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t au tour des gens favorables au mariage pour tous de défiler, à Avignon.
(동성인 결혼법 반대 시위대 앞에서 키스하는 젊은 레즈비언 커플)


벌써 두달째 접어든 파리에서의 동성 결혼법을 둘러싼 대규모 시위에 대해서 몇자 적어봅니다.
올랑드 정권 (PS : Parti Socialiste 현 사회당)의 대선 공약 중의 하나였던 동성 결혼법 (나아가 자녀 입양권 포함)은 정말 피곤하다 싶을정도로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처음 파리에 도착했을 90년대초에는 저는 동성연애자에 대한 개념자체가 없었어요.
소설이나 외국 영화속에서만 존재하는 사람들이라고 아주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언어연수 같이 하던 반 친구들 중에 베네주엘라에서 온 한 멋진 남자애가 저희 반에 있었어요. 친하게 지내며 수업이 끝나면 같이 밥도 먹고, 영화도 보러가고… 저도 모르게 짝사랑을 하게 됐는데, 몇달이 좀 흘러 어느날 저는 드디어 고백을 하기로 맘을 먹었죠.
정말 절벽에서 떨어지는 심정으로 그애에게 고백을 했는데, 제 얘기를 쭉 듯더니 이 친구가 제게 "야, 너의 고백, 정말 마음에 와 닿지만 나는 게이야, 너 몰랐니?" 하더군요. "게이? 게이가 도대체 뭐니…?" (당시 저는 18세임에도 불구하고 개념 전멸… )

제가 너무 무지하고 순박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 만큼 한국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개념이 전무했던 것인지… 저는 그 당시만해도 정말 "게이"가 실제로 존재한다고는  생각조차 못하는 수준이었죠. 어쨌거나 상당한 충격을 받긴 했어요. 그 이후 이 친구는 자신의 게이로서의 삶에 대해 조금씩 얘기를 해주면서 저도 점점 동성애에 대해 머리가 깨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유일하게 제가 아는 동성애에 관한 것은, 여하튼 에이즈가 걸리게 되는 나쁜 것… 정도의 아주 미개한 개념이었죠. 친구의 말로는 동성애자로써 살기로 결심이 드는것이 아니라 그렇게 태어나는 것이라고, 자신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았다고. (이 친구의 말들은 훗날 "Mysterious Skin" (Greg Araki)의 영화를 보면서 절감했습니다. 제가 본 게이를 다룬 영화들 중, 가장 날카로운 시각을 가진 영화라고 생각해요. 미스테리어스 스킨은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동성애자가 되는지"를 말해주고 있지만, 영화를 보면 그것이 선택인지 아닌지에 관한 불분명하고 혼돈스러운 면에 대해 "사회적인 잣대"를 떠나 잘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또, 이 혼돈은 저같은 이성인뿐만이 아니라 스스로가 게이인지 아닌지를 의문하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답을 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파리에서 학교를 다니면서도 프랑스 친구들을 만드는 것은 참 어려웠습니다.
프랑스의 또래애들은 이미 중, 고교를 다니며 만들어진 그룹 단위로만 어울리고 - 머, 이건 어느나라나 마찬가지만… - 그 그룹안에 들어가 "정식" 멤버가 되는 것은 실질적으로 상당히 어려웠어요. 초보 떠벅이 불어도 더더욱 장애가 되었구요. 그런 중, 저를 환영하며 받아준 유일한 그룹의 친구들은 이 동성애자 친구들이였지요. 마이너리티끼리 모인다고 해야하나. 사회적으로 외면당하는 동성애인들로 저는 한국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에서 온 동양인으로써… 그렇게 저는 파리에 온지 3년이 흘러서야 제 스스로의 "친구 그룹"을 갖게되었습니다. 대부분 남자 게이친구들이였는데, 이 친구들은 항상 제게 "최대한 너를 숨기지않고 가장 너일때가 제일 예뻐"라고 말하며,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차원을 떠나 제가 제 스스로의 모습을 당당히 보일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항상 격려해주었습니다.
이런 우정은 제 스스로를 이해하는 과정에, 혼자 외지에서 살면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엇을 숨기고 살아야하는 삶에서 오는 절박감, 그로 인한 상처들. 그 당시 많이 즐기고 웃었지만, 어딘가에 항상 이런 슬픔이 있었던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상처받은 또 소외받는 사람들", "가족들과 나눌수 없는 비밀"을 가지고 살아야하는 이들에게서 오는 삶에 대한 절실함이 어린 저의 마음에 와닿은 것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당연한 듯합니다.

90년대 말 쯤 해서 커밍 아웃이라는 말이 돌면서, 프랑스에서도 커밍 아웃을 시작하는 유명한 게이들이 점점 늘어가게 되었죠. (예를 들어 지금 파리 시장인 Bertrand Delanoe 베르트랑 들라노에 아저씨 등등 ). 제 친한 친구들도 보면 다들 지방에서 상경한 친구들로 부모님들은 그들이 게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 태반입니다. 제 친구들의 대부분도 이 시기에 집안 식구들에게 커밍 아웃을 하기 시작했지요. 그러나 몇몇 친구들은 끝까지 커밍 아웃을 못하더군요. 부모님이 절대 이해못하는 것이 대부분의 결정적인 이유였어요. 예를 들자면 친구들 중 한 녀석은 브르타뉴의 시골 어촌에서 왔는데, 아버지, 할아버지 삼촌등등 다들 어부이고, 이 어촌 어부들의 머릿속에 독자가 게이라는 것은 절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아니면 모로코에서 이민 2세대의 친구는 집안이 무슬림이고 전통적인 아랍형인데 게이라고 했다가는 부모님이 자살할지도 모른다 등등… 그러나 커밍 아웃이 집안에서 바로 받아들여진 친구들도 있고, 또 처음에는 냉전이였다가 결국에는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무어라 정형화시킬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여하튼 이 친구들과 지내며 가장 절감한 것은 "마이너리티 커넥션 (Minority Connection)"에서 오는 동지감, 그리고 이 소수파라는 것에서 오는 자유로움과 또 "우리는 당신과 틀려요" 라는 생각이 주는 대범함. 이런 감정과 생각들은 제게 아주 소중한 "학교"가 되었습니다. 이 친구들이 대부분 HIV 감염으로 치료를 받는 것을 지켜보면서 에이즈에 대해서도 조금씩 "막연한 두려움" 보다는 좀 더 의학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파리의 마래(Marais)지구는 90년대부터 각종 언더그라운드 게이바가 들어서면서 이제는 전형적인 게이들의 동네가 되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제 게이친구들조차 마래는 너무 게이의 "게토(Ghetto)"가 되어버렸다, 마래는 게이들 자체의 커리커쳐라는 비판의 시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2000년대가 들어서면서 프랑스에서는 "게이"라는 것이 마치 옷이나 음악처럼 어떤 "유행의 증상"으로 되어버리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오래전부터 게이들에 대한 개념 자체가 사실 여전히 타부시 되고 있었고  그로 인해 많은 혼돈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릅니다. 예를 들어 게이들은 섬세하다, 게이들은 여자 친구나 다름없다, 게이들은 옷을 잘 입는다, 게이들은 잘 논다 등등의 판에 박힌 고정관념들이 셀수없이 많기도 하구요. 아니면, 게이들은 에이즈의 원인이다, 게이는 정신병의 일종이다 등등의 중세기적 시각들도 사실 여전히 존재하구요. 프랑스는 카톨릭의 보수적인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파리나 큰 도시를 빼면 대부분 동성애자에 대해 적대감, 거부감을 갖고 있는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특히 어느정도 나이 지긋하신 분들의 경우는 대부분 게이는 정신병이라고 집안의 수치라고 생각하지요.


La précédente manifestation contre le mariage gay, le 17 novembre dernier avait réuni 100 000 personnes. Les "anti" espèrent faire mieux ce week-end.
(동성인 결혼법 반대시위 행렬 슬로건 : 프랑스에 필요한 것은 아이들, 동성인들은 필요없다,)


2000년 이후, 저는 스스로가 게이인지 아닌지 잘 모르지만 "경험삼아" 마치 유행처럼 "게이"가 되는 애들도 파리에서 많이 봤습니다. 그러나 피레네 산골로만 가도 "동성애자"는 정신병자라고 생각하는 젊은이들도 아직 많다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파리에서는 "게이"라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굳이 짚고 넘어가자면 게이들이 일하는 분야에 따라 천차 만별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예술이나 음악, 패션, 디자인등 문화나 언론쪽에서 종사하는 게이들은 사회적인 차별을 받는다고 보지 않지만, 다른 직업쪽으로 가면 게이라는 것을 숨겨야하는 것도 다반사입니다.
이러한 혼란속에서 2012년이 되어서야 "동성애 결혼법"이 사회당의 선거 공약으로 나오면서 동성애자가 드디어 마이너리티 소수권에서 벗어나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결혼하고 입양이나 자녀 육양을 할수 있는 "권리"가  정치적 이슈로 열리게 되었습니다. 또 그것이 대권 선거 공약이 되었구요. 마치 60년대 말 페미니즘이나 그전에 흑인들의 인권운동처럼 게이, 레즈비언들이 그들의 "인권"을 당당히 요구하는 시대의 흐름을 막을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Sean Penn이 열연한  Harvey Milk가 생각납니다...)

슬로건은 물론 "평등"권입니다. 결혼을 통해 합법적으로 "재산"을 나눌수도 물려줄수 있는 것, 그리고 "가정"을 꾸리고 싶은 동성애자들이 자녀를 낳거나 입양해서 키울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 이성인들에게 이미 "잃어버린 가치"로 여겨지는 "결혼"을 동성애자들은 "하고 싶다"고 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저도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제 주변에 10년 15년씩 같이 사는 동성애 친구 커플들을 보면서 저도 "동성 결혼 통과법"에 서서히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같이 꾸려온 10년, 20년의 동성애 커플들을 보면, 아무런 법적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재산" 상속도 할 수 없고, 물려줄 "상속인"도 만들 수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가정"을 꾸리고 싶은 동성애자들의 열망은 사실 저같은 이성인 커플로, 아이를 별로 낳고 싶지 않은 사람의 시각으로는 좀 이해가 어렵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같은 이성인으로서 "결혼"은 이미 한물 건너간 생각이라고는 하지만 따지고보면 그 또한 엄연한 "권리"였고, 이 (너무나 당연한) 권리를 가지지 못한 동성애들의 시위를 지켜보며, 그들의 결혼권과 입양권은 어쩌면 현재 인류의 희망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반대 시위의 사람들은 대부분 "결혼"은 오로지 "이성인"들만의 이슈이다, 이성애자들만이 자연적으로 아이를 낳는 것이지 입양이나 의학적으로 만드는 아이는 정상적인 "가정의 이미지"가 아니다, 자연의 법칙을 거꾸로 가는 인류를 파탄으로 몰고갈 발상이라며 맞서고 있습니다.
과연 "결혼"이 이성애자들만의 권리일까요? 아이를 자연적으로 가질수 있어야만 결혼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걸까요…?
또 다른 문제는 이러한 반대 시위자들의 시위에 카톨릭 보수자들만이 아닌 극우파까지 대거 참여, 목소리를 높이는 그러한 시위의 형상으로 바뀐 것이죠.
정말 동성애자들이 결혼을 하면 인류가 파탄으로 갈까요…?

어쨌거나, 이번 1월 27일에 다시 한번  동성애자들의 "결혼권 입양권 합밥화" 재시위가 있는데 이번에는 친구들이랑 함께 바스티유 광장까지 걸어볼 생각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3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8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40
126027 조지아 블랙, 라떼 new catgotmy 2024.04.20 24
126026 [KBS1 독립영화관]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44] update underground 2024.04.19 146
126025 프레임드 #770 [2] update Lunagazer 2024.04.19 34
126024 아래 글-80년대 책 삽화 관련 김전일 2024.04.19 112
126023 요즘 계속 반복해서 듣는 노래 Ll 2024.04.19 111
126022 PSG 단장 소르본느 대학 강연에서 이강인 언급 daviddain 2024.04.19 103
126021 링클레이터 히트맨, M 나이트 샤말란 트랩 예고편 상수 2024.04.19 139
126020 [왓챠바낭] 괴이한 북유럽 갬성 다크 코미디, '맨 앤 치킨' 잡담입니다 [1] 로이배티 2024.04.18 195
126019 오늘 엘꼴도 심상치 않네요 [7] daviddain 2024.04.18 164
126018 프레임드 #769 [4] Lunagazer 2024.04.18 52
126017 [근조] 작가,언론인,사회활동가 홍세화 씨 [11] 영화처럼 2024.04.18 537
126016 80년대 국민학생이 봤던 책 삽화 [8] 김전일 2024.04.18 360
126015 나도 놀란이라는 조너선 놀란 파일럿 연출 아마존 시리즈 - 폴아웃 예고편 [1] 상수 2024.04.18 189
126014 체인소맨 작가의 룩백 극장 애니메이션 예고편 [1] 상수 2024.04.18 126
126013 [웨이브바낭] 소더버그 아저씨의 끝 없는 솜씨 자랑, '노 서든 무브' 잡담입니다 [5] 로이배티 2024.04.18 264
126012 이제야 엘꼴스럽네요 [3] daviddain 2024.04.17 194
126011 프레임드 #768 [4] Lunagazer 2024.04.17 61
126010 킹콩과 고지라의 인연? 돌도끼 2024.04.17 140
126009 파리 생제르맹 선수들이 찍은 파리 바게트 광고 [1] daviddain 2024.04.17 213
126008 농알못도 몇 명 이름 들어봤을 파리 올림픽 미국 농구 대표팀 daviddain 2024.04.17 13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