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작가 다비드 루소는 가족 일 때문에 프랑스와 스위스의 국경지대에 있는 무트라는 마을에 왔다가 어떤 금발 여자의 시체가 실려가는 것을 봅니다. 여자의 이름은 마르틴 랑주뱅으로, 캉디스 르쾨르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던 모델 겸 기상 캐스터입니다. 적어도 그 작은 동네에서는 유명인사였죠. 아이디어가 없어 고생하던 루소는 이 사건을 소재로 소설을 쓰기로 결정합니다.

그런데 루소는 사건을 수사하면서 괴상한 경험을 합니다. 일단 사건 수사를 위해 만난 사람들 중 상당수가 진상을 알려하지 않거나 드러난 단서들을 은폐하고 있어요. 그리고 마르틴 랑주뱅/캉디스 르쾨르의 일생은 괴상할 정도로 마릴린 먼로의 일생과 닮았습니다. 심지어 주변인물들도요. 마릴린 먼로가 야구선수 조 디마지오와 결혼했던 것처럼 마르틴은 동네 스키 선수와 결혼했고, 마릴린 먼로가 아서 밀러와 재혼한 것처럼 마르틴은 같은 방송국 서평가와 연애를 했습니다. 게다가 마르틴이 마지막 연애 대상으로 찍었던 건 이니셜이 JFB인 동네 정치가. 심지어 그 동생은 주지사였지요.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마르틴의 분석의는 마르틴이 마릴린 먼로를 우러러봤고 롤 모델로 삼았다고 합니다. 분명 이 사람은 살아있을 때 마릴린 먼로를 의식적으로 흉내내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 사람이 먼로의 삶을 그대로 따라가고 심지어 주변인물들까지 그 길에 협조한 것은 그것만으로 설명이 안 됩니다. 그냥 정말로 괴상한 이야기인 겁니다. 루소는 끝에 가서 사건의 해답을 찾긴 하지만 그것은 그 이상한 세계 안에서만 의미있는 해답일 뿐, 이 우연의 일치에 대한 해답은 아닙니다.

[노바디 엘스 - 마릴린의 편지]는 모방과 선망에 대한 영화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프랑스인들의 미국문화선망에 대한 영화지요. 영화는 마르틴 랑주뱅/캉디스 르쾨르를 통해 마릴린 먼로의 삶을 미니 사이즈로 재현하고 있기도 하지만, 사건을 수사하는 다비드 루소를 통해 미국 하드보일드 소설을 흉내내고 있기도 합니다. 실제로 영화는 루소를 제임스 엘로이의 추종자로 묘사하고 있지요.

재미있는 아이디어입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고요. 단지 영화는 이들을 최대한으로 발전시키지 못합니다. 그러기엔 영화가 너무 현실적이에요. 다비드 루소는 단지 현실세계 속의 아마추어 탐정이 할 수 있는 일만 할 수 있을 뿐인데, 그 정도만으로는 소재의 겉만 핥을 수 있을 뿐입니다. 이 영역에서 이야기를 제대로 다루려면 데이빗 린치 정도의 비약은 필수지요.   (13/01/01)

★★☆

기타등등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제목이 그냥 [노바디 엘스]였죠. 지저분한 부제를 붙이는 이상한 유행은 언제나 되어야 사라질 건지.

감독: Gérald Hustache-Mathieu, 배우: Jean-Paul Rouve, Sophie Quinton, Guillaume Gouix, Olivier Rabourdin, Clara Ponsot, Arsinée Khanjian, Eric Ruf, Lyès Salem, Joséphine de Meaux, Ken Samuels, Antoine Chappey, 다른 제목: Nobody Else But You

IMDb http://www.imdb.com/title/tt173663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4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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