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저씨가 여자애들 구하는 영화’ 관련 시리즈 글을 읽으며 댓글 근육이 매우 꿈틀 거렸으나 (거의 다 본 영화들이고 매우 재미나게 본 영화들이라)

 하필 그 사이 경황이 없어서 타이밍을 놓쳤는데 늦게나마 참전?할 이유가 생겼네요.


 먼치킨 주인공이 누구인가를 구하거나 복수를 하는 그런 영화는 액션영화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류 중의 주류입니다.

 이 분야에서 최강은 역시 ‘존윅’이죠.  아시다시피 강아지를 구하다가 시작되는 영화입니다. 구하는건 강아지가 아니라 차라구요?  아 너무 오래되서 가물가물한데 뭐 그냥 넘어갑시다;


 암튼 강아지나 여자애나 사실 마찬가지에요.

 먼치킨 주인공과 대비되는 한없이 나약한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마구 마구 샘 솟는 적당한 구조욕을 일으키는 그런 생명체입니다. 

 

 암튼 이런 장르가 흥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거 영화말고 유투브 채널이나 컨텐츠의 경우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먼치킨 주인공이 뭔가를 구하는 영화는 돈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유투버들이 만들어내는 컨텐츠로는 당해낼 재간이 없죠.

 그런데 비슷한 장르로 유투브에서 일가를 이룬 ‘흥행보증 수표’가 된 소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고양이 구조’ 콘텐츠에요.

 #고양이_구조 #아기고양이_구조 #냥줍 등으로 검색을 해보시면 됩니다.

 관련 주제로 엄청나게 많은 컨텐츠가 보일것입니다. 

 ‘고양이’ 자체가 트렌드인대 거기에 ‘구조’가 더해지면 대박이 납니다.

 이게 어느정도 인기가 있나면….


 https://youtu.be/pe37g_wJUkg

 홈베이킹-쿠킹 채널을 만들어 평소 조회수 수천~1만 정도 수준으로 운영하던 유투버가 어쩌다 우연히 아기 고양이를 구조하게 된 에피소드 하나가 바로 백만을 넘게 찍어 버립니다.(현재 400만)

 그 뒤로 인터넷을 뒤져 배워가며 살려내고 어엿하고 늠름한 고영씨로 키우는 과정이 이어지는데 당연히 그 전의 홈쿠킹-베이킹 내용들 보다 조회수가 넘사벽으로 나오게 되고….

 급기야 아예 고양이 채널로…탈바꿈하는 -_-;

 

 하여간 아저씨가 여자애들 구하는 장르가 흥하는 이유? 바로 이거예요.

 아무 힘도 없는 약한 존재를 무쌍의 주인공이 구하는 내용을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거에요. 

 어미 잃은 아기(길)고양이들도 아무 힘이 없는 존재인데 그를 구하는 인간들은 고양이 기준으로는 먼치킨 주인공급인거죠.

 

 이게 일종의 인간의 측은지심과 인지상정을 건드리는거라 왠만큼 만들면 흥행이 기본은 하는 단단한 고정 수요가 자리 잡힌 장르라는거…

 한편, 무언가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일을 막 해내는 그런 판타지를 준다는 것도 흥행 요인이긴 하겠죠?

 

 하여간 그래서 ‘아저씨가 여자애들 구하는 영화’는 사람의 탈을 썼다면 응당 갖어야 마땅한 ‘측은지심’을 건드려 흥하게 된 장르인겁니다. 



 

 2. 

사고가 난 다음날 아침이 밝자 마자 20대 조카들의 안위를 확인하고 한숨을 돌리다가 점심 무렵 갑자기 고3 조카가 떠 올랐습니다.

일반적인 고3 조카라면 이태원 사고에 걱정을 할 일이 거의 없겠으나….

치마 입고 바이크 타는 조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네 제 고3 조카 아이는 본인이 먼치킨이 되고 싶어하는 여자애입니다.

아직 나이가 어려 250cc 이상을 타지 못해서 어서 빨리 나이 먹기만을 학수고대하는 그런 아이죠….

확인 결과 다행히 가지 않았었다고 합니다.

원래 친구들과 함께 갈려고 했는데  그냥 그 친구들 모아서 동생집에 다 같이 모여 놀았데요.

다음달이 수능일인데 할로윈 파티 한다고 친구집에 모여 놀던 여고생들이라니…. 하하하~ 


하지만 이제 다들 조카에게 고마워 합니다. 

바이크를 타는 여고생이면 어때? 고3이면 어때? 수능이 코 앞인데 집에서 할로윈 파티 하면 어때?

살아 있으면 됐다.

고맙다…. 




3.

얼마나 많은 가족들이 밤새 그렇게 가슴을 조렸을까요? 

지금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을 감내하고 있을 유족들은 어쩌면 좋나요?

함께 있다 살아 남은 친구들은이? 그곳에서 일하던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들은 어쩌구요?

이렇게 또 10년도 채 안되어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기는 사고가 나버리는군요.

이 와중에 책임을 모면하려는 권력을 갖은 자들과 또 그 권력을 옹호하는 자들은 전과 마찬가지 그래도 반복되는군요.


그리고 언제나 죽은 사람들은 말이 없고 너무 불쌍하기만 하고….



4.

다음주에 외국에서 친구가 옵니다.

혹시 이태원 가자고 할까봐 조금 스트레스였었는데….이번 사태를 알고 있을테니 차마 말도 못 꺼낼듯 싶군요.


사실 이태원을 타의에 의해 서너번 가봤는데 개인적으로는 매우 매우 비호감이었어요. 


중국이나 홍콩이나 태국이나 아시아의 다운타운이라면 꼭 있는 뭔가 코스모폴리탄스러운 무국적의 공간들이 주는 그런 ‘근본없음’의 아우라가 싫었어요.

상해처럼 100여년전에 1세계 사람들이 와서 직접 디자인하고 건설한 도시환경을 그대로 이용한 것이라면 어반 콘텍스트라도 있지… 다른 도시들의 ‘외국인거리’라 불리는 곳들은 

그냥 이것 저것 주서다가 쌓아 올리기만 하지 융합이니 뭐니 그런거 없어요.  키치라는 말도 사치입니다.

경리단길이랍시고 본격적인 젠트리피케이션이 벌어지기 전에는 그나마 수공업적인 개성이라도 있었는데….


하지만 사회적 참사, 그 수 많은 죽음 앞에서는 나의 개인적인 (그 공간과 그런 문화에 대한) 호불호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도리어 빛나는 청춘들이 빛나야할 청춘들이…. 아니 고작 그런 곳에서 무참하게 그렇게 길바닥에서 허무하게….그래서 더 불쌍하고 불쌍하고 가슴이 아파요. 



5.

그 길바닥에서 영화가 아니라 꼬마 여자애가 아니라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들을 구하느라 수도 없이 심폐소생술을 하던 소방대원들과 또 자원하여 함께 하던 시민들은

먼치킨 주인공은 아니어서…. 많이 구하지 못했지만, 

그 사고현장에서 그 분들의 존재함 덕분에 아주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았어요. 

그 분들 역시 큰 트라우마가 남을텐데 부디 잘 극복하시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그분들의 노력에 호응하는 모습을 갖어주여야할텐데….

그게 재난에서 국가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세월호의 ‘선장’역할을 맡아줄 ‘범인’ 색출 같은 언플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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