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2000 몇년도.... 비교적 초반.. 하여튼 군휴학 하기 전의 꼬꼬마 새내기 시절.

어쩌다 보니 기말고사 때 전공과목이 네 개가 몰려서 환장할 지경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기말고사 객관식의 압박. 객관식으로 낸다고 하길래 사시기출 문제집 공부해갔더니

문제 50개 보기 70개 죽 프린트해놓고... 자 골라서 써넣어라... 객관식 맞지? 악마같은 교수님)

여튼 네 과목 다 막판 정리하려면 별 수 있나요. 밤 새야지.


그런데 밤을 새는 것까진 좋은데, 너무 쫓기다 보니 밥 해먹을 시간조차도 없더군요.

시험 전 3주일 공부한 것보다도 시험 전날이랑 당일에 초치기로 1회전한 게 더 기억에 남는 법이니.

그래서 머리를 잠깐 굴리기를.

그냥 밤을 새고 새벽나절에 학교 가면서 지하철 안에서 끼니를 때워야겠다.

새벽 첫 차, 혹은 두번째 차를 타면 사람들 거의 없을 테니까요.

아침 다섯시 반쯤 타니까 과연 3호선은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승객은 한 두어 명?

그렇게 귀신같은 몰골로 지하철 좌석 한 칸 다 차지하고서는

한 손에 프린트를 들고 다른 쪽에는 김밥을 놓고

한 10여분동안 씹는지 마시는 건지 모르게 10분만에 후다닥 집어넣고

프린트 좀 더 훑다가 학교에서 내렸죠.


며칠 뒤. 선배 한 분이 동아리방에 들어오더니 국민일보 신문을 휙 던지면서

"야, 그거 봤어? 3호선 안에서 식사를 하는 용자가 있나보더라?"

"예?"

"어떤 놈이 아침에 전철 안에서 식사를 하신 모양인데 그게 칼럼에 떴어."


훑어보니

".... 그 학생은 매우 초췌한 몰골로... (중략) ... 학업에 매진하는 것도 좋지만

대학생은 지성인인데 기본 소양을 지키는 것도 대학생의 올바른 자세.. (후략)"

라고 써 있더군요.


"... 형."

"왜임마."

"이거 저 같은데요..?"

"......"



덧.

- 요즘도 저러고 살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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