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비  哭悲 The Sadness


타이완, 2021.    ☆☆☆


A Machi Xcelsior Studios Production. 1시간 30분. 화면비 2.00:1 


Director & Screenplay: Rob Jabbaz. Cinematography: Bai Jie-Li. Production Design: Liu Chin-Fu. Visual Effects: Logan Sprangers, Victor Chang. 


CAST: Berant Zhu 朱軒洋 (짐), Regina Lei 雷嘉汭 (케이티), Chen Ying-Ru 陳映如 (몰리), Wang Tzu-Chiang 王自強 (지하철 개저씨), Lan Wei-Hua藍葦華 (웡박사), Ralf Chiu 邱彥翔 (린선생), Apple Chen (지하철 희생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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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없는 것들  Barbarians


영국, 2021.   ☆☆☆


A Samuel Marshall/Media Finance Capital Co-Production. Distributed by IFC Midnight. 1시간 29분. 화면비 2.39:1. 


Director & Screenplay: Charles Dofman. Cinematography: Charlie Herranz. Production Design: Christopher Richmond. Music: Marc Canham. Costume Design: Trina Kalivas. 


CAST: Iwan Rheon (애덤), Tom Cullen (루카스), Catalina Sandino Moreno (에바), Ines Spiridonov (클로이), Connor Swindells (댄 윅스), Tommy McDonnell (닐 윅스), Will Kemp (존 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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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큐: 요번에도 또 연미국씨와 부천영화제 리뷰를 거르지 않고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영화제 중간에 한국에 도착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상당수의 작품들을 여러 형태로 감상할 수 있었네요. 제 2번 이후로는 어차피 또 뒷북리뷰가 되겠습니다만. 

연미국: 대단하십니다. 그런데 연구서 초고 빨리 완성하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그거 출판사에 갖다내야 하는 데드라인이… ^ ^;;; 

큐: 아 “가게 얘기” shop talk 는 이자리에서는 하지 말죠. 연구서 못써서 승진에 지장이 있다 하더라도 영화 볼 거는 보니까요. 평생 그래왔잖아요. 영화를 시간 쪼개서 보는 것이 내 학문활동이나 교수질에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방해가 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으니까요. 

연: 예 알겠습니다. 제가 입방아를 찧어서 죄송합니다. ^ ^ 


큐: 아니에요. 그러면 가볼까요? 요번에는 타이완 영화가 꽤 들어왔더군요. 아마 [복신범] 을 예정대로 극장에서 봤으면 타이완제 호러로 묶어서 [곡비] 와 함께 리뷰했을 지도 모르겠는데 전자를 놓쳐버린 관계로, 둘 사이에 별 겹치는 부분이 없는 [예의없는 것들] 과 다루게 되었습니다. 장르도 완전 다르고 스타일도 다르죠. 

연: 전 유사성이 있어 보입니다. 

큐: 그래요? 

연: 둘 다 만든 사람들이 인간을 보는 시각이 좋게 보자면 비판적이고, 나쁘게 보자면 삐딱해요. 

큐: 그렇군요. ^ ^ 납득이 가기도 하네요. 그러면 [곡비] 부터. [부산행] 이나 [28 Days Later] 등의 “빨리 움직이는 좀비” 서브장르에 속하는 한편인데, 각별하게 잔인하고 끔찍합니다. 흥미있는 것은 그냥 내장과 살점이 튀기고 사람을 토막토막 잘라내는 울트라 고어 묘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상적이고 철학적인 측면에서도 잔인하다는 점입니다. 장르적인 외피를 두른 작품중에서 이렇게 일반 관객들을 사상적이고 윤리적인 측면에서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묘사를 많이 넣은 작품은 오랫만이네요. 폭력묘사의 수위와 불쾌함이 가스파르 노에 수준이니까요. 


연: “앨빈 바이러스” 에 감염된 사람들이 단순한 신체훼손이 아니라 성폭력을 거침없이 저지른다는 설정을 전면에 내세워서 그런 것이죠. 사람 고기를 뜯어먹는 좀비는 그렇더라도 남녀노소 할것없이 가장 폭력적이고 잔혹한 방법으로 성폭행하는 좀비 (정확하게는 “감염자군” 이지만) 는 정말 돈까지 내고 화면에서 보고 싶지 않은 관객들이 꽤 계시겠죠. 

큐: 반면에 이러한 묘사를 “대범하다” “용기있다” “끝내준다” 라고 칭송하는 분들도 계실 듯 합니다. 

연: 그런 식으로 눈에 띄게 잔혹하고 점잖지 못하게 악랄한 작품들을 뭔가 있다라고 띄워주는 접근 방식도 이제는 좀 유행이 지나지 않았나요? 

큐: 확실히 2000년대 초반에 비하면 그럴지도요. 그래도 뭐 ‘익스트림 아시아’ 지향의 팬보이 멘탈리티는 여전히 살아서 기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니치 마켓 공략의 수단으로는 충분히 시도해 봄직 하다고 여겨져요. 


연: 각본가이자 감독인 롭 자바즈는 캐나다 출신 타이완 주재의 아니메이션 전공자라는데, 장르적으로 보면 조지 로메로의 좀비 삼부작, 특히 고전중의 고전인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으로 원점회귀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만드는 실력은 있다고 생각해요. 진정한 탑 클라스 영화인들이 지닌 절제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만, 커리어상으로 보면 이제 시작인 분이니까. 전 그냥 [지금 우리 학교는] 수준의 또는 그것보다 약간 더 생각이 없는 동아시아판 좀비물을 피와 살점과 내장이 마구 튀기는 신체훼손과 결합된 극단적인 성폭행이라는 불쾌하기 그지 없는 방식으로 수위를 높여놓은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테크니칼하게는 잘 만든 부분이 있고, 아까 말했듯이 감독의 능력을 세계 영화계에 과시하는 신고식으로서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네요. 그런데 영화 자체에서 감동이나 진정한 놀라움은 느낄 수 없었습니다. 

큐: 나는 미국이보다 약간 더 긍정적으로 본 것 같습니다. 연기에 대해서 말하자면, 타이완 영화의 베테랑인 왕자강 연기자님께서 감염되기 전부터 동아시아의 여성관객들에게는 그냥 불쾌함과 혐오스러움의 결정체로 여겨질만한 지하철 통근상의 중년남자를 아주 효율적으로 그려주고 계십니다. 

연: 그 반면 주인공들인 어린 커플 짐과 케이티는 연기자들의 실력과 관계없이 캐릭터가 약체에요. 케이티도 그렇고 결과적으로는 민폐 캐릭터들인데, 그런 설정이나 전개가 캐릭터 구상에서부터 유기적으로 도출되는 것이라기 보다는 장르적 서사의 필연성에 의해 형성되었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큐: 이러한 서브장르의 영화가 흔히 빠질 수 있는 함정— 갈수록 처참해지고 끔직해지는 셋 피스를 병렬해서 나아가며 진전해야만 한다는 강박— 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봐야겠죠. 엔딩을 뭔가 좀 “그냥 겉으로는 아무리 아름답고 착한 척 해도 속은 우리 모두 다 썩은 시체다” 라는 투의 장르적 클리세에서 좀 더 나아갈 수 있게 해줬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연: 저는 [부산행]도 일면 과대평가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한편의 엔딩은 이런 식으로 끝나지는 않았죠. 클리세에서 좀 더 나아가려는 노력이 있었다고 인정합니다. 


큐: 제 말씀이. 예 그러면 [예의없는 것들] 로 넘어갈까요. 이 한편은 프로듀서로서 이미 리암 니슨 주연의 [Honest Thief] 나 [Lost Daughter] 같은 주류 드라마영화 제작으로 꽤 성공을 거두었지만, 또 크선생님 초기작의 리메이크인 [Rabid], [Boys from County Hell], [스카이라인] 등 호러-SF 장르작도 꾸준히 제작해온 찰스 돌프먼이 스스로 각본을 쓰고 감독까지 한 저예산 스릴러입니다. 

연: 이 한편도 장르적, 제작여건상 한계가 확실히 보이는 한편이고, 또 캐릭터들 중에 마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여성 캐릭터들도 포함해서) 거의 없어요. 그래도 저는 굳이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곡비] 보다는 [예의없는 것들] 을 고를 것 같습니다. 

큐: 호오. 그건 왜죠? 

연: 단순무식하게 말해서 극작술적이자 드라마적인 내실에 있어서 씹을 수 있는 살이 이쪽이 더 많잖아요. 


큐: 흠 그렇긴 하네요. 여러 앵글에서 스타일리스틱하게 촬영된 [곡비] 와는 달리, 이 한편은 넒고 드라이한 실내와 실외의 공간을 와이드스크린으로 잡아내면서, “친밀한 척 하지만 실제로는 서로부터 소외되고 적개심이나 의심을 품고 있는 등장인물들” 을 그려냅니다. 사람들이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부감샷도 자주 삼입되고요. 

연: 예, 저도 건축학적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측면이 매력있게 다가왔습니다. 

큐: 전 이 영화를 보면서 각본가-감독이자 제작자인 돌프먼이 실제로 경험했던 자기 클라이언트나 비지네스 교류가 있었던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많은 부분을 따오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실제 인상을 보니 얼핏 보면 영화의 빌런인것처럼 여겨질 수 있는 루카스 캐릭터와 많이 닮았던데요. 일종의 자기풍자적인 시선이 아닐지 모르겠어요. 

연: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선전 영상 (advertisement) 을 제작하는 것이 일인 친구의 이름이 “애덤” 인데 그의 애칭을 “애드 (Ad)” 라고 부르는 따위의, 친근하고 격의가 없는 것처럼 굴면서 실제 상황에서는 생각이 좀 모자라는 행위를 태연히 서로 저지르는 그런 디테일이 꽤 살아있습니다. 그런 반면에 덫이 치여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여우 등 좀 뻔하게 느껴지는 은유도 있고요. 


큐: 은근히 서부극적인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결국 헌트가와 윅스가라는 지역 가문들의 토지 소유권을 둘러싼 갈등이 근저에 깔려있지 않습니까. 후반부의 전개는 홈 인베이전이라는 양상을 띄고 있기는 하지만, 목장에 침입한 무법자의 일군이 알고보니 주인공들의 일족과 오래된 원한관계에 있었고, 그래서 옛날 서부극 같았으면 제임스 스튜어트나 글렌 포드가 연기했을 법한 평화주의자 주인공이 결국 자신의 아내/걸프렌드를 수호하기 위해 마지못해 건파이트에 말려들고, 뭐 그런 싸이코드라마적 서부극의 그것과 궤를 같이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연: 그럴 듯한데, 애덤이라는 작자는 스튜어트가 연기할 만한 “수정주의” 서부극의 주인공 중에서도 가장 도덕적으로 하자가 많은 인물보다도 훨씬 위선적이고 비겁한 인간이라는 점이 다르지 않나요? 

큐: 그렇게 불쾌하게 보셨나요. ^ ^ 

연: 예. 솔직히 이 한편에서 가장 불쾌한 인물이거든요. [어둠의 표적 Straw Dogs] 에서 더스틴 호프먼이 연기한 주인공을 연상시키도 하지만, 그 작품의 주인공도 이 한편의 애덤처럼 끝까지 자기 정당화를 하면서 책임회피를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큐: 그래도 궁극적으로는 어느 정도 변화의 징조를 보여주긴 하지 않나요? 

연: 아뇨. 이 정도로 무슨. 전 그냥 쪼다같이 찌질한 인간에서 쪼다같이 약간 마초한 인간으로 변화 (업그레이드 아님) 한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어요. 


큐: 하하, 확실히 영화가 끝난 이후에 뭔가 자기가 저지른 갖가지 민폐 행동에 대해 반성하고 법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줄 것 같지는 않긴 하군요. 그러면 대체적으로 비슷한 수준의 평가인데, 미국이는 [예의없는 것들] 을 약간 선호하고 저는 [곡비] 를 약간 더 평가하는 쪽으로 결론지을 수 있겠네요. 

연: 아마도 박스 오피스나 컬트적 명성에 있어서는 [곡비] 가 우세하겠죠. 

큐: 한국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의외로 [예의없는 것들] 쪽이 더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요번도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부천영화제는 공식적으로는 끝났는데, 뒷북리뷰가 될지라도 가까운 시일내에 또 한번 만나서 합동 리뷰 쓰길 바라겠습니다. 

연: 그러시죠. 어떤 타이틀이 되려나? 요번에 거의 한 열 세편정도 보시지 않았나요? 

큐: 뭐든지 손에 잡히는대로 하겠죠. 암튼 곧 다시 만나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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