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20분처럼 느껴지는 91분이구요. 장르는 코믹/호러/멜로. 스포일러 있어요. 역시 추천할 맘이 안 생는 영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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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쇄비를 절약해주는 좋은 포스터네요.)



 - 이영자의 투신 자살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비만으로 인한 주변의 시선을 못 견디고 뛰어내렸다는군요. 이제 죽었으니 저승사자들이 데려가야 하는데, 뭐 하는 놈들인지 모르겠는 명계남, 박광정 콤비가 저승사자가 오기 전에 어딘가로 슥 데려가 버려요. 

 장면이 바뀌면 이제 주인공 김희선이 등장하는데, 철석같이 믿었던 남자 친구 차승원이 바람 피우고 있다는 걸 알고 '차라리 너 죽고 나 죽자!!' 라고 외치고 우울하게 지하철 플랫폼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아까 그 콤비가 나타나서 귀에다 대고 차라리 죽어 버리라고 영업을... 하는데 그래도 '내가 왜 죽어!! 난 안 죽어!!!'라는 걸 그냥 들어오는 지하철로 밀어 버리네요. 헐. 바로 사망.

 그러고 그 콤비가 김희선을 데려간 곳이 바로 '자귀모'입니다. 자살한 귀신들의 모임. 거기에서 다른 자살한 귀신들을 만나고, 이런저런 개그 좀 하다가 이제 이승에 두고 온 차승원에 대한 한 때문에 복수를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뭐 그러는 얘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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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한 화면 합성 기술을 보여주마!! 라는 취지는 알겠으나 이런 상황으로 그러는 게 과연 맞나 싶기도 하구요. 웃기는 상황이 아닙니다.)



 - 연속으로 두 영화를 욕 해놓고 이 영화 얘길 하자니 뭔가 심경이 복잡해지는군요. ㅋㅋㅋㅋ

 제가 뭐 일부러 욕하자고 검증된 못 만든 영화를 굳이 찾아 보는 변태는 아니구요. '구미호'를 보고 나니 그거랑 같은 계보(?)의 영화들을 쭉 보고 싶단 생각이 들어서 찾아봤어요. OTT에는 없고 올레티비에 무료로 있길래 감사한 마음으로. 다만 화면비가 안 맞는 걸 그냥 올려둔 게으름은 좀...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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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송뽀송한 차승원의 미모를 즐기... 기엔 짤 해상도에 문제가 많군요. ㅋㅋ 연기 괜찮습니다. 애초부터 재능이 있었나봐요.)



 - 그래서 아쉬운 부분부터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이 영화의 전략 역시 '구미호'와 같아요. 웃기다가 울리자. 이건데요. 여기에 하나 덧붙여진 것이 당시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삼은 거죠. 위에 적었듯이 이게 1999년 영화이고, 아직 한국 사회가 imf 쇼크에서 벗어나기 전입니다. 그래서 자살 사건들이 뉴스를 매일 같이 장식하던 시절이었고. 그렇게해서 탄생한 게 이 영화인데요. 네, 이게 가장 큰 문젭니다. 영화의 내용 자살 하지 말자라든가, 사람을 자살하게 만드는 사회에 대한 비판이라든가. 이런 게 정말 1도 없어요. 그냥 '자살한 사람 불쌍해 ㅠㅜ' 정도인데 그나마도 후반에 가면 다 잊어 버리고 다른 얘기만 하다가 끝납니다. 이게 이렇게 쉽고 하찮게 다룰 주제인가 싶어서 난감했구요.


 정말 웃기는 건 남녀 주인공(김희선, 이성재)의 배경 스토리입니다. 이 둘은 애초에 자살한 사람들이 아니에요. 김희선은 위에서 말했듯 야매 저승사자들에게 살해 당한 거고, 이성재는 자기 애인이 차에 치이는 걸 구해내고 대신 치어 죽은 겁니다. 이게 어떻게 자살입니까? 

 그리고 아까도 말 했듯이 이 영화에 나오는 자살자들은 대부분 저 야매 저승사자 콤비가 충동질을 해서 죽은 건데요. 그럼 당연히 영화의 최종 빌런은 그놈들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까. 근데 정작 얘들은 끝까지 하하 호호 거리며 드립 치고 놀다가 마지막엔 주인공들과 다정 친근하게 개그하며 끝나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쓴 각본입니까 휴먼.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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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자놈들!!! 을 가지고 계속 즐겁게 개그를 치고 나중엔 피해자와 흐뭇한 풍경까지 연출하니 이게 뭔...)


 또 성폭행 or 성폭행 시도 장면이 세 번 나오고 베드씬이 한 번 나오고 별 의미 없는 여배우 노출씬 나오구요. 이 당시 한국 영화 각본 쓰는 사람들에게 '여성의 고난'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게 성폭행 밖에 없었나보다... 싶었습니다.


 위에서 이미 한 얘기랑 연결 되는 단점인데, 세계관이 정말로 대충입니다. 이게 '구미호'와는 달리 이야기 설정이 좀 스케일이 크다보니 뭐라도 설명이 있어야할 것 같은데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예를 들어 저 야매 저승사자들은 진짜 저승사자들에게 쫓기는 입장이어야할 것 같은데 안 그럽니다. 그리고 그 야매들은 자기들이 끌어 모은 자귀모 회원들더러 계속 밖에 나가 자살자 영업을 해오라고 시키는데 왜 그러는지도 모르겠구요. 뭐 기타 등등등 참으로 다양한 의문들이 보는 내내 꼬리에 꼬리를 무는데 설명되는 부분은 거의 없어요. 


 캐릭터들 매력 없고 멜로 파트 설득력 없고 코미디는 안 웃기고 뭐 이런 건 패시브(?)니까 길게 얘기 안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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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교롭게도 제가 최근에 본 이 시절 영화들 중에 성폭행 장면 안 나오는 영화가 매우 적습니다만. 뭐 그냥 우연이겠죠.)



 - 자 그럼 장점인데요. 우선 아주 큰 장점 하나가 있습니다.


 그래도 모든 면에서 '구미호'보다 훨씬 낫습니다.


 아니 정말로. 비꼬거나 놀리는 게 아니라 칭찬입니다. ㅋㅋㅋㅋㅋ 그동안 전반적으로 발전한 게 확 느껴지더라구요. 

 저렇게 신나게 욕을 해놨지만 그래도 4년 선배인 '구미호' 대비 모든 면에서 업글 버전이에요. 

 cg를 비롯한 각종 특수 효과도 이제 '허접하지만 시대 감안하면 그럭저럭' 정도로, 조금 민망한 수준 정도로 올라왔구요.

 캐릭터나 스토리도 뭐, '구미호'를 보면서 '쟤들은 저기서 뭐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라는 생각을 했다면 이 영화는 '왜 저러는진 알겠는데 좀/많이 후지군' 정도로 대폭 업그레이드(...)

 멜로 파트도 그렇습니다. 여전히 하나도 안 와닿고 별로였지만 그래도 '응 멜로를 하고 있군'이란 생각은 들었어요. '구미호'는 그런 생각조차 안 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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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그 멜로가 주인공들의 멜로가 아니라는 게 함정. 이 영화의 유일한 멜로는 이성재 캐릭터와 생전의 연인 이야기입니다.)



 - 암튼 또 다시 한 번 '어쩌다 이 모양이 됐을까' 라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아마도 욕심이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 환상의 저승 세계라는 걸 설정해서 cg도 막 만들어 보여줘야지. 사후 세계에 이런저런 설정 넣으면 사람들이 흥미로워 하겠지? 자살하지 말잔 얘기도 하고. 성폭행 범죄에 대해서도 얘기 해 보고. 코미디언들 주조연 카메오로 막 캐스팅해서 드립 치게 하면 웃기겠지? 그리고 막판에 반전도 넣고 뭐도 넣고 뭐뭐... 이렇게 하고 싶은 건 참 많았고 그게 실제로 각본에 다 들어갔는데 교통 정리가 하나도 안 되어 있습니다. 


 그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케이스가 코미디/호러/멜로의 비중 배분인데요. 런닝타임을 절반쯤 넘어가면 코미디, 호러 다 사라지고 멜로만 남아요. 그것도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이성재 과거 이야기만 와장창 나오는 가운데 정작 김희선의 이야기는 대충 흐지부지. 그래서 런닝타임의 절반 동안을 시작부터 끝까지 하나의 표정(지긋이 바라보는 눈빛! vs 애처롭고 불쌍한 표정!)으로 버티는 주인공 둘을 보며 설득력 없는 멜로 감성에의 동참을 강요받게 됩니다만. 그마저도 이성재-김희선의 멜로가 아니라 각자 사정으로만 흘러가다가 영화가 끝나기 직전에 갑자기 "아, 맞다! 우리 사랑해야지??" 라는 식으로 키스씬 한 번 나오고 둘이 헤헤거리며 끝나요. 아니 대체 이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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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이 그나마 이야기할만한 부분이 있는 유일한 캐릭터였는데요. 그냥 귀신 이야기니까 '호러'도 넣어야지! 수준으로 다루다 하찮게 끝.)



 - 보면서 좀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다면 '백짓장'으로 나오는 유혜영의 캐릭터 이야기입니다.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자살한 캐릭터인데. 영화 내내 자신의 한을 풀겠다고 서울 시내를 쏘다니며 가해자들을 찾아서 하나씩 처단해요. 그러면서 김희선에게 '너도 살면서 억울했던 일에 대해 복수하고 싶지 않아?'라고 계속 동참을 권유하는데요. 사실 꽤 이야기할만한 게 많은 설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이게 그냥 '죽은 사람이 산 사람 세상에 영향 미치면 못써!' 라는 한 마디로 끝나요. ㅋㅋㅋ 심지어 이 백짓장에게 현혹(!) 되어서 차승원에게 복수 하려는 김희선의 행동은 언제나 차분하고 자상하신 이성재에 의해 간단하게 '나빠!'로 끝나고, 그렇게 교화되구요. 

 그러니 결국 이 캐릭터는 영화에 호러씬과 성폭행씬(...)을 넣어주기 위해 들어간 게 아니냐. 라는 의심을 하게 되고 그래서 기분이 나빴습니다. 그냥 가볍게 가려고 결심한 이야기라면 이런 소재 마구 갖다 쓰지 말라구요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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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기말을 겪으신 분들이라면 저엉말 익숙한 느낌의 장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저 톤이나 그림 분위기나... ㅋㅋ 와 엑시즈다!)



 - 뭐 결론은 저번 글이랑 비슷하니 짧게 적겠습니다.

 그러니까 이 또한 한국의 특수효과, 블럭버스터 지향의 발전 과정에 있었던 한 단계.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경험치 얌냠(...)을 위한 소중한 디딤돌 역할을 했던 영화다. 라는 데서 의의를 찾을 수 있겠습니다.

 그 외엔 지금 시점에서 건질 건 아무 것도 없으니 안 보셔도 됩니다. 끝.




 + 박광정씨, 장진영씨 두 분은 한참 전에 세상을 떠나셨죠. 다시 한 번 명복을.



 ++ 그러니까 '구미호'가 1994년작이고 이 영화가 1999년작. 그 사이엔 저번에 이미 글을 적어서 스킵한 '은행나무침대'가 있었구요. 사실 이 영화가 개봉한 1999년에는 드디어 처음으로 성공을 거둔 한국형 블럭버스터 '쉬리'가 있습니다만 그 영화는 다시 보기 귀찮구요. ㅋㅋ 그래서 2000년으로 넘어가면 '단적비연수'가 있습니다. 하하하. 다음엔 좀 덜 욕하는 글로 찾아뵙겠...



 +++ 이 영화를 만든 이광훈 감독은 '닥터 봉'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분이셨군요. 그건 평이 꽤 좋았는데요. 이후에 '패자부활전'과 이 영화를 만들고 '천년호'를 끝으로 필모그래피가 끊겼습니다. 그래도 만들어 내놓은 영화들은 하나 같이 캐스팅도 좋은 A급 제작비를 쓴 영화였네요.



 ++++ '사랑과 영혼'의 영향이 많이 보입니다. 이영자 캐릭터는 우피 골드버그 캐릭터의 한국식 번안 같은 느낌도 좀 들었구요. 뭣보다 귀신들이 벽이나 문을 뚫고 다니거나, 물건을 움직이려고 고생하다 결국 성공하거나 하는 장면들의 특수 효과와 연출 같은 게 딱 그 영화 느낌이거든요. 그런데 전 이런 귀신들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별로입니다. 저렇게 벽을 슝슝 뚫고 다니고 현실 물체와 물리적으로 작용하지 못하는 존재들이 어떻게 땅 속으로 꺼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걸까요. 심지어 달리기도 하고 점프도 하는데요. 자기 의지대로 뚫고 다니는 거라면 이해하겠는데 그것도 아니니.



 +++++ 한 때 탑배우였던 이성재씨는 요즘 뭐하고 지내시나... 궁금해졌죠. 이 분 정말 짧았지만 그동안 장난 아니었잖아요. '미술관 옆 동물원', '주유소 습격사건', '플란다스의 개', '신라의 달밤', '공공의 적' 등등. 근데 뭐 역시나 티비 쪽에서 활동 잘 하고 계셨군요. 그럼 그렇지. 내 인생이나 걱정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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