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허해서 뻥 뚫인 거 같아요.

잠도 안오고요.

전 마음이 심란하면 음식을 만들게되더라구요.

냉장고를 뒤져서 나온 재료라고는 순 풀떼기밖에 없네요.

그래서 만들게 새우젓을 넣은 무국하고 역시 새우젓을 넣은 호박볶음, 그리고 꽈리고추찜을 만들었어요.

새우젓 넣은 무국 맛있네요.

처음 시도해본 요리인데 나름 연포탕(?)비슷한 맛이 나는 거 같아요.

꽈리고추찜도 해보니 간단하고 자주 해먹을만한 반찬이네요.

냉장고에는 고기비슷한 것도 없군요.

가난하니 저절로 배지테리안이 되갑니다.

심지어 호박과 꽈리고추같은 것도 누군가가 줘서 채워넣은 것;

혼자라면 쫄쫄 굶겠는데 할머니가 계셔서 제가 쉬는 동안에는 끼니를 봐드려야하거든요.

평상시엔 할머니 밥 차리는 거 정말 스트레스였는데,

마음이 심란해서 그런지 차라리 시간대마다 챙기게 되는 것이 마음이 편합니다.

뭔가 꼭 해야할 일이라 그런가봐요.

그리고 제가 챙겨드림 얼마나 더 챙겨드릴 수 있겠어요.

하루하루 기력이 쇄한 할머니를 보면 예전에 그렇게 꼿꼿했던 노인네가 저리 약해진 거 보면 맘이 심란해요.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밉기도했던 할머니였는데말이죠.

다음 주면 새회사에 출근인데 아마도 한 일년간은 주구장장 바쁠 거 같기에

내일도 할머니 식사를 꼭 챙겨드려야겠어요.

전 일 같은 거 열심히 하는 회사형 인간도 아닌데 말이죠, 집에 있는게 너무 힘들더군요.

가뜩이나 덥고 잠도 안오고, 낮에는 도우미아줌마까지 오시니 거실에서 맘놓고 티비도 못보겠더라구요.

아줌마 걸레질 하시는데 가만히 티비보기도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한달 내내 아줌마 계신 시간동안 의도하지 않은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버렸네요.

그 아줌마는 다 큰 처녀가 백수로 노나 싶었을거예요. 더운데 문도 꽉 닫고;

내일 고추찜이나 더 만들어여겠어요.

슬프고 힘든 일이 기억되지만 저란 사람은 그 과정에서도 배가 고프고 유머를 잃지않는 인간이란 걸 깨닳은 시기였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392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234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0748
125851 이런저런 정치 잡담...(조국) new 여은성 2024.03.29 74
125850 댓글부대 영화개봉에 부쳐(화면 속, 네트는 넓어서... 판타지스러움) new 상수 2024.03.29 73
125849 정치 뉴스 몇개(호위무사 인요한, 진중권, 김경율) new 왜냐하면 2024.03.29 137
125848 프레임드 #748 [2] Lunagazer 2024.03.28 53
125847 의사 증원 2000명이 천공 밈화 되는 걸 보면서.. [1] update 으랏차 2024.03.28 411
125846 이미 망한 커뮤에 쓰는 실시간 망하는중인 커뮤 이야기 [7] update bubble 2024.03.28 656
125845 몬스터버스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돌도끼 2024.03.28 114
125844 롯데 인스타에 [12] daviddain 2024.03.28 218
125843 고질라 곱하기 콩 봤어요 [3] 돌도끼 2024.03.28 253
125842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3] 조성용 2024.03.28 335
125841 데드풀 & 울버린, 배드 보이즈:라이드 오어 다이, 더 배트맨 스핀오프 시리즈 더 펭귄 티저 상수 2024.03.27 127
125840 하이브 새 아이돌 아일릿(illit) - Magnetic MV(슈퍼 이끌림) [2] 상수 2024.03.27 174
125839 프레임드 #747 [4] Lunagazer 2024.03.27 48
125838 [핵바낭] 다들 잊고 계신 듯 하지만 사실 이 게시판에는 포인트란 것이 존재합니다... [18] update 로이배티 2024.03.27 446
125837 예전 조국이 이 게시판에 글을 쓴 적이 있지 않습니까? [4] 머루다래 2024.03.27 686
125836 ZOOM 소통 [9] update Sonny 2024.03.27 283
125835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을 수 있는 사람 catgotmy 2024.03.27 218
125834 문득 생각난 책 [1] daviddain 2024.03.27 143
125833 종교 유튜브 catgotmy 2024.03.27 109
125832 [왓챠바낭] 엉망진창 난장판 코믹 호러, '좀비오2' 잡담입니다 [4] update 로이배티 2024.03.27 15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