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교정의 추억

2010.08.18 20:53

톰티트토트 조회 수:3023

전 어릴때 아랫니가 윗니보다 더 나오는 부정교합이었어요.

초딩 입학하자마자 아빠 엄마는 주걱턱의 기운을 느끼고 부랴부랴 치과 이곳저곳을 알아보셨지요. 

항상 잠에서 깰 때면 엄마가 제 윗니를 손으로 당기고 아랫니는 밀고 계셨어요. 굿모닝 이빨체조의 추억 =ㅅ=;; 아기들 쭉쭉이 시키는 것처럼 ;;;;

당시에 교정기는 정말 케빈은 12살에 나오는 친구처럼 목뒤로 부착하고 입술위로 나오는 그런게 대부분이라 무섭고 놀림감될거 같고

어째선지 그때 의료기술로는 교정은 성인이 되서는 할 수 없거나 효과가 지지부진하고 어릴때 해야만 한다 그래서 엄마아빠는 서두르시고

엄마가 동네 치과에서 쇼부를 보고 선불로 절반 후불로 완성되면 절반을 주기로 하고 교정을 시켰어요. 지금에 비하면 엄청난 염가라 어릴때 한게 다행이란 생각도 들어요.



교정기 안낄래 징징대니까 아빠가 정주영 흉내를 내며 이렇게 되도 좋으냐! 하고.=ㅅ=;; 당시 주걱턱의 아이콘 이순자 정주영.

요즘도 많이하는, 기찻길처럼 치아 앞면에 붙이고 쇠줄로 연결된게 아니라 -탈착식 분홍색 플라스틱 틀이 입천장에 딱붙어 고정이 되고(윗니의 씹는면도 감싸고 대신 그 플라스틱 틀에 본을 떠서 씹는면을 만들어놨었죠) 쇠줄하나가 윗니를 가로질렀어요.

윗니를 앞으로 어느정도 빼면 교대로 아랫니틀로 바꿔서 뒤로 넣고..

이거이 생긴게 틀니랑 똑같은데다가 입안에 넣으면 혀를 움직일 자리도 없고 뭘 먹으려고 하면 분홍색 틀의 맛으로 엉망이 되버려서 산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리고 치아가 이동하느라 근질근질하고 닭살돋는 느낌이 너무 힘들어서..



결국 학교갈때는 안끼고 가고 엄마한테 혼나니까 나갈땐 하고 나가서 책가방에 넣어두고

나중엔 양치할때 쓰는 소금통을 열심히 판다음 그 바닥에 염장하듯 묻어뒀다가 한달뒤 오빠가 양치하던 중에 발견하고 더럽다고 불처럼 화를 내기도 하고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그냥 앉아버려서 해먹기도 하고



결국 3개월을 계획했던 치아교정은 3년이 걸려도 끝이 나질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의사쌤한테 무지 죄송한..당시에는 꼬꼬마라 아무 생각이 없었죠 ;;)

의사쌤도 나중엔 너땜에 내가 도인이 되어가는것 같다.. 이젠 화를 낼 기운도 없어..ㅜㅠ 사리가 나올거 같아 하시다가도

어느날은 친구랑 고무줄을 하고 있는데 눈앞에 의사쌤이 빛의 속도로 달려오더니 저의 입을 손으로 잡고 우시장에서처럼 쫙 찢으시더니 너정말 칵!! 선생님이 골목에서 아무때나 나타난다?!!하고 화를 내셔서 슈퍼에 쭈쭈바 사러 갈때 끼고가고 집에선 빼기도 하고;;;



이런 저의 치아교정은 중1때 체육시간에 핸드볼로 아랫니를 강하게 후려 맞으며 끝이 났습니다. 의사선생님도 이건 기적이야! ㅜㅠ 드디어 끝이야 흑흑.. 하시며

두손맞잡고 기뻐하셨드랬죠. 3년사이 물가도 오르고 치과의 치료비 시세도 변하고 제가 교정기를 여러개 해먹으며 원가도 더들고.. 동네 작은 치과인데다 이리저리 연결되어 아는 분이었기에 망정이지 요즘 같으면 당연히 추가치료비를 내거나 의사쪽에서 못해먹겠다고 버렸을지도.

웃기는 사실은 원래 아빠도 하악돌출이었는데 어릴때 친구한테 짱돌도 턱을 맞고 들어갔다고... 그러므로 저도 아이를 낳으면 또 유전자가 튀어나올지도 모르겠네요.

엄마가 손수 핸드볼로 고쳐주마...=ㅅ=



그나저나 제 친구는 20대 후반에 생니 4개를 뽑고 네모 얼굴에서 v라인으로 새롭게 태어나긴 했는데

교정완성후에도 치아의 뒷면에 철판으로 연이어 고정을 해놓고 그게 끝이라고 해서 많이 후회하더군요. 미리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늙으면 이빨 흔들릴거라고 걱정도 하고..

그래도 많이 이뻐졌으니까 뭐. 아래글에서 성형전후 사진을 보니 제 친구가 생각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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