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년의 기다림]은 칸에 처음 소개되었을 때 '틸다 스윈턴과 이드리스 엘바가 공연하는데 엘바가 뾰죽 귀 진으로 나오는 조지 밀러 영화'로 알려진 작품입니다. 다들 "이게 뭔가" 했었는데, 원작이 있었어요. [소유]의 A.S. 바이어트가 쓴 [The Djinn in the Nightingale's Eye]라는 단편요.

영화는 코로나 반영 2020년대에서 시작됩니다. 영국인 서사학자인 알테리아는 행사 때문에 튀르키예에 갔다가 골동품 가게에서 작은 병을 하나 사는데 거기서 그 안에 몇 백 년 동안 갇혀 있던 진이 튀어나옵니다. 그리고 진은 3000년 동안 자기가 겪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지요.

소품이면서 대작입니다. 영화의 액션 대부분은 호텔방에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예요. 그런데 그러는 동안 진이 해주는 이야기는 시바 여왕 시대부터 21세기까지 3000년을 커버하지요. 언어 사실성을 지키고 있어서 대사 상당부분이 튀르키예어이고 그 나라의 상당히 중요한 배우들이 나옵니다. 튀르키예 사람들에겐 많이 다르게 보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아, 스윈턴과 엘바가 고대 그리스어 대사를 읊는 것도 들을 수 있습니다.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안에도 꾸준히 이야기의 가치와 재미와 아름다움과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와 진이라는 설정 때문에 [아라비안 나이트] 생각도 많이 나고요. 능숙한 이야기꾼이 재주를 뽐낸다는 느낌도 듭니다. 영화를 다 보면 결국 야심없는 소품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그 동안 펼쳐진 세계의 다채로움은 인상적이죠.

영화는 이성애 로맨스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당황했던 부분이기도 한데, 아무도 스윈턴과 엘바를 한 영화에서 묶으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결과물을 보면 은근히 성공적입니다. 이게 아주 육체적인 로맨스는 아니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엘바는 이국적인 연인보다는 은은한 인생의 동반자와 같은 느낌을 주고... 생각해 보니 스윈턴은 무슨 일을 겪고 누구와 사랑에 빠져도 아무도 이상해하지 않는 배우가 아니었던가요. (23/01/16)

★★★

기타등등
공동각본가 어거스타 고어는 조지 밀러의 딸입니다.


감독: George Miller, 배우: Tilda Swinton, Idris Elba, Aamito Lagum, Nicolas Mouawad, Ece Yüksel, Matteo Bocelli, Lachy Hulme, Megan Gale, Oğulcan Arman, Kaan Guldur, Jack Braddy, Hugo Vella, Zerrin Tekindor, Anna Adams, David Collins, Burcu Gölgedar, Melissa Jaffer, Anne Charleston

IMDb https://www.imdb.com/title/tt9198364/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17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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