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렉스 Dr. Seuss' The Lorax (2012)

2012.04.19 23:12

DJUNA 조회 수:10293


[로렉스(로랙스라고 표기해야 하지 않나요?)]의 원작은 닥터 수스의 동명 그림책입니다. 그의 작품들 중 가장 어두운 편에 속하죠. 내용은 나이 든 원슬러가 그림책에 소년의 모습으로 그려진 '너'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 젊은 원슬러가 트루퓰라 나무들이 자라는 아름다운 숲에 도착해 나무로 스니드라는 발명품을 만들면서 시작합니다. 원슬러가 첫 번째 나무를 자르자 숲의 정령인 로렉스가 나타나 그에게 경고하지만, 원슬러는 가족들을 불러들여 스니드를 만드는 공장을 차리고, 결국 숲은 황폐해지고 말죠. 책은 원슬러가 소년에게 마지막 트루퓰라 씨앗을 주면서 자연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경고를 하며 끝납니다. 닥터 수스식 친근한 캐릭터들이 발랄한 척하며 잔뜩 나오는 책이지만 거의 환경주의적 호러에 가깝죠.

단편이라면 모를까, 극장용 장편영화를 이렇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크리스 르노와 카일 발다는 이 영화에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새로운 이야기를 추가했습니다. 소년 '테드'는 모든 것이 플라스틱 인공물로만 만들어진 '스니드빌'에 사는데, 짝사랑하는 소녀 오드리에게 트루퓰라 나무를 구해주기 위해 원슬러를 찾아갑니다. 원슬러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마을의 실질적인 지배자이고 정제한 공기를 파는 사업가인 오헤어는 나무를 들여오려는 테드를 막으려 해요.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경고와 호소로 끝난 원작 그림책에 현재의 행동을 덧붙인 거죠.

영화는 시종일관 밝습니다. 스니드빌은 플레이모빌 동네처럼 생긴, 반질반질하고 알록달록한 색으로 가득 찬 곳으로, 각본은 오염 때문에 공기가 나쁘다고는 하지만 꽤 살기 좋아보입니다. 사람들이 공장에서 산 신선한 공기로 만족한다면 그냥 그렇게 살라지, 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죠. 가끔 테드가 마을 밖 원슬러의 집을 찾아갈 때만 화면이 어두워질 뿐이죠. 원작에서 팔과 손만 보이는 어두운 인물인 원슬러도 영화에서는 멀쩡한 보통 사람이지요. 무엇보다 농담들이 많습니다.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농담이 5분 이상 멎는 부분이 단 하나도 없어요. 모든 주인공들이 자기 차례의 농담을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이런 밝음은 거의 신경질적으로 보입니다. 닥터 수스의 묵시록적 비전이 너무 무서워서 강박적으로 농담들을 쏟아내며 이를 잊으려 하는 것처럼 보인단 말이죠. 특히 영화가 뮤지컬이 될 때는 그렇습니다. 이 영화의 춤과 노래는 모두 패러디예요. 진심으로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웃기고 싶어서 하는 개그입니다. 당연히 영화는 경박해보이는데, 전 이런 경박한 태도가 오히려 꽤 심각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농담꾼들은 대부분 현실을 그 자체로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아닙니까. (12/04/19) 

★★★

기타등등
전 닥터 수스의 환경주의적 비전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진짜 자연은 수스의 낙원이 그런 것처럼 귀여운 아기곰들이 빨간 나무 숲에서 과일을 먹으며 행복하게 사는 곳이 아니죠. 자연은 잔인한 생존경쟁의 장이며, 아기곰들은 언젠가 다른 동물들을 사냥하는 야수가 되어야 합니다. 닥터 수스의 그림책은 환경운동의 대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지요. 그렇다고 그의 책을 그냥 거부하자는 말은 아니에요. 여전히 환경운동은 중요하고, 그의 비전을 교정해줄 수많은 다른 책들이 있으니까요.

감독: Chris Renaud, Kyle Balda, 출연: Danny DeVito, Ed Helms, Zac Efron, Taylor Swift, Betty White, Rob Riggle, Jenny Slate

IMDb http://www.imdb.com/title/tt1482459/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4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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