대위를 욕하는 것처럼요.


 이재명이나 윤석열에 비하면 조국은 하필 장관을 하려고 해서 문제가 된 거지,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었다면 조국이 저지른 정도의 흠결은 딱히 문제가 안 되었을걸요. 지지자들은 눈과 귀를 딱 하루만 막고 있으면 다음날엔 알아서 상대 후보쪽에서 새로운 사고가 터지니까요.



 3.조국을 싫어하긴 하지만 어쨌든 조국은 스타성이 있어요. 문제는, 그 스타성이라는 게 발목을 잡아버린 거죠. 그런 스타성을 가지고 대통령이 아니라 장관을 하려고 들면 그야말로 모든 총구가 자신에게 겨눠지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거거든요. 그리고 장관에서 물러날 때까지 총알 세례는 끝나지 않는 법이고요. 


 딱히 조국이 미워서 총알 세례를 퍼부었다기보다는 조국에게 스타성이 있으니까요. 스타성이 있는 사람을 문제삼든 칭찬을 하든, 어쨌든 계속 도마에 올려놓아야 대중들이 기뻐하는 거거든요. 그런 점을 생각해 보면 조국은 차라리 양측의 힘이 길항하는 무대인 대통령선거에 나왔어야 자신의 잠재력을 좋은 쪽으로 폭발시킬 수 있었을 거예요.



 4.휴.



 5.지금 생각해 보면 조국 사태때 사람들은 각자의 롤에 심취해서 게임을 벌였던 것 같기도 해요. 기자들과 야당 사람들은 '거짓말쟁이 조국을 폭로하는 멋진 나'에 심취해서 기사를 미친듯이 내보내고 미친듯이 공격을 했고, 여당 사람들은 '핍박당하는 조국을 보호하는 멋진 나'에 심취해서 조국을 실드치고 서초동에 모여서 촛불을 들었던 거 아닐까요. 


 조국 사태에서 조국은 레드팀도 블루팀도 아니었어요. 레드팀과 블루팀의 경기에서 사용된 축구공이었죠. 문제는 공 하나를 가지고 공놀이를 몇달씩 하면? 그 공은 버티지 못하고 터져버리게 돼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조국은 양쪽 세력의 전쟁과도 같은 공놀이에서 공 역할을 했던 것 뿐이니까요. 차라리 조국의 스타성이 적었다면 공놀이가 그렇게까지 치열해지지는 않았을 거고 조국과 조국 일가는 적당히 얻어맞고 그만뒀겠죠. 그리고 재기를 노려볼 수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기자도 먹고 살아야 하고 정치인들도 멋지게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하고 일반 대중들은 열광할 거리가 필요해요. 자신이 열정적으로 공격할 대상이든 열정적으로 방어할 대상이든. 열정을 쏟을만한 대상이 필요하단 말이죠. 그리고 조국은 그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든 싫어하는 사람에게든 '열정을 쏟을 만한'의욕이 나는 대상이었고요. 그를 가지고 밥벌이를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였고요. 결국 이 수많은 플레이어가 몇 달 동안, 단 하나의 축구공을 가지고 열심히 축구를 해댔으니...그 축구공은 너덜너덜해진 거예요.



 6.그러니까 조국은 차라리 대통령선거에 나왔다면 공놀이에서의 공 신세가 아니라 에이스 스트라이커나 주장 정도의 위상은 가질 수 있었을지도 모르죠. 이재명에 비하면 조국은 멋있는 편이니까요. 게다가 상대편이 명확하니 혼자서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공 신세는 면할 수도 있고. 


 양쪽 진영에서 너무나 열정을 담아 조국을 사이에 두고 화력대결을 벌이니...그 중간에 있던 조국은 벌집이 되어버린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는 김건희의 말도 일리가 있는 거 아닐지. 당시 상황은 도저히 멈출 수가 없는 힘싸움이 점입가경이 되어버린 셈이니.


 

 7.문제는 지금의 조국은 상품성이 너무 떨어져 버린 것 같아요. 예전의 그는 여유있게 sns를 하면서 군중들을 데리고 놀았었어요. 마치 고고한 학처럼 말이죠. 한데 이제는 너무 조급하고 억울하고 여유없어 보인단 말이죠. 이제 조국은 그의 적들에게 공격의 대상이 아니라 조롱의 대상이 되어버렸다는 게 문제예요. 


 전에 썼듯이 조국이 정치판에 와서 잃은 것들을 만회하려면 잭팟 한방밖에 없어요. 대통령이라는 잭팟 말이죠. 그가 잃지 않았어도 될 것들을 감안하면 그의 입장에서는 국회의원 같은 건 해봐야 뽀찌에 불과하겠죠. 과연 그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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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대통령선거 전 1월 즈음에 쓰여진 글이라 그 시점에서 쓰여진 걸 감안해주심 돼요. 대장동 건이 한참 터져나오고 여야가 반대였던 시기죠. 오래 전에 써놓은 조국 글이 있어서 별 가공없이 그냥 올려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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