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0월에 시작해서 어제 끝났습니다. 에피소드 8개에 편당 한 시간 정도. 스포일러는 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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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드라마이다 보니 원작자보단 '웨스트 월드 제작진!!'이 더 강조되는군요.)



 - 때는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2032년, 장소는 미국 시골 마을입니다. 우리의 주인공 플린은 군대 다녀온 좀 잉여스런 오빠와 시한부라 살 날이 얼마 안 남은 엄마를 부양하며 열심히 살고 있는 시골 처녀지요. 동네에 위치한 쓸 데 없이 고퀄의 3D 프린팅 가게에서 일하고 있지만 실제 생활비와 엄마 약값은 온라인 VR 게임을 해서 돈 많은 놈들 대신 게임 진도 빼주는 보상으로 조달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때 오빠 계정을 쓰기 때문에 게임 세상 사람들은 다 플린이 아닌 오빠가 절대 고수라고 알고 있죠.


 그러다 어느 날 오빠가 수상할 정도로 최첨단의 VR 기기를 가져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뭔지 잘 모를 회사 놈들이 시제품 테스트 좀 해달라고 줬다네요. 이걸로 게임을 열심히 하면 말도 안 되게 큰 보상을 준다고. 뭔가 수상하지만 당장 엄마 약값이 급하니 따질 거 있나요. 게임에 접속하고, 뭔가 되게 수상한 내용의 게임을 한참 하다가 플린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거 아무리 봐도 게임이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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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벌며 가난과 고통을 간접 체험하시는 우리 금수저 모레츠님... 이라고 하니 꼭 욕하는 것 같지만 전 이 분 좋아합니다. ㅋㅋ)



 - 뭐 에피소드 1화만 봐도 밝혀지는 내용 정도도 언급하지 않고 이야기하긴 너무 힘드니까. 딱 그 정도만 얘기 하겠습니다.

 당연히 플린이 접속하는 그 세상은 게임이 아니라 현실 세상입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야기가 되겠어요? ㅋㅋ 문제는 그 세상의 디테일이 아무리 봐도 현실 세상이 아니라는 건데요. 이유는 이러합니다. 현실은 현실 맞는데 그게 그냥 현실이 아니라 100년 후의 현실이에요. 100년 후의 세상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어떤 거대 조직, 그리고 그 조직에 대항하려는 어떤 놈들. 뭐 이런 녀석들이 아웅다웅 싸우고 비밀리에 뭘 막 진행하다가 100년 전 미국 시골 처녀 겸 절정의 고수 게이머를 끌어들이게 됐다. 뭐 대충 이런 상황이구요. 이때 플린을 미래의 현실에서 움직이게 하기 위해 준비한 일종의 로봇을 '페리퍼럴'이라고 부릅니다. 그거시 제목의 의미가 되겠죠.


 그리고 또 당연히 이 미래놈들의 싸움은 현재(10년 뒤잖아!)의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안 그렇다면 오빠나 엄마, 그 외 마을 사람들 설정을 그렇게 열심히 해 놓지 않았겠죠. 그래서 미래의 음모와 현재의 위험이 계속해서 밀려오는 가운데 양쪽 세상에서 정말 빡세게 고생하는 우리 클로이 모레츠씨와 그 가족들, 그리고 미래 인간들의 이야기입니다. 어라.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 줄거리 & 설정 요약을 두 번 한 게 됐군요. 뭐 어차피 편하게 적는 뻘글에 누가 신경 쓰겠습니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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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사이버 펑크다!!! 는 됐고 상황에 비해 표정 너무 해맑고 귀엽지 않으십니까. ㅋㅋ '미드소마'에선 이렇게 귀여우신 줄 몰랐...)



 - 넷플릭스도 그렇지만 전부터 아마존 프라임은 묘하게 SF에 진심이라는 느낌입니다. 필립 K 딕을 갖고 '높은 성의 사나이', '일렉트릭 드림' 이렇게 두 편을 만들어 놓은 것도 그렇고. '테일즈 프롬 더 루프' 처럼 아주 매니악한 SF 시리즈를 굳이 그렇게 고퀄로 만들어 내놓았던 것도 그렇구요. 거기에다 '더 익스팬스'도 있고, 최근에 나온 '아우터 레인지'나 '나이트 스카이'도 있고... 아니 뭐 물량의 넷플릭스를 작품 숫자로 이길 순 없겠습니다만. 들이는 정성에서 좀 차이가 나요. 아마존 쪽에서 나름 유명한 SF 작품들을 보면 취향에 안 맞는 건 있어도 퀄이 구리다 싶은 건 없었다는 기억이거든요.

 그런데 또 '그' 윌리엄 깁슨 원작 소설을 '그' 놀란이 참여해서 만들었다니 일단 그냥 확인은 해 봐야할 작품이었던 거죠. 그래서 지난 주에 보기 시작해서 마지막 에피소드가 올라온 어제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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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드라마 속의 백인 여성과 흑인 남성 커플링이 이제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라니. 세상 참 많이 변했죠.)



 - 기대에 맞게 고퀄이라는 얘기부터 해야겠군요. 여러모로 그렇습니다. 


 일단 제작비 걱정은 없었나벼? 싶을 정도로 비주얼 측면에서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아니 뭐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와 '웨스트 월드' 시리즈로 그렇게 인정 받았던 조나단 놀란이니 충분히 좋은 조건을 보장 받고 제작한 거겠죠. 사아실 이 시리즈의 진짜 주인은 총괄 프로듀서 겸 에피소드 절반을 직접 감독한 빈센조 나탈리(큐브! 높은 풀 속에서!!)에 가깝지만 뭐 일단 네임 밸류로는 그렇겠구요. ㅋㅋ

 암튼 OTT 드라마들 중에선 미술 디자인과 CG 퀄리티 양면에서 흠 잡을 데 없이 아주 훌륭한 축에 속한다고 느꼈습니다. 게임을 소재로 하는 영화들은 매우 높은 확률로 유치하고 구리며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기 쉬운데 이 작품은 그런 측면에서도 아주 양호한 편이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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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통 SF의 비주얼을 맛보시죠!!!! ㅋㅋㅋ 누가 '웨스트 월드' 만든 사람들 아니랄까봐...)



 - 이야기는... 흠. 이걸 뭐라 해야 하나.

 일단 윌리엄 깁슨의 원작은 안 읽어봐서 (애초에 한국에 출간도 안 됐습니다) 그냥 드라마로만 이야기하자면, 뭔가 참 조나단 놀란스럽다.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꽤 좋습니다.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우루루 나와서 '나 좀 봐, 입체적이지? 간지나지??' 이러면서 본인 자랑들을 하는데 상당히 납득이 되구요.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위기와 다음 위기와 또 다른 위기들 덕에 중간에 끊기 싫어질 정도로 흥미롭구요. 중간중간 들어가는 액션 장면들도 다 충분히 고퀄입니다. 재밌어요. 재밌는데...


 고유 명사들이 좀 많은 편입니다. ㅋㅋ 미래의 이 조직, 저 기술, 그리고 미래 사람들이 사용하는 이런저런 용어들. 이런 게 많이 나오는 편이에요. 그렇게 친절한 이야기는 아니구요. 또 미래 사람들이 사용하는 기술들과 세력 다툼 관련해서 상황이 늘 복잡하게 전개되기 때문에 대사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보지 않으면 어느 순간 '아니 내가 뭘 놓쳤지??' 이런 상황이 찾아와요. 그러니까 뭔가 딴 짓 하며 가볍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시리즈는 아닙니다. 게다가 우리 미래인들은 대화 나눌 때 얼마나 무게를 잡고 얼마나 문학적으로 떠들게요... 티비 화면 저 편에서 놀란이 '집중하라고!!!' 라고 야단치며 째려보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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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에 짤이 별로 없어요. 그나마 미래스러운 게 이거네요(...) 참고로 이 분은 '블라이 저택의 유령'에서 그 상냥한 집사님.)



 - 배우들도 좋습니다. 일단 사실은 초갑부집 딸인 주제(?)에 이상할 정도로 억센 똑순이 역할이 잘 어울리는 클로이 그레이스 모레츠씨가 전형적인 히어로 포지션에서 중심을 잘 잡아 주고요. 제게는 '미드소마'의 그 상냥한 빌런 남친 역할 밖에 안 떠오르는 잭 레이너씨도 평범한 민폐 가족인... 척 하다가 의외로 재밌어지는 오빠 캐릭터를 잘 소화해 주십니다. 그리고 미래 인간님들이 대체로 인상적이에요. 뭔가 좀 패션쇼스럽게 튀는 의상과 드레스 코드들을 하고서 영국식 악센트로 (이야기의 미래 배경이 영국, 런던입니다) 폼을 잡는데요. 요 캐릭터들은 대체로 대사들이 난해하거나 좀 과잉인 느낌들이 강한데 그걸 그냥 비주얼로 꾹꾹 눌러서 납득시켜주십니다. 죄송한 얘기지만 연기력까진 모르겠어요. 나쁘다는 게 아니라 원체 비현실적이고 괴상할 정도로 과장된 캐릭터들이라 그냥 '어쨌든 간지난다' 정도가 제게 가능한 최고의 칭찬이군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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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년 후 미래의 영국인들은 이런 옷을 입습니다!!! 100년 전 아님!!!)



 - 그런데 뭐, 당연히 예상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죠. 네. 당연히 안 끝납니다. ㅋㅋㅋ "자, 그동안 날 잘도 갖고 놀았겠다? 이제 니놈들도 좀 당해봐라!!!" 라고 주인공이 선언하는 순간이 끝이에요. 허허. 클로이 모레츠가 간지나게 장식해줘서 화는 안 났습니다만. 검색을 해 보니 일단 빈센조 나탈리와 조나단 놀란은 최소 3시즌을 생각하고 만든 이야기라고 하는군요. 차라리 요 시즌 반응이 좀 애매했으면 좋겠어요. 이 놈들이 한 시즌만 더 내고 끝낼 생각을 하도록 말이죠. 어쨌든 이게 이야기 자체가 가면 갈 수록 궁금한 게 많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다음 시즌에 다시 봐요!' 엔딩은 정말 달갑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단점이 또 하나 있습니다. 에피소드 8개 내내 떡밥 놀이가 이어지고, 계속해서 새로운 캐릭터, 새로운 진실 등이 밝혀지는 식이다 보니 거의 마지막까지 '재밌군. 재밌는데 그래서 뭘 어쩌라는 이야기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게다가 마지막 장면을 봐도 도대체 다음 시즌에 어떤 식으로 이야기라 흘러갈지 모르겠거든요. ㅋㅋ 말하자면 이야기의 진정한 본체는 아직 구경도 못한 듯한 기분. 끝까지 다 보고 난 후에야 시즌 1에 대해서도 제대로 평가가 가능할 것 같고.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도대체 이 에피소드 여덟개는 어쩌라는 것이었나, 이런 생각도 좀 들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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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100년 후라구욧!!!!!)



 - 대충 마무리하자면 이랬습니다.

 캐릭터도 좋고 때깔도 좋고. 떡밥에 떡밥을 무는 '용용 죽겠지' 전개도 훌륭합니다. 뭣보다 나름 진지하고 하드한 편에 속하는 SF라는 점에서 존재 가치가 있죠. 아시겠지만 OTT 시대 덕에 SF가 나오긴 참 많이 나오는데 대부분 SF를 핑계로 대는 환타지에 가깝잖아요. 이런 궁서체 SF는 좀 드물어요.

 그래서 어지간하면, 특히 SF 좋아하시면 꼭 보시라... 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역시나 언제 끝날지 모를 이야기라는 게 추천의 발목을 잡네요. 정직하게 말씀드리자면 그냥 잊고 사시다가 대략 2년 후, 혹시나 3년 후 쯤에 완결 되면 몰아보시는 쪽을 추천합니다. 지금 보면 입맛 버려요. ㅋㅋㅋㅋ 이렇게 시즌 계속 이어갈 생각이면서 에피소드 8개가 뭡니까... 차라리 에피소드 한 15개쯤 해서 두 시즌으로 기획하면 안 되는 거였니... ㅠㅜ

 뭐 그렇습니다. 정통 SF에 목마르신 분들, 그리고 조나단 놀란스런 난해하고 무게 잡는 대화들에 반감이 없으신 분들이라면 대략 만족하시겠지만, 2~3년 후에 완결 나고 보시는 걸로. 소감 끝입니다.




 + 사실 가장 맘에 들었던 캐릭터는 중반부터 잔혹 살벌한 킬러로 등장하는 이 분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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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드 댄리씨. 뭔가 좀 사이코스런 역할로 한 방 임팩트 남기는 역할을 너무 잘하심요. '픽시', '맨디' 에서 맡았던 역할에 이어 이 드라마에서 맡은 캐릭터도 참 간지나는 미친 놈이었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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