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이 또 어디에 있을까? 그저 잘린 머리라는 단어를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데 혹여라도 굉장히 운이 나빠서 직접 잘린 머리를 보게 되는 참혹한 일이 발생하게 된다면, 세상에서 그것보다 더 불길한 일은 아마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당혹스럽게도 지금부터 내가 소개하려고 하는 소설의 제목이 다름 아닌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이다. 제목에서 매우 범상치 않은 불길함이 가득 느껴지는데, 어떤 기묘한 아름다움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표지는 곱디 고운 붉은색의 기모노를 입고 있는 여인이 무려 잘린 머리를 두 손에 가지런히 들고 서 있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기에 더욱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불길한 기운을 가득 품고 있는 이 작품은 국내에서 이번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일본 추리소설계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손꼽히고 있는 미쓰다 신조의 대표작으로, 비채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3번째 작품으로 최근에 출간된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이다. 미쓰다 신조라는 작가의 이름은 나에게는 생소하지만 일본에서는 본격 미스터리와 민속적인 호러를 결합시켜낸 매우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하면서 열광적인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 추리소설계의 대표적인 작가라고 한다. 이 작품에서도 뿌리 깊은 남존여비 사상과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민속적인 신앙, 가문의 비밀이라는 미스터리적인 소재들을 상당히 매혹적으로 담아 내었다.

 

인적이 드문 외진 곳에 위치한 히메카미 촌의 대지주 가문인 히가미 가는 예로부터 가문에 지벌을 내린다고 전해지는 아오쿠비라고 불리우는 두렵고 불길한 존재에 시달려 왔으며, 그런 아오쿠비의 존재가 드리우고 있는 히가미 가에선 대대로 아들이 태어나면 오래 살지를 못하고 어렸을 때 목숨을 잃어왔다. 때문에 가문을 계승할 후계자를 지키기 위해서 아들이 태어나면 십삼야 참배라는 특별한 의식을 치룬다. 가문의 장손이자 당주가 될 조주로를 위한 십삼야 참배가 치뤄지는 밤, 히메카미 당에서 조주로의 쌍둥이 여동생인 히메코가 우물에 빠져 죽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서 조주로가 이십삼야를 맞이한 날에 또 다른 비극이 발생한다.

 

미쓰다 신조는 편집자로서 그 능력을 인정받은 작가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은 책 속의 책이라고 하는 꽤 복잡한 형식으로 구성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흡인력과 재미가 상당하다. 특히 밀실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이 펼쳐지는 이야기속에 작가가 설치한 교묘하게 짜여진 다중적인 트릭과 읽는것 만으로도 오싹함을 안겨주는 소설의 분위기, 거기에 흥미를 돋궈주는 머리 없는 시체를 분류하는 11가지 방법 같은 독자들의 가슴을 그야말로 뜨겁게 달궈주는 본격 미스터리의 다양한 요소들이 작품 곳곳에 등장하고 있기에 다소 억지스러운 반전마저 흔쾌히 받아들이고 불길한 기운을 즐겁게 만끽하면서 책장을 넘길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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