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4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51분. 스포일러는 진짜 별 거 없지만 마지막에 짧게 흰 글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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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4년 + 저예산 코미디 영화라 포스터도 이토록 훌륭합니다.)



 - 우리의 주인공, 뉴욕의 채소 장수 앨런 젊은이에겐 남들에게 말 못할 신비로운 기억이 있습니다. 8살인가 9살인가일 때 가족들과 배를 타고 여행 가다가 바닷속에서 인어 소녀를 발견하곤 풍덩 뛰어들어 즐거운 시간 보내다가 사람들에게 구조를 당했던 거죠. 그때 워낙 강렬한 인상을 받았는지 이후로 제대로 된 연애를 못 하고 맨날 나가리가 나서 '나는 어딘가 고장난 놈인가봐'라는 하소연을 하고 다니고 그래요.


 암튼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에 또 그렇게 한 번 차이구요. 고주망태가 되도록 취해서 택시를 타고 '케이프 코드요!'라고 호기롭게 외치고선 그 동네 바다에서 헤매다가 사고로 머리를 부딪혀 익사하려는 위기에서 당연히도 우리 인어 아가씨에게 구출됩니다. 하지만 인어 아가씨는 말 없이 사라져 버리고. 앨런은 아쉬움만 가득 안고 뉴욕으로 돌아오지만, 바로 그 때 그 동네 바닷가엔 정체불명의 금발 누드 아가씨가 출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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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속'의 그 유명한 '서울이요' 장면이 떠오르는 순간이었죠. 찾아보니 492km 떨어져 있고 대략 서울-포항 거리의 두 배입니다. ㅋㅋ)



 - 뭐 이것도 탑골 유명세로는 '빅'에 크게 뒤지지는 않는 영화죠. 론 하워드와 톰 행크스의 이름이 널리널리 떨쳐지기 시작한 작품이기도 하고. 또 이 시절엔 이렇게 대놓고 유명 동화를 현대판으로 각색하는 식의 이야기가 많지 않았어서 신선한 느낌도 있었고. 대릴 한나는 너무 예뻤고. 또 노출도 많았고(...) 

 근데 또 세월 흐르면서 많이 격하게 잊혀진 영화이기도 합니다. 저도 그렇게 잊고 살다가 '빅'을 본 김에 덩달아서 이것도 봤어요. 라는 사연이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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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수많은 소년들을 설레게 했던 섹시 생선 대릴 한나씨.)



 - 그러니까 대놓고 '인어 공주' 이야기잖아요. 그냥 인어가 나오는 이야기로 그치는 게 아니라 원작에서 유명한 설정들 몇 개를 그대로 써먹어요. 인어가 남자한테 홀려서 인간 세상에 나타나구요. 인간 다리를 달고 처음 나타났을 땐 말도 못 하구요. 남자 곁에 머물 수 있는 시간엔 제한이 걸려 있구요. 중간엔 인어 조각상을 가지고 농담도 좀 하고 그럽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맞춰 시종일관 '어른용 동화'톤을 유지합니다. 개연성 같은 건 고이 접어 날려 버리고 예쁘고 착하고 선량한 환타지 코믹 로맨스의 길을 가는 거죠. 웃김과 로맨틱함이 중요하고 이야기의 설득력 같은 건 한참 뒤로 미뤄져 있어요. 어찌보면 '빅'과 닮은 구석이 많기도 하고, 그래서 톰 행크스는 동화 같은 영화 두 편으로 대박 내고 탑스타가 되었구나... 싶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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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아름답고 동화적인 장면입니다만, 온갖 호러 영화에 찌든 제겐 물귀신에게 현혹된 가련한 어린이의 위기 상황으로 보였...)


 

 - '빅' 얘기를 꺼낸 김에 조금 더 말해 보자면, 음. 솔직히 '빅'보단 여러모로 가볍고... 좀 부족한 이야기라고 느꼈습니다.

 '빅'은 사실 애들 좋아할 소망 성취 환타지 이야기로 흘러가면서도 어디까지나 어른스러운 감성이나 생각들이 중요한 줄기로 박혀 있는 이야기였거든요. 그 이야기 자체도 충분히 공감하고 납득할만 했구요. 전에도 적었듯이 일단은 생각 많은 어른들을 위한 영화였어요. 

 '스플래쉬'에는 그런 게 전혀 없습니다. 톰 행크스 캐릭터의 삶의 고뇌는 애초에 인어와의 만남으로 시작된 것이니 처음부터 환타지이고. 그것도 끽해야 '나는 왜 연애를 못 할까' 라는 정도의 고민으로 끝날 뿐이죠. 마지막에 이 양반이 내리는 커다란 결단도 그냥 '낭만적 엔딩'을 위해 그렇게 흘러갈 뿐 별다른 설명이 없어요. 그나마도 톰 행크스 캐릭터는 사정이 나은 게, 대릴 한나의 인어 캐릭터는 그마저도 없는 그냥 사랑꾼 바보 인어 한 마리일 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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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대릴 한나는 예쁘죠.)



 - 그래도 재미는 있습니다.

 일단 인어 설정을 이용한 농담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그 중 상당수는 지금 봐도 웃깁니다. 인어가 말을 못하는 건 마법 같은 게 아니라 그냥 인간 언어를 몰라서 그런 것 뿐이고. 인어 언어를 사용하면 음파 공격!!! 이 되어서 사방 물건들이 박살이 난다든가. 식당에서 랍스터 구이를 시켜 놓곤 껍질까지 우지끈 우지끈 씹어 먹는 동족 상잔 개그라든가. ㅋㅋ

 로맨스 쪽으로 가면 뭐... 캐릭터들이 너무 빌드업이 없다 보니 별로 설득되진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역시 그 시절의 뉴욕 이곳저곳을 보여주며 관광 로맨스 비슷한 분위기를 잡아 주는 건 좋았네요. 어쩌다보니 '워킹걸', '빅'에 이어 세 번째 80년대 뉴욕 이야기인데. 그래서 자꾸 나오는 쌍둥이 빌딩을 보면 기분이 좀 복잡하지만 어쨌든 그 시절 분위기 나서 반가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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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랍스타 마이쩡!! 장면인데요. 탑골 회원 분들이라면 다들 기억하실 박세민의 영화 개그 코너 생각이 나서 웃었습니다. 그거 '스플래쉬'편이 유난히 기억에 남아요. 결말도 대략 기억나구요.)



 - 배우들 보는 재미도 괜찮았습니다.

 일단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나 버렸던 존 캔디의 모습을 다시 보는 게 참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딱 그 시절에 자주 보던 전형적인 '미워할 수 없는 진상' 캐릭터를 맡아서 열연을 하시는데, 뭐 사실 지금 기준으론 충분히 미워하고도 남을 캐릭터이긴 합니다만. 역시나 그 시절스럽게 웃겨주니 그냥 반갑더라구요.

 그 외에도 새파랗게 젊은 톰 행크스와 유진 레비의 연기 보는 재미도 있구요. 톰 행크스의 주인공 캐릭터는 사실 이야기 톤과 캐릭터 성격상 무매력으로 묻혀 버릴 수도 있는 캐릭터였는데 역시 배우가 잘 하니 괜찮더라구요. 마지막으로 대릴 한나의 인어는 먼저 말 했듯이 내면 따윈 1도 없는 관상용 캐릭터지만 그래도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우니 본인 할 일은 충분히 다 한 걸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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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인해보니 돌아가신 게 1994년이니 벌써 내년이면 30주기네요.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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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얼마 전에 '아메리칸 파이'를 보고 이 젊은 모습을 보니 더 웃겼던. ㅋㅋ 근데 사실 이 영화에선 캐릭터가 그렇게 재밌진 않으십니다.)



 - 근데 엄... 뭐랄까. 80년대식 천진난만 순수함 자체는 좋은데, 거기에 딱히 물고 뜯고 씹어볼만한 알맹이가 전혀 없으니 '싱겁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었네요. 아무리 동화톤 이야기라고 해도 캐릭터들 디테일이 너무 없었어요. 

 톰 행크스의 캐릭터는 그냥 디테일이 없다... 라는 정도인데 우리 인어님 캐릭터는 그게 내내 좀 반칙입니다. 대체 왜 가족도 친구도 없이 혼자 사는 생명체인 건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물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 건지, 어째서 일주일 시간 제한이 걸려 있는 건지도 끝까지 그냥 아무 설명이 없습니다. 인어 공주 설정을 갖다 쓰긴 하는데 말 그대로 설정의 본체만 뚝. 하고 떼어다 갖다 쓰고 그에 대한 모든 설명을 거부하는데, 보다보면 설명하기 난감한 부분들은 그냥 다 외면해 버린 것 같아서 '각본 참 편하게 쓰셨군요' 라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구요. ㅋㅋㅋ 요즘 세상에 영화나 드라마 스토리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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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럴 능력이 있으면 붙들려 갈 때도, 도망칠 때도 좀 발휘하시면 좋았지 말입니다?)



 - 대충 결론을 내자면요.

 걍 허허실실 그 시절 갬성 떠올리며 가볍게 즐기기 나쁘지 않은 영화입니다. 배우들도 잘 하고 아직도 먹히는 개그도 꽤 있구요. 또 그냥 머리를 비우고 뇌 주름을 탱탱하게 잡아 핀 상태로 분위기만 즐긴다면 나름 로맨틱하기도 하죠. 

 근데 캐릭터와 이야기가 좀 과하게 얕습니다. 비슷하게 동화틱 환타지였던 '빅'과 비교하니 그 격차가 너무 커서 작가님이 좀 게으르셨던 게 아닌가 하는 불만이 생길 정도. ㅋㅋ 주인공 둘에게 조금이라도 더 이입하고 공감할만한 사연이나 설정을 넣어줬음 훨씬 좋았을 텐데. 아쉬웠네요.

 그러니 뭐 대략 톰 행크스 팬이시라든가, 그 시절 갬성 가볍게 되살리고 싶은 분들이라든가... 라면 기대치 낮추고 볼만한 영화이긴 합니다만. 굳이 추천을 하겠니? 라고 묻는다면 '글쎄올시다'라는 답을 하고 싶어지는 영화였습니다만. 그래도 존 캔디도 보고 대릴 한나 귀염뽀짝 캐릭터도 보고 그랬으니 그냥저냥 나쁘지는 않았던 걸로.




 + 전 왜 이 영화의 대릴 한나가 이미 '블레이드 런너'에서 프리스를 연기한지 2년 후라는 게 이렇게 어색할까요. ㅋㅋㅋㅋ

 제게 이 배우님은 '블레이드 런너'와 '킬 빌'로 각인이 되어 있어서 청순 귀염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그렇더라구요.



 ++ 이것까지 보고 나니 문득 '코쿤'이 다시 보고 싶어지는데, 이건 정말 vod로는 볼 수 있는 루트가 없나보네요. 험...;



 +++ '이티'가 떠오르는 전개들이 좀 있습니다. 사실 '빅'을 보면서도 살짝 비슷한 생각을 했는데. 정말로 영향을 조금이라도 준 게 아닐까... 라고 의심을 해도 큰 무리는 아니겠죠. 바로 직전에 나온, 그렇게 거대한 히트작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또 당연히 '셰이프 오브 워터' 생각도 나더라구요. 이건 정말로 영향을 받았거나, 살짝 인용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았습니다. ㅋㅋ 영화 톤은 완전히 다르지만요.



 ++++ 그래서 짧고 싱거운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대릴 한나를 쫓던 유진 레비 과학자님의 집요한 집착이 결실을 거두어서, 우리 과학자님은 대통령도 참석한 커다란 행사 연회장에서 대릴 한나에게 물을 뿌려 생선 하체를 드러내게 하는 데 성공합니다. 만세! 내가 옳았어!!! 입니다만. 그렇게 붙들린 대릴 한나를 자기보다 높은 과학자들이 학대하며 심지어 해부를 해서 죽게 만들 계획이라는 걸 알고 반성하는 과학자님.


 그때 '내 일생의 연인이 생선이었다니!!!'라는 충격에 정신을 못 차리고 찌질해진 톰 행크스입니다만. '야, 사랑이 쉬운 줄 아냐!!!?' 라고 일갈을 날려준 존 캔디 덕에 정신을 차린 톰 행크스는 삼인조로 과학자들 실험실에 잠입해서 대릴 한나를 데리고 도망치구요. 바닷가에서 추격자들에게 몰려 위기에 처합니다만. 먼저 대릴 한나를 바다로 다이빙 시켜 탈출시키구요. 잠시 머뭇거리다가 사랑을 위하여 현생을 몽땅 내던지기로 결심, 뒤 이어 다이빙합니다.


 어째서 그런 게 가능한지 설명은 1도 없지만, 암튼 그래서 대릴 한나와 함께 행복한 인어가 되어 어여쁜 바닷속 관광을 다니는 톰 행크스의 모습을 보여주며 엔딩이에요. 어째서 행크스에겐 생선 꼬리가 생기지 않는지는 묻지 않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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