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 쌍둥이 남매 아빠 에이왁스입니다.

 

내년이면 취학아동의 학부형이 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만,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벌써 자신의 의사를 또렷하게 말하고, 부모들과 지지고 볶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1.

 

한날 한시에 태어난 쌍둥이 이지만, 아들과 딸은 성격과 행동이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딸은 적극적이고, 활발하며, 외향적이고, 친구가 많고 체술에 능합니다.

달리기 발군, 철봉, 줄넘기 못하는 것이 없어요.

 

반면, 아들은 상대적으로 딸보다 키도 작고, 체술에 능하질 못하죠.

완력도 딸리고, 끈기가 없고, 무엇이든 쉽게 포기하고, 화를 잘내요.

덕분에 유치원에서 남자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몇달전에는 거의 왕따 수준의 따돌림을 받기까지 했죠.

솔직히 지금도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만나 놀때에도, 같은 반인 딸은 여자아이들과 무리지어 땀흘리면서 놀때,

아들은 남자아이들과 떨어져서 혼자 미끄럼타고 정글짐하다 들어오더라구요.

 

이런 아들때문에 아내는 걱정이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들이 많이 이해가 되요. 제 성격이 어렸을 때 그랬거든요.

딸 아이의 성격이 엄마 같다면, 아들은 제 쪽을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물론 정상적인 것은 아니지만, 지금도 친구는 많이 가리는 편이고, 마음을 열고 만나는 친구는 10명 내외니까요.

 

문제는 아들의 자존감 부분인데, 아들은 이 부분이 많이 상처를 받은 것 같아요.

마음 속으로는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아이들이 받아 주지 않을때의 자괴감이 쌓이고 쌓여서,

최근에는 아예 본인 스스로가 아이들과 친해지려고 하지를 않아요.

제가 보기에 아들과 마음 맞추어 놀 수 있는 수준(?)인 아이들이 같은 반에는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보여지구요.

그 또래의 남자아이들이 좀 난폭하게 땀흘리면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데, 아들은 체력도 딸리지만 그런 놀이 자체를 좋아하지 않거든요.

조용히 책을 보고, 역할 놀이를 하는 것을 공을 굴리고 뛰어다니는 놀이보다 좋아하는데, 그 또래 남자아이들이 가만히를 있나요. ^^;

 

여러모로 걱정이고, 아내는 복지관에서 음악치료와 놀이치료를 1년여간 해왔지만, 사실 크게 달라지는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다음달 부터는 인지치료를 시작한다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이런 저런 테스트를 받아 보니 인지 부분의 지능이 평균 이하라는 결과를 받아 보고 마음을 고쳐 먹었지요.

테스트 결과내용을 읽어보니 논리적으로도 이해가 되었어요.

대인관계의 기본은 상대방의 기분을 파악해서 거기에 맞추어 주는 것으로 시작하게 되는데, 아들은 너무 자기 중심적이라 남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전혀 파악하지를 못하는 문제가 있더군요.

 

무튼,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주어 고마우면서도 아이가 자라면서 바람도 커지고, 고민의 종류도 계속 진화하네요.

인큐베이터에 있을땐 건강하게만 나와라.

신생아때는 제발 우유 100ml만 마셔라.

100일 무렵에는 밤에 잠좀 자주면 안되겠니?

1돌 근처에는 기저귀는 언제 떼려나

2돌 근처에는 이녀석들과 언제나 대화하려나

3돌 근처에는 밥좀 혼자 먹으면 안될까

4돌 근처에는 감기좀 그만 걸려라. 소아과 간호사 언니와 정들겠..

5돌 근처에는 한글은 언제깨우치려나, 동화책 읽다 성대 결절 오겠다...

6돌 근처에는 친구좀 많이 사귀었으면..

 

2.

 

아들의 이런 저런 문제로 인해, 성격도 다소 문제가 생겼습니다.

쉽게 화를 내고, 대인관계의 스트레스를 엄마나 누나(5분 먼저지만)에게 풀어버리는 것이지요.

게다가, 집중력이나 이런 모든 것들이 지속되지 않아 낮은 수준의 ADHD 증상도 보이게 되었어요.

 

그리하여, 집중력 향상을 위해 시작한 것이 건프라입니다.

7세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더 쉬운 것 부터 시작해야 겠으나, 아빠의 욕심으로 HG부터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설에 건담 엑시아로 시작하여, 최근에는 구프 커스덤

어제부터는 자쿠 지상전 세트를 같이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엑시아를 시작할 때만 해도, 옆에 앉아서 빨리 만들라고 재촉만 하던 아들에게,

지금은 니퍼를 잡는 방법과 설명서(설계도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를 보는 방법을 하나하나 가르치고 있어요.

 

자쿠 지상전 세트는 고맙게도 2대의 탱크와 2대의 와파가 작은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어,

아들이 조립의 손맛을 느끼기에는 최고의 키트인 것 같습니다.

 

어제는 제가 조립을 안하고, 옆에서 아들이 부품을 자르면 게이트만 다듬어 주면서,

설명서를 보고 직접 조립할 수 있도록 도와만 주었습니다.

 

이번 양산형 자쿠는 아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의 힘으로 조립을 하겠다고 공언을 한 상태라,

하루에 팔 하나, 다리 하나씩 만들 계획이에요.

제가 다 설레네요.

 

이렇게 아들을 건프라의 세계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제가 꿈에 그리던 아빠와 아들이 함께 건프라를 만드는 날이 온 것이지요.

행복합니다.

 

3.

 

지난 밤새 안철수의 다운계약서 게이트(?)가 터졌군요.

2시간여 만에 "무조건 잘못했다"는 사과가 나와서 인지, 온라인 분위기는 그렇게 냉냉하지는 않네요.

온라인 성격상, 반 새누리 경향이 강하다는 점도 있지만 그 사이 이 정도 다운계약서 정도의 편법(해당 시점에는 불법은 아니라고 하니...)은 무덤덤해 져서일지도 모르겠네요.

 

솔직히 네거티브로 맞짱뜨면 ㅂㄱㅎ쪽이 더 불리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이 일을 더 크게 만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냥 저냥 저놈도 똑같은 놈이고, 뒤로는 할거 다한다라는 프레임으로 몰아 가겠지요.

 

전 지난 대선에서 문국현을 선택했던 아픔(?)을 가지고 있고, 그 선택에 지난 5년간 반성 아닌 반성을 많이 한 지라,

이번 선거에서는 제대로된 선택을 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내심 안 철수 대선후보가 끝까지 완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합니다.

 

과정 중에서, 제가 몰랐던 부분과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일들이 터져나올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 선택의 시간까지 그 과정을 즐기고 싶어요.

 

 

0.

 

마지막으로 인증 없으면 소설이기에, 쌍둥이 남매 최근 사진 한장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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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추석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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