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영화죠. 런닝타임은 1시간 47분. 장르는 늘 그렇듯 '웨스 앤더슨 영화'구요. 스포일러는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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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랍지도 않게된지 참 오래된 웨스 앤더슨 영화 특유의 과도하게 화려한 출연진... ㅋㅋㅋ)



 - 사실 제가 듀게에 줄기차게 올리는 영화 소감 글들은 대부분 비슷비슷한 문장들의 재활용 조합으로 만들어진 비슷비슷한 문단들의 조합...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는 것도 없는데 맨날 비슷비슷한 장르의 비슷비슷한 영화들만 보면서 글을 적어대니 이 소감이나 저 소감이나 별 구분도 안 되고 그래요. ㅋㅋ 그래서 가끔은 일부러 좀 다른 스타일의 영화를 찾아보기도 합니다만. 웨스 앤더슨... 같은 사람의 영화를 보고 나면 오히려 이 문제가 더 심각해지죠. 확실한 자기 스타일을 반복해나가는 감독이잖아요. 그렇다고해서 제가 무슨 서양 문화에 조예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양반이 집착하는 미적 감각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평을 할 수 있는 역량도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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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를 들어 웨스 앤더슨이 집착하는 이 옛날 옛적 화면비만 해도 사실 전 영문을 모릅니다. 아주 옛날 영화들이 활용했던 화면비라는 것. 공간을 세로로 구성하고 전개하기 좋은 화면비라는 것... 뭐 이런 건 옛날에 어디서 주워들어서 알고 있지만 그냥 제 생각은 '이런 구도의 그림을 좋아하나보지 뭐'로 끝이라. ㅋㅋ



 - 그래서 어쨌든 이번엔 프랑스입니다. 언제나... 까진 모르겠고 최소한 '개들의 섬'에서 그랬듯이 이 프랑스는 진짜 프랑스와는 거리가 멀고 웨스 앤더슨도 굳이 그렇게 할 생각도 없었다는 느낌이 팍팍 드는 그냥 '프랑스 페티쉬'의 공간입니다. 이 영화의 경우엔 거기에 한 겹의 페티쉬가 더 추가 되어 있죠. '프랑스의 미국인'이라는 페티쉬요. 옛날부터 유럽에서 이방인으로 활약하는 미국인들 이야기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고 그 배경이 프랑스인 것도 많았고... 이 영화도 대략 그 비슷한 느낌을 깔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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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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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지식인들.)



 그런데 '개들의 섬' 공개 당시 웨스 앤더슨이 일본을 너무 타자화했다... 이런 비판을 많이 받았던 것에 비해 이 영화에 대해선 그런 이야기가 전혀 없는 걸 보면 좀 신기하죠. 물론 일본인들을 다루는 그 영화의 태도에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어쩌면 그만큼 미국인들 & 서양인들이 프랑스 페티쉬에 익숙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자기 자식의 목숨이 경각에 달한 상황에서 테러범들과 대치하다 말고 근사하게 차린 저녁 식사에 집착하는 경찰서장의 모습 같은 것도 따지고 보면 딱히 긍정적인 모습은 아니잖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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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에피소드를 보면서 '프랑스인들을 예술에 대한 허세가 쩌는 속물로 표현했다!' 라며 화를 내진 않는단 말이죠.)



 - 암튼 참으로 평소의 웨스 앤더슨 영화입니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화면비를 기본으로 깔고 좌우 대칭에 집착하며 필요한 장면마다 와이드로 잠시 전환하는 기법이라든가. 인형의 집처럼 정갈하게 꾸며진 배경 속에서 사람이 아니라 꼭두각시 인형들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연출이라든가. 컬러와 흑백,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오가는 전개. 이 양반은 참 사방팔방에 디테일하게 관심이 많고 아는 것도 많구나... 싶은 이야기들. 뭐 더 말해서 무엇하겠습니까.


 다만 뭔가 전체적으로 웨스 앤더슨 거의 한계치까지 파워업!을 해서 만든 영화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개들의 섬'이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같은 전작들과 비교할 때 확실히 더 예쁘고 근사해요. 이 양반 영화들은 언제나 눈호강이었지만 이번엔 그게 훨씬 더 레벨업한 느낌. 런닝타임 내내 무슨 초고퀄 동화책 삽화 같은 그림들이 움직이고 말하고 춤을 추는데 뭘 더 따져서 무엇하리... 이런 기분으로 시간이 훅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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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그대로 '그림'도 꽤 등장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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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튼 참 일관성 쩌는 가운데 마음에 드는 미적 감각을 지니신 양반입니다.)



 - 뭐 그런 느낌이 있기는 해요. 이야기도 캐릭터도 늘 웨스 앤더슨식으로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좀 까칠하게 바라보면 '어쩌라고?'싶은 공허한 이야기들이기도 하구요. 예쁜 그림과 환상적인 분위기만 즐기다가 끝나 버리는 느낌 같은 게 있죠. 

 사실 이 양반에겐 원래 일관된 알맹이 같은 게 분명히 있었잖아요. 결핍되고 소외된, 좀 튀는 캐릭터의 사람들이 어쩌다 뭉쳐서 연대하고, 내내 뚱한 표정으로 무덤덤하게 돌아다니다가도 나중엔 나름 훈훈하고 뿌듯한 결말을 맞이하는... 뭐 그런 게 있었는데. 근래 영화들엔 그런 게 점점 약해지는 느낌이고 이 '프렌치 디스패치'는 그 중에서도 그런 느낌이 가장 강합니다. 대신에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무언가에 대한 향수랄까 그리움이랄까... 그런 괴상한 정서로 흘러가는 느낌인데요. 애초에 이 영화의 이야기란 게 존재한 적도 없는 신문사가 사라지는 상황으로 애틋함을 뿜어내는 것 아니겠습니까. 보다보면 진짜로 애틋하긴 한데, 뭔가 훼이크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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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를 들어 이 프랑스의 혁명 학생들 이야기도 역사에선 대략 분위기만 따와서 낭만적인 '분위기'만 잡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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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렌치 디스패치'라는 신문사에 대한 묘사들도 그렇구요.)



 - 하지만... 저의 경우엔, 결국엔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생각을 하며 즐겁게 감상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아니 뭐 세상에 이런 감독 하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이렇게 유니크한 스타일로 이렇게 잘 만드는 사람인데, 잘 하는 거 그냥 쭉 계속 잘 해달라고 응원을 할 일이죠. 트집 잡을 마음이 하나도 안 생깁니다. ㅋㅋ

 존재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가상의 향수라지만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로 그런 향수에 빠지는 기분이 들구요. 내내 아름다운 화면과 연출로 눈이 즐겁고 잘 써먹는 음악들로 귀도 즐겁고 단골로 등장하는 (그리고 점점 쪽수가 늘어나는;) 명배우들의 가벼운 연기들도 보기 좋아요. 그럼 됐죠 뭐. 티비 시리즈도 아니고 몇 년에 한 편씩 나오는 영화들이라 질리지도 않구요.


 그래서 소감도 그냥 이렇게 끝. 정말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하하하. 웨스 앤더슨 아저씨 장수하시고 영화 많이 만들어 주세요. 다 봐드리겠습니다.




 + 그리고 이 분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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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오래 사셔야 합니다.



 ++ 크레딧이 참 맘에 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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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가 좋아했던 언론인들 이름을 줄줄이 나열하며 헌사를 바친 후에 이런 그림들이 쭉 이어지니 뭐. 적어도 웨스 앤더슨 본인에겐 이보다 더 진심 어린 영화도 없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영화에 좀 더 호감을 갖게 되더라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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