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대화내용(링크는 따로 달지 않겠습니다.)에서 MBTI테스트를 받을 것을 권한 사람입니다. 대화도중 흥분해 조금 거칠게 말한 경향이 있는데 제 입장을 되도록 차분히 말씀드려보려 합니다.

1. 이 사람은 소개팅전 몇 번의 소개팅을 시도하였고 번번히 실패해 제게 조언을 구하는 상황이었고 저또한 그에게 친구를 소개시켜주려는 노력을 했을 정도로 그를 아꼈으므로 함께 곰곰히 고민을 해보았었습니다.

2. 제가 봐온 이 사람. 그리고 본인입에서 들어왔던 여러가지들을 판단했을 때 이 사람은특히 이성과의 소개팅에서 꺼낼 공통의 주제가 굉장히 부족했습니다. 취미라고 해봤자 저희 두 사람이 즐기던 게임(롤과 뱅드림이란 리듬겜), 스도쿠? 전에 실패했던 소개팅에서 만난 여성분은 뱅드림을 좋아했던 분이었는데도 잘 안풀려서 아이스브레이킹을 할 뭔가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3. MBTI가 아니라도 괜찮았지만 전에 몇차례 제 다른 제안이 이미 거절된 바 있었고(조언을 구해놓고 영화나 책 등 무난한 선택지에 늘 조목조목 싫은 이유를 대며 반박해왔습니다.) MBTI가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아이스브레이킹에 무난한 주제였기에 권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8년전에 검사 받았다는 말을 한 것도 첨엔 납득이 잘 안됐고(8년이면 사람이 바뀔 수 있는 시간이라 봐서) 애써 납득하려 했는데 그런 것에 과몰입하는 사람들 못마땅하다는 말은 그것을 권한 사람에게 대놓고 하기에 존중이 부족하다 여겼습니다. 정말 하기 싫었어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사람이 권하면 그냥 생각해보겠다 하고 넘기는 방법도 있지 않나요?

4. 급발진이라 느꼈을 부분이 있는 것을 아는데 지금까지 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슷한 불만이 계속 쌓여와 있었습니다. 절 편하게 생각해서였을까요? 듣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던 에피소드가 꽤 많았고 그 중에 몇 가지를 추려보자면

1) 둘이서 함께 게임하며 즐겨듣던 음악이 있었는데 게임하다 졌을 때 이 음악이 그가 특히 편애하는 밴드의 노래가 아니면 "왜 이딴 노래를 듣고 있어? 이런 노래를 들으니까 진거잖아!"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저도 머리로는 압니다. 지니까 머쓱해서 던지는 말이었음을. 근데 다른 밴드도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사람의 기분이 고려되지 않는다 느꼈습니다.

2) 이 사람이나 저나 일본의 섭컬쳐를 즐기는 편이고 제가 추천한 게임을 이 사람도 즐겨왔습니다. 전 그 게임의 서사 캐릭터들의 성격과 관계성을 좋아했고 이 사람은 리듬게임으로서 이 게임을 좋아했죠. 하루는 제가 이 게임의 캐릭터에 대한 수다를 하고 있는데 "나도 너처럼 캐릭터에게 정을 붙여보려 했는데 돈벌려고 만들어진 한낱 데이터 쪼가리에 정주는 게 불가능해서 포기했어"라고 제게 말했습니다.

3) 이 사람은 전의 소개팅에서 있던 얘기를 해주었는데 상대여성분과 얘기를 나누다 영화주제가 나오자 "전 영화보는 것을 선호하지 않으며 그 시간에 대화나누는 게 낫다 생각합니다."라고 선을 그엇다 합니다. 어떤 맥락에서 영화라는 주제가 나왔는지 정확히는모르지만 여성분이 꺼내셨다면 그의 그런 답이 어떤 인상을 주었을지 생각하면 전 그가 걱정되었고...그에게 앞으로 비슷한 주제가 나오면 설령 영화를 꼭 같이 보지 않더라도 조금 더 유들유들하게 호응하도록 조언해주었습니다.

5. 호불호가 굉장히 뚜렷하고 이야기를 듣는 상대의 기분고려를 잘 안하는 직설적인 그의 성격에 대해 제 스스로의 상처도 조금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가 걱정되었습니다. 그도 기억할 듯한데 그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을 만나면 즐거운 연애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덕담하기도 했지만 좀 더 동글동글하게 얘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하던 참이었습니다.

6. 그 와중에 나온 그의 너무나 이성적이기만 한 답변에 실망감이 무척 컸습니다.

7. 그의 그런 성향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 그의 성향인 것이고 전 그것을 존중합니다. 다만 그의 연애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좀 더 유연하게 사고했으면 바랐을 뿐이죠. 전에 그에게 농담삼아 상대가 권하는 거면 불법행위빼곤 다 해보라 조언했고 그가 담배는 안된다 농담하기에 담배는 나도 반대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8. 결과적으로 절교를 하게 되었고 당시에는저도 흥분했지만 지금 그와 더 이상의 갈등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제 말이 조금 감정적이고 공격적이었다는 자각도 있고요. 그 건에 대해서 사과를 할 수도 있었지만 전 제가 화해하였을 때 앞으로 느낄 정서적 득과 실을 곰곰히 따져보았고 그 사람과의 인연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고 납득했습니다. 서로의 다름이 지난 몇 년보다 유독 크게 느껴졌고 점점 대화를 진심으로 즐기지 못한다고 느끼는 일이 많았죠. 최근에 그와의 사이에서 있었던 크고 작은 갈등도 생각났고요. 그래서 이 관계를 복구해야 할 의미를 찾지 못해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9. 관계회복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나 저 때문에 받은 상처에 대해서는 이 자리를 빌어 사과를 하겠습니다. 피로감과 실망감에 급발진했다는 자각은 있습니다.

10. 전 제 입장을 밝힌 것 뿐이고 그에 대한 비난의도가 없으며 이 이상의 갈등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간의 인연에 감사하고 잘 살길 바라며...마지막 충언을 남기자면 자신의 언행이 무조건 선해될 거란 확신은 위험하다는 한 마디만 남깁니다. 혹시 몰라 사족 붙이자면 어떠한 사유로든 연락하지 말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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