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제가 조직개편되는데 발령이 누락되었다고 글을 썼었는데...

알고보니 그게 우리 사업부장(공장장)이 '왜 기껏 키워놓으면 빼가냐!' 라고 인사팀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셔서 저를 비롯한 몇명 과장, 대리급의 명령이 지연된거라고 하더군요.

하는 일은 그대로인데 조직이 바뀌면 공장장이 이런 저런 추가 과제를 시킬 수가 없으니...  게다가 공장 조직이 일을 맡길 수 있는 젊은 과장이나 고참대리급은 매우 모자라고 나이가 많은 차부장들이 신입 및 2~3년차 사원만큼 많은 S라인 조직이라서... (...)


그나저나 조직이 합쳐지면서 제가 속한 파트는 2개의 파트로 나눠지고 다른 조직의 파트와 합쳐져서 팀이 되었습니다. 팀원은 7명인데 팀장이 1명에 파트장이 3명이니 그냥 팀원이 3명인 가분수 조직. 


파트장들은 다 50대인데 팀장은 40대입니다. 

얼마전 회의 하는데, 팀장이 내년 신입사원 한명을 받겠다고 하더군요. 조직이 가분수인건 대외적으로도 안 좋고 인력관리면에서도 안 좋다며..


사실 조직이 합쳐지기 전에는 50대 2명에 30대 한명이 있는 가분수 조직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팀장에게 여러번 신입사원을 받아야 한다라고 이야기 했었는데.. 50대인 윗분들은 팀장에게 '사람 뭐 필요 있냐.. 가과장이 좀 게을러서 그렇지..' 라는 늬앙스로 필요 없다고 이야기를 한것 같더군요. 팀장이랑 개별 면담을 할때도 '가과장은 자기 능력을 100% 발휘 안하는것 같다. 좀 더 적극적으로 달려들어라' 라고 했었고... 제가 '윗분들이 다 50대인데, 지금이라도 신입을 받아서 트레이닝을 시켜야 한다. 최소 4~5년은 트레이닝이 되어야 업무가 빵구 안난다' 라는 이야기에도 '가과장이 다 할 수 있잖아..' 라고 응수를 했으니까요.


이분들이 신입을 받고, 조직의 볼륨을 키우는데 소극적이었던것은 자기 자리 챙기기였죠. 팀 전체 회식때 같은팀 다른파트 후배들이 '과장님네는 신입 안 받아요?' 라고 하니까 옆에서 '안돼.. 가과장은 나 그만둘때까지 신입 못 받아..' 라고 대놓고... -_ -;


하여튼 아래사람 입장에서는 조직의 볼륨이 쪼그라들던 말건 자기 자리 지키기 위해 '우리 사람 필요없다. (내가 정년까지 하면 된다.)' 라는 투로 이야기 해왔으니 인사팀에서야 사람 모자란다고 아우성인 조직에 사람을 보낼 수 밖에 없고... 사람이 줄어 업무성과가 떨어지면 자기 존재에 대한 어필이 안되니 더 자리보전에 급급하고...



팀장이 신입을 받겠다고 하니 윗분들 표정이 굳더군요. 새사람이 들어오면 옛사람이 나가야 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아무래도 능력을 인정받아 젊은 나이에 팀장이 된 사람 보다는 나이가 더 많은 아래사람이 나가야할 가능성이 더 크니까요. 사람을 받겠다는건 나이 많은 파트장들을 견제하려는 의도죠. 당신들 나이 많아도 내말 잘 들어라.. 하는.


올해 성과평가를 위해 새팀장이랑 면담을 하는데, 자기자리 지키는데 급급해서 업무성과도 형편없고 조직볼륨도 쪼그라트렸다면서 제 직속상사들을 깝니다. (사실 제가 입사할때만 해도 2개파트 9명이었던 조직이 사람이 줄고 줄어 3명이 되니 1개 파트로 합쳐버린것이었기 때문에..)  뭐 저도 당연히 올해 성과평가는 점수가 별로였구요. 저도 올해는 연애한다 결혼한다 하면서 일을 좀 등한시 한데다가 다른팀이랑 협업하는게 좀 꼬인것도 있었기 때문에 감수하려고요. 


그런데 제 직속상사가 물어보더군요. 평가점수 잘 받았냐고.. 자긴 공식적으로 이의신청하겠다고.. 너는 안하냐고.. 공식적으로 이의신청이야 당연히 할수는 있지만, 보통 그전에 평가면담을 할때 이의제기를 하고 협의를 하니, 그후에 이의신청을 하면 기록에 남으니까 팀장을 한번 흔들어 보겠다는 의도죠. 저도 같이 동참하자며 은근히 찔러보는데 저는 빠졌습니다. 

연봉이라도 깎이면 관둬버리겠다고 말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요...(진짜 관두라고 하면 난감이지만.. )  윗분들은 아이들 학자금 때문에 깍이더라도 붙어있는게 이득이죠. 특히나 제 윗분은 대학생 자녀가 2명이나 되기 때문에... 저희 회사는 학자금의 90%까지 지원해주니까 대학생 자녀가 2명이면 같은 직급의 무자녀 직원보다 일이천만원은 더 받는 셈이니. 그래서 더더욱 자리보전에 목메는거겠지만요.


제 파트장이 그러더군요. 너도 과장인테 팀장이 하란다고 예예 하지 말고 아닌건 아니라고 얘기 좀 하고 대들라고.. 아니 업무지시가 이상한것도 아니고 합리적인 지시를 하니까 예예 하는거지..  이상한 얘기 하면 저도 아니라고 합니다. 일단 지금까지는 엉뚱한 지시가 없었죠. 


팀장은 매년 신입을 받아서 조직을 키우고 세대교체 준비를 하겠다고 하겠다는데 교체를 준비해야 하는 사람들의 저항이 어떻게 될지 흥미진진해지긴 합니다. 저만해도 제가 하는 일외에 제 윗분들이 담당하는 다른 일을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당장 견제가 들어오고 신경쓰지 말란소리가 나오는데, 신입사원이 들어온다고 이분들이 제대로 교육을 하고 키울까 싶긴 하네요.  


그냥 저는 유탄만 안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몇년전에 2개 파트가 1개 파트로 합쳐졌을때도 윗분 둘이 서로 바운더리 싸움하면서 각자 저를 불러다가 자기 말 들으라고 할때도 피곤했는데 지금 상황은 긴장도가 그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할 상황은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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