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림 4G Scream 4 (2011)

2011.06.10 13:51

DJUNA 조회 수:9355


[스크림] 시리즈의 특징은 회를 거듭할수록 스스로를 축소시킨다는 것입니다. 1편에서는 실제 세계와 장르 영화의 관계를 다루었습니다. 2편에서는 호러영화의 속편을 다루었죠. 3편에서는 그런 속편들을 만들어내는 영화판을 다루었고요. 각 영화들은 모두 앞의 작품에 철저하게 종속되어 있어서 다른 세계로 탈출이 불가능합니다. 계속 안으로 파고들 수밖에 없지요. 마트로시카 인형처럼요.


[스크림 4]는 네 번째 마트로시카 인형입니다. 이 영화가 다루는 건 리부트와 리메이크예요. 요새 할리우드 유행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거겠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베스트셀러를 쓴 시드니는 책 홍보를 위해 우즈보로로 돌아오는데, 하필 바로 그 날에 [스크림] 1편을 모방한 연쇄살인이 일어납니다. 단순히 범행방식만 비슷한 게 아니라 관련된 사람들도 비슷합니다. 이번에 연쇄살인마와 재수없는 옛 남자친구에 시달리는 여자주인공은 시드니의 조카인 질이지요.


저번 영화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호러영화의 규칙들은 다시 한 번 점검되고 인용되고 변형됩니다. 이번 영화의 살인마(들)도 호러영화에 훤한 사람들이고 그에 맞서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왜 이런 식으로 사건에 대응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요. 이게 리메이크 살인이고 자신이 이전 살인사건의 틀 안에 들어가 있다는 게 밝혀지면 당장 마을을 뜨는 게 상식적인 생각이 아닌가요. 물론 [스크림] 세계의 사람들과 상식을 연결시키는 건 무리일 수도 있지만.


영화를 보면 조금 피곤해집니다. 1편을 보면서 전 호러영화를 보고 지식을 활용하는 즐거움을 롤러코스터처럼 체험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다루는 장르와 그 활용이 좁아지는 동안 전 점점 폐소공포증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현실세계와의 관계는 오래전에 끊어지고 이제 영화 속 사람들은 오로지 호러영화의 규칙으로만 생각합니다. 이것은 풍자이고 비판일 겁니다. 하지만 풍자의 대상이 공허하고 얄팍하면 풍자 역시 얄팍해집니다. 대부분의 경우 둘은 연결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영화 속의 살인장면에 대해서도 저는 조금씩 냉담해졌습니다. 아마 영화와 저의 책임 모두가 있을 겁니다. 이전에도 열성팬은 아니었지만 전 슬래셔 영화 속 살인을 그렇게 즐기지는 못해요. 게다가 이번 4편에서 벌어지는 살인들은 거의 강박적인 반복처럼 보입니다. 역시 조금은 피곤해요.


이번 영화는 시리즈 안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을까요? 전 다소 누더기 같았던 3편보다는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2편과 비슷하거나 조금 못한 정도. 물론 다시 보면 나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굳이 재감상이 필요한 영화인 건지요. 저에겐 아닙니다. (11/06/10)


★★☆


기타등등

우즈보로 호러영화팬들이여, 제발 다른 영화들도 보세요. 호러영화 세계엔 슬래셔 영화만 있는 게 아니라고.

 

감독: Wes Craven, 출연: Neve Campbell, Courteney Cox, David Arquette, Hayden Panettiere, Emma Roberts, Rory Culkin, Erik Knudsen, 다른 제목: Scre4m


IMDb http://www.imdb.com/title/tt126241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4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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