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꼼수가 주춤한 새 잘 나가는 팟캐스트 이이제이를 진행하는 정치평론가가 작년에 쓴 글이랍니다.


서울시민으로 살고 싶어하는 작가의 염원이 담긴 이동형 작가의 세번째 역작 "정치과외 제1교시"에서 발췌

선거판의 책사들, 윤여준

한나라당의 제갈량이라고 불리는 윤여준…….우선 그의 학력이다. 윤여준은 대한민국의 최고명문중에 하나인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러나 대학은 sky이가 아닌 단국대학에 입학을 한다. 경기고를 들어가는 수재라면 당연 서울대 아니면 연고대를 가야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단국대를 택했다. 이유는? 공부를 안했기 때문이다. 일설에 의하면 이때 윤여준의 건강에 이상이 생겨 공부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하는데 (공부도 체력싸움의 하나이다.) 그래서 그는 공부대신에 독서에 몰두했다고 한다.
이 당시 그의 독서량이 훗날 그를 정치판의 제갈량으로 만든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단국대를 졸업한 윤여준은 동아일보에 입사, 기자 생활을 시작하는데 역시 이 기자생활도 그가 전략가가 되는데 상당부분 일조를 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 정치는 여론정치이다. 여론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파악하고 그 여론을 어떻게 이끄는가가 정치를 좌지우지 하는 것이다. 히틀러의 대표 모사 괴벨스는 나치의 선전가였고, 박정희의 모사 이후락은 국가재건최고회의의 공보관이었으며, 전두환의 대표모사인 허문도도 기자출신 이었고 "준비된 대통령", "DJ 와 춤을" 히트시켜 김대중 대통령 만들기 공신이었던 윤흥렬도 기자 출신이었다.

이후 당시 여당의 기관지라 불리는 경향신문으로 이직한 윤여준은 얼마 후 신문사를 나와 주일대사 공보관으로 들어간다. 이후 줄곧 공보관, 공보비서관등을 맡으며 자연스레 여론과 정치를 몸에 익혔다. 그러면서 실력을 인정받은 윤여준은 항상 권력의 지근거리에서 꿈을 키워나간다. 그리고 드디어 그의 꿈을 실현시켜줄 주군을 만나니 그가 바로 이회창이다.

97년선 거에서 김대중에게 패한 이회창은 (많은 분들이 윤여준은 두 번이나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에 실패했다고 하는데 실은 97년선 거에서 윤여준이 한 게 별로 없다. 윤여준은 2002년 대선에서 선거를 지휘했지, 97년은 아니다. 단언 컨데 윤여준이 97대선에 전권을 휘두를 수 있었다면 정권교체가 위험할 수도 있었다. 윤여준의 실력이 그만큼 대단하다.) 다음해에 윤여준을 자신의 정무특보로 임명했다. 그리고 2002년, 드디어 윤여준은 한나라당 미디어 대책위원회를 맡으며 지략가로서 면모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때도 윤여준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선거판을 짤 수가 없었다. 한나라당 내에서 이때부터 서서히 윤여준을 견제하는 세력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윤여준은 야인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한나라당내 윤여준 비토세력 때문이다.
결국 그는 패배의 멍에를 뒤집어쓰고 일선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노무현 탄핵이 이루어지고 그 후폭풍으로 한나라당이 고사 직전에 이르자 한나라당은 그를 다시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한나라당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으며  화려하게 컴백을 한다. 그리고 당시 최병렬의 뒤를 이어 다 쓰러져 가는 한나라당을 이어 받은 박근혜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를 했다.

"무조건 잘못했다고 말하세요. 핑계도 필요 없고 이해를 구하는 것도 필요 없습니다. 무조건 무릎 꿇고 잘못했다. 다음엔 이러지 않겠다. 반성한다. 고 만 말하세요. 그것 말고는 없습니다."

이 말은 들은 박근혜는 빙긋 웃으며 "잘 됐네요. 어렵지도 않고……."했다는데 어쨌든 그 선거에서 전멸할 것 같았던 한나라당은 살아났다.

위의 윤여준이 한 충고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도 같고 전략도 아닌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내가 다른 책에서도 여러 차례 말했지만 대한민국 선거판에서 진보개혁세력은 절대 보수를 이길 수 가 없다. 백번선거하면 백번 다 깨져야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새누리당이 늘 삽질을 해주기 때문이다. 새누리의 삽질이 없다면 절대 진보개혁세력의 승리는 있을 수가 없다.

박근혜가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박근혜는 아무것도 안하고 아무 발언도 안한다. 즉, 아무것도 안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삽질을 안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선거의 여왕이 되는 것이다. 위의 윤여준 발언도 당시의 한나라당의 보통의원이면 절대 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 아직도 노무현 탄핵이 정당했다고 생각하는 새누리당의원들이 숱한 것이 현실이다. 윤여준이 무서운 이유가 바로 이것인 것이다. 윤여준은 사태파악을 대단히 객관적이고 무섭고 정확하게 진단한다. (새누리당에서 그런 인간 없다. 아니, 보수전체를 통틀어서 그런 사람 없다.) 그런 정확한 진단아래에서 기획과 전략이 나오는 것이다.

필자는 윤여준이 인터뷰한 것을 볼 때마다 소름이 쫙 돋는다. 이런 사람이 새누리당에서 핵심보직을 맡는다면 다음 대선도 힘들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윤여준이 야인으로 있는 게 사실 너무 기쁠 정도이다. 그러나 윤여준을 너무 무섭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안철수 사태를 보니 이제 윤여준이 많이 늙어 총기가 떨어진 것 같다. 전략가로서 완벽한 실패이다. 아니면 욕심이 너무 앞섰던가…….

그리고 이명박정부편에 설 가능성도 제로이다. 윤여준은 이명박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명박도 마찬가지로 윤여준을 싫어하고 말이다. 그러니 아무리 이명박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윤여준을 부를 일은 없을 것이다. 이명박이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가 되고 당선이 확실시 돼가던 무렵 윤여준은 한나라당 관계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들 도대체 어떻게 하려고 이러느냐?"

어쨌든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의 지략가로 활동한 윤여준은 선거패배의 책임을 뒤집어쓰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한나라당은 대선전에 있었던 총선에서 중진급 거물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는 공천학살이 일어나는데 이는 이회창이 자신의 권력 강화와 "한나라당 = 수구" 라는 이미지를 벗고 싶어서 실시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학살당한 의원들과 그를 따르는 대의원들은 강력반발 했다. 그러면서 이를 뒤에서 지휘한 것이 윤여준 아니냐는 의심을 계속해서 했다. 이러한 것들에 대선패배라는 짐까지 더해져서 윤여준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대선직후 한나라당은 이회창이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새로운 대표를 뽑기 위한 전당대회를 치루어야 했고 이때 대표 후보로 나온 최병렬은 자신의 승리를 위해 윤여준을 책사로 불러들인다. 그리고 윤여준은 기다렸다는 듯이 최병렬의 러브콜에 화답하며 그의 곁으로 달려갔다.

이게 윤여준의 가장 큰 단점이다. 윤여준은 자신을 알아봐주고 자신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스타일이다. 지금 이명박과 사이가 좋지 않지만 이명박이 당선되고 그를 찾아 중용하겠다고 했으면 충분히 달려가고 남았을 위인이 바로 윤여준이다.

최틀러의 사람이 된 윤여준은 "씨바, 봤냐? 내실력? 내가 이런 사람이야" 라고 내지르며 단숨에 최병렬을 한나라당의 대표로 만들어 버렸다. 이때 그가 짠 필승전략은 "이회창 삼고초려론" 이었다. 당시 최병렬은 과거 2002년 대선 시 "이회창 필패론"을 내세웠던 전력으로 이회창을 지지하는 세력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회창이 장기간 한나라당의 총재로 있었고 대선에서 아깝게 패한 후 정계은퇴를 선언했었기 때문에 당내에선 이회창 동정론까지 일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회창을 비난한 최병렬로서는 전당대회가 쉽지 않은 상태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윤여준은 "이회창 삼고초려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윤여준이 짠 이 "이회창 삼고초려론" 한방으로 그동안 섭섭해 있었던 이회창 세력들의 마음을 풀어주게 된다. 거기다가 강재섭과 김덕룡등 중진들과의 연대도 주선했으며 최병렬의 전당대회 연설문까지 직접 쓰고 언론과의 인터뷰까지도 코치하면서 당시 한나라당의 주류이자 강력한 1위후보 서청원을 따돌리는데 성공한다.

(일화하나, 당시 노무현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서 "나는 한국에서도 공산당이 허용될 때라야 비로소 완전한 민주주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노무현이 이 발언을 한 것은 그가 방일중이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은 공산당활동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노통의 이 발언에 당연히 최병렬은 발끈하여 강력한 비난과 항의를 하려고 했지만 윤여준은 다음과 같은 말로 최병렬을 달랬다.

" 우선 발언의 진의를 알아봐야 한다. 그리고 일본 공산당이 어떠한지도 자세히 모르지 않느냐?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김어준이 왜 윤여준을 보고 "합리적이고 말이 통하는 보수다."라고 했는지 감이 오시는가? 윤여준은 김대중/노무현의 공도 상당부분 인정하고 있고 새누리당의 과도 굉장히 날카롭게 비판하는 사람이다. 일례로 오세훈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짓" 이라는 말까지 했었다. 오세훈을 시장으로 만들어준 인물이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렇게 최병렬을 당대표로 만드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윤여준이었지만 윤여준이 전면에 나서고 언론의 조명을 받으면 받을수록 한나라당내에서는 그를 비토 하는 세력이 늘어만 갔다. 이것도 책사로서의 그의 한계이다. 앞서 언급한 김대중의 책사 엄창록, 이런 면을 볼 때는 이 양반이 진정한 책사인 것이다. 엄창록은 꾀를 내면서도 절대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이것이 전략가의 기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여준은 전면에 나서길 즐겼다. 그래서 이 때문에 그를 견제하는 온갖 세력과 싸우게 된다. 싸움을 즐기지 않는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흐름이 그렇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윤여준의 한계가 바로 이것이다.

이후 그는 최병렬의 신임과 지원으로 한나라당 여의도 연구소장을 맡으며 꿈을 키웠으나 한나라당과 최병렬이 차떼기와 노무현 탄핵으로 날아가자 야인으로 살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소금 먹은 놈이 물 찾고 똥마려운 놈이 화장실 찾듯이 탄핵으로 다 쓰러져 가는 한나라당은 구원투수로 그를 다시 부를 수밖에 없었고 이 선거판에서 그는 "무조건 사과 와 거여 견제론"을 들고 나와 박근혜와 한나라당을 살려냈다.

그 후 한나라에서 다시 그를 견제하는 조짐이 보이자 미련 없이 한나라당을 탈당, 야인의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으나 윤여준의 실력을 아는 인사들이 그를 가만 두지 않았고 윤여준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오세훈의 선거기획위원장이 되어 그를 당선시켰다. 이후 한나라당대통령후보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박근혜와 이명박 측이 동시에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모두 거절했다. 그리고 이명박이 당선되고 윤여준은 이명박에게 날카로운 독설을 내뿜게 된다. 이것이 이명박과 윤여준의 사이가 멀어진 결정적 계기였다.

선거전 인터뷰에서 이명박은 윤여준과의 친분을 과시했던 적도 있었기에 선거전 까지는 사이가 소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나 당선 후 보수의 전략가로 통하는 윤여준이 본인을 비난하자 우리의 각하께서 노여워하신 것 같다.
이후 이명박에게 간간히 독설을 날리며 가끔씩 언론에 주목을 받던 윤여준이 다시금 세간에 화제를 뿌리는 사건이 일어나니 여러분들이 다 아시는 "안철수 사태" 이다.  

이 안철수 사태로 윤여준은 치명상을 입었다. 사실상 재기불가능사태까지 갈 수 있다고도 보여진다. 이제 그가 전면에 나서서 무었을 하려고 하면 세간의 온갖 비난이 그에게 쏠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의 장자방이라 불리는 그가 이 사태를 어떻게 돌파하는지 눈여겨 보는 것도 정치를 보는 재미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다음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박근혜가 지금 같은 대세론을 밀어 붙인다면 윤여준이 설 땅은 단 한 평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새누리와 박근혜가 어려워지면 보수는 반드시 윤여준을 찾을 것인데 그때 윤여준이 어떻게 움직일지…….우리 모두 재미있게 지켜보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389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230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0696
125848 프레임드 #748 [1] new Lunagazer 2024.03.28 19
125847 의사 증원 2000명이 천공 밈화 되는 걸 보면서.. new 으랏차 2024.03.28 157
125846 이미 망한 커뮤에 쓰는 실시간 망하는중인 커뮤 이야기 [4] new bubble 2024.03.28 340
125845 몬스터버스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new 돌도끼 2024.03.28 65
125844 롯데 인스타에 [12] new daviddain 2024.03.28 135
125843 고질라 곱하기 콩 봤어요 [3] new 돌도끼 2024.03.28 181
125842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3] update 조성용 2024.03.28 265
125841 데드풀 & 울버린, 배드 보이즈:라이드 오어 다이, 더 배트맨 스핀오프 시리즈 더 펭귄 티저 상수 2024.03.27 110
125840 하이브 새 아이돌 아일릿(illit) - Magnetic MV(슈퍼 이끌림) [2] 상수 2024.03.27 145
125839 프레임드 #747 [4] update Lunagazer 2024.03.27 43
125838 [핵바낭] 다들 잊고 계신 듯 하지만 사실 이 게시판에는 포인트란 것이 존재합니다... [10] update 로이배티 2024.03.27 381
125837 예전 조국이 이 게시판에 글을 쓴 적이 있지 않습니까? [4] 머루다래 2024.03.27 619
125836 ZOOM 소통 [8] update Sonny 2024.03.27 257
125835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을 수 있는 사람 catgotmy 2024.03.27 207
125834 문득 생각난 책 [1] update daviddain 2024.03.27 131
125833 종교 유튜브 catgotmy 2024.03.27 103
125832 [왓챠바낭] 엉망진창 난장판 코믹 호러, '좀비오2' 잡담입니다 [2] update 로이배티 2024.03.27 147
125831 보아 신곡 -정말 없니?/그거 아세요? 귤에 붙어 있는 하얀 것은... 상수 2024.03.27 178
125830 토드 헤인즈 감독, 줄리안 무어, 나탈리 포트만의 메이 디셈버를 보고 - 나는 괜찮고, 알고 있다는 착각들(스포있음, 내용 보충) 상수 2024.03.27 196
125829 다시 한번 역대 최고의 영화 중의 한 편인 칼 드레이어의 <오데트> 초강추! ^^ (3.27, 3.30, 4.14 서울아트시네마 상영) [8] crumley 2024.03.26 20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