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 Pina (2011)

2011.10.21 23:58

DJUNA 조회 수:10103


빔 벤더스는 피나 바우쉬와 20년간 친구 사이였다고 합니다. 그 동안 바우쉬와 함께 영화를 만들 계획을 계속 품고 있었는데 그 계획이 구체화되기 직전에 바우쉬가 죽고 말았죠. 처음엔 영화를 포기하려 했습니다. 공동 창작자가 사라졌으니까요. 하지만 몇 개월 뒤 마음을 바꾼 그는 피나 바우쉬에 대한 영화를 만들기로 방향을 고쳐 잡았습니다.


바우쉬가 살아있었다면 어떤 영화가 나왔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 작업 방식을 고려해본다면, 아마 영화 시작했을 때 바우쉬에게 물었어도 몰랐겠죠. 그 영화가 완성되지 않은 건 슬픈 일입니다. 아무리 벤더스의 [피나]가 잘 뽑혔다고 해도 이 영화는 어쩔 수 없이 반쪽 짜리거든요.


특별한 줄거리가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바우쉬의 작품 클립들이 조금씩 소개되고 그 중간중간에 바우시 자신이 직접 나오는 클립이나 부버탈에서 바우쉬와 함께 일했던 댄서들의 회상이 삽입됩니다. 그들을 소개하는 독무나 이인무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요. 종종 댄서들은 무대에서 벗어나 공원이나 시내로 나가 바우쉬가 안무한 춤을 추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재미있으면서도 조금 아쉽습니다. 바우쉬라면 단순히 기존 안무를 바깥으로 끌어내는 것으로 멈추지 않고 무언가 재미있는 걸 직접 했겠죠.


피나 바우쉬의 안내서로서 [피나]는 적절치 않습니다. 하일라이트 클립만으로는 바우쉬라는 예술가의 진수를 알기는 어렵죠. 이 사람의 작품은 부분의 합보다 전체가 더 크고 무용은 전체 작품의 일부일 뿐이니까요. 영화가 보여주는 춤은 이미 바우쉬의 작품에 어느 친숙한 사람들에게나 온전히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외부 관객들에게 어느 정도 닫혀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영화는 일종의 애도사로서 가장 잘 먹힙니다. 피나를 알았고 존경했던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작별인사인 것이죠. 분명 영화를 보면서 모르는 사람의 장례식에 들어온 것 같은 어색한 기분을 느끼는 관객들도 있을 겁니다.


3D 영화입니다. 아마 최근에 나온 스테레오코픽 영화들 중 가장 입체감이 뛰어난 작품일 겁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요새 나오는 할리우드 액션 영화들은 대부분 개념상 2D를 부풀린 것들입니다. 아무리 리얼 3D로 찍는다고 해도 관객들은 이들을 2D에 3D를 추가한 것으로 인식합니다. 하지만 무대 공연은 처음부터 3D입니다. 입체성은 처음부터 자연스러운 것이죠. 할리우드 액션 영화들과는 달리 [피나]의 3D은 태생상 당연한 것입니다.


[피나]의 무용은 3D 때문에 더 생생해보입니다. 벤더스 역시 새로 얻은 차원으로 몇몇 재미있는 실험을 하고 있고요. 하지만 3D라고 해서 이 기술이 무용 기록의 새로운 대안이 되지는 못합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건 진짜 3D가 아니라 스테레오코픽입니다. 약간 입체성이 느껴지는 2D죠. 우리가 보는 입체시라는 것도 이런 것입니다. 벤더스가 그리는 [봄의 제전]은 일반적인 무용기록 영화와 크게 다른 것이 없습니다. 그는 여전히 무용수들을 특정 위치에서 특정 구도로 찍어 자르고 편집하며 영화를 만듭니다. [봄의 제전]를 재료로 삼은 특정 영화적 해석일 뿐, 무용 전체는 아니죠.


그래도 전 여전히 이런 작품들을 더 보고 싶습니다. 특히 영화에서는 클립만 소개되는 [봄의 제전]과 [카페 뮐러]를요. 아뇨. 저도 두 작품들을 모두 무대에서 봤습니다. 단지 전 이 작품들에 대한 그의 해석을 보고 싶어요. 물론 집에 이 두 작품을 블루레이로 저장해놓고 심심할 때마다 볼 수 있으면 더 좋은 거고. (11/10/21)


★★★


기타등등

중간에 갑자기 한국어가 튀어나와요. 피나를 회상하는 무용수들 중 김나영씨도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감독: Wim Wenders, 출연: Pina Bausch, Regina Advento, Malou Airaudo, Ruth Amarante, Rainer Behr, Andrey Berezin, Damiano Ottavio Bigi


IMDb http://www.imdb.com/title/tt144026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9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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