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 제작 과정

2011.12.29 02:12

도니다코 조회 수:6104

그냥 사실 기술요. 댓글이 사라져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추구하는 모피가 제작되는 과정은

 

1.

가벼워야 하기 때문에 가죽이 얇은 작은 동물을 써야 합니다. 큰 동물은 가죽 자체가 두껍고 무거워요.

그래서 작은 동물을 쓰면 모피 코트 하나 만드는 데 100~200마리 정도를 죽여야 합니다.

 

2.

부드러워야 하기 때문에 산채로 벗겨야 합니다. 모든 포유류는 죽고나면 가죽이 뻣뻣해지기 때문에

살아 있는 상태에서 벗겨내야 해요.

 

3.

벗겨내는 과정에서 찢어지거나 상하면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과정도 빠르지가 않습니다.

칼로 과일 깎아내듯이 구석구석 조금씩 뜯어내는 거죠.

그 과정에서 겪는 고통은 전혀 소리를 내지 않는 동물인 토끼가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미친듯이 지르는 그런 수준입니다.

그러고 동물들은 다 벗겨진 후에도 살아 움직입니다.

그 동물들은 쓰레기매립장처럼 깊게 파인 구덩이에 쏟아집니다.

가죽 없는 핏덩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바글바글 거리다가 죽어갑니다.

 

4.

모피 코트의 수요가 많아 야생 개체로는 택도 없습니다. 밍크는 진작에 씨가 말랐죠.

그렇다보니 이들을 지옥과 같은 사육환경에 가둬두고 계속 새끼를 낳게 만듭니다.

강제로 자궁에 정액을 넣어 수정시킵니다. 암컷은 끊임없이 강제로 임신한 후 몸도 돌릴 수 없는 철창 안에서 죽음만 기다립니다.

한 마리가 평균 7번 정도 임신을 하고 나면 자연적으로 지쳐서 죽는다고 합니다. (목숨 한번 질깁니다.)

물론 자연적으로 죽게 내버려두진 않습니다. 죽을 것처럼 눈알이 돌아가 있으면 얼른 죽기 전에 벗겨냅니다.

심장이 뛰고 피가 돌 때 벗겨내야 하니까.

새끼들은 역시나 지옥 같은 사육 환경에서 자라나면서 부모 앞에서 벗겨집니다.

모든 과정은 동물이 보는 앞에서 이뤄집니다. 그래야 동물들이 공포에 떨면서 인간을 두려워해 다루기가 쉽습니다.

 

5.

그렇게해도 동물의 수는 모자라고 코트를 만드는 이들은 더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에

길거리에 떠도는 유기견과 고양이들을 잡아와 똑같은 과정을 반복합니다.

특히 털이 좀 고급스럽고 예쁜 슈나우저나 포메라이안 같은 종류는 아주 인기입니다.

슈나우저만 벗긴 가죽이 산처럼 쌓여있는 걸 봤습니다.

뭐 모피 벗겨낸 가죽이 수십킬로미터가 산처럼 쌓여있더군요.

 

 

'육식'은 단순히 너무 많은 소비 때문에 '공장 사육'이 도입되면서 너무 잔인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원래 육식 자체가, 고기를 만드는 것 자체가 그렇게 잔인한 건 아닌데 소비가 너무 많아져서 공장 사육이 도입되면서 그렇게 된 거죠.

 

반면 '모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되는 모피는 단 한 벌을 만들더라도 저럴 수 밖에 없습니다.

가볍고 부드럽고 상하지 않고 고급스러워야 하니까요.

 

다시 돌아가

0.

추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1. 큰 동물 한 마리를 잡습니다. 두껍고 털도 뻣뻣한 동물이죠.

2. 죽인 다음에 벗깁니다. 벗긴 후에 남은 고기는 먹구요.

꼭 필요한 만큼만 죽이는 것이고 필요한 만큼의 고통이고 이건 그냥 자연의 법칙이죠.

커다란 동물의 뻣뻣하고 다소 무거운, 그러나 좀 더 따뜻한 코트를 만들어 거의 평생 입습니다.

그나마도 안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여기까진 그냥 사실 기술입니다..

 

단지 제가 말하고 싶은 바는 이런 윤리적인 이슈가 나올 때,

그냥 흑백 논리로 전부 다 안 된다 뭐 이런 게 아니라

안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까진 안 하자는 겁니다.

육식이나 개고기나 모피나 전부 반대 주장하면 딱 잘라서 그러면

이러이러한 것들도 싹 다 하지 말아야지~하면서 반박하는 건 흑백 논리 같아요.

안 할 수 있는 건 안 하자는 거죠.

모든 건 디테일이 중요하잖아요?

예술품도 영화도 외모도 얼굴도 몸매도..

인생도 디테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크게 보면 다 똑같죠 다 거기서 거기고 다 보잘것 없는 존재고

다 문명사회의 악을 딛고 살아가죠.

하지만 내가 벗어날 수 없는 시스템이 너무도 당연히 악을 딛고 돌아간다고

그 악을 신경쓰지말고 그냥 누리자 당연한거다 이런 마인드 보다는

그 악의 범위를 조금이라도 좁혀보려는 사람들,

지킬 수 있는 선까진 지키려는 사람들의 마인드가 좀 더 좋다는 거죠.

어차피 완전히 논리적으로 결백한 '선'이라는 걸 지키려고 사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 건 존재하지도 않아요.

이미 많은 영화에서도 다뤄진 주제고 심지어 시트콤에서도 농담거리로 쓰이구요

완전무결한 선이라는 건 없어요.

하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진 관심 가지고 하는 것.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에게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배려를 하는 것.

그게 인간답게 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듀나님의 <킬러들의 도시> 리뷰 끝부분을 인용하면서 마칠게요.

" 아무리 발버둥쳐도 우리가 사는 이 아귀가 맞지 않는 세계에서 절대로 탈출

할 수 없으며 그 세계를 바꿀 수도 없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이렇게도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발버둥을 치기라도 해야 우리가 그럭저럭 사람처럼 보인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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