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사실 일베 논란 전까지 나름대로 꾸준하게 아이돌 관련 글에 크레용팝 얘길 적어오던 사람으로서 왠지 한 마디 적어야할 것 같기도 하고(...)



1.

사실 지금 이 분위기에서 가장 애잔하게 느껴지는 건 '일베가 아닌 크레용팝 팬'들입니다.

백골단 컨셉으로 홍보하자는 일베 유저의 정신 나간 멘션에 사장이 제대로 선을 그어 답해주기만 했어도 지금 이 사단이 나진 않았을 거고.

그래서 크레용팝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일베 취급 받는 상황은 생기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_-;



2. 

이 사안을 지켜보면서 참 재밌는 게 일베 유저들의 반응입니다.

크레용팝은 지켜야겠는데, 정말 제대로 확실하게 지켜주려면 크레용팝과 일베의 관련성을 완전히 부정하는 얘기들을 떠들고 다녀야합니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해서 사람들이 '아. 크레용팝이 일베랑 아무 관련 없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그 땐 자신들이 나서서 크레용팝을 지키는 행위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죠. 

그래서 혼란에 빠진 건지 뭔지 자꾸만 이상한 소리들을 하며 쉴드를 칩니다. 주로 '미국 빌보드에서 대서특필했다' 라든가. '음원 차트에서 대중들이 인정한 명곡'이라든가 공개 방송에서 무대할 때 함성 소리가 완전 컸다든가 나는 듀나 소설 좋아하니 니들은 듀나 소설도 사지 마라 뭐 이런 얘기들이죠. 근데...


그래서 어쩌라구요.

애초에 이 팀이 비난을 받는 이유와 아무 관련이 없잖아요; 


말하자면 "얘가 누구 때렸어!" 라는 데다가 "걔가 얼마나 공부 잘 하는데!"라고 반박하는 꼴이죠. 게다가 실은 공부를 딱히 잘 하지도 않

어쨌거나 트위터로 짧게라도 '우리 그 사이트 알지도 못 해요'라고 자신들을 부정한 연예인을 감싸는 이 순정이라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3.

그리고 특히 이번의 옥션 탈퇴 러쉬와 그로 인한 광고 축소(취소가 아닙니다), 삼성 무슨 행사 출연 불투명화 같은 건수들 때문에 일베 유저들이 제대로 맘 상한 게 보입니다.

갑자기 이런저런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쉴드글이 참 많아졌거든요. 듀게에도 조 아래 하나 올라와 있구요.

아마도 그 동안 아무리 까여봤자 음원 뜨고 행사 많아지니 상관 없다고 비웃고들 계시다가 뭔가 현실적인 위협이 느껴지니 좀 당황한 것 같은데...


본인들이 일베를 하고 있으니 더 잘 알 거 같은데요.

그 사이트에서 그냥 고향이 광주, 혹은 전라도라는 이유만으로 이리저리 성희롱당하고 조롱당하는 연예인들 얼마나 많습니까.

자기들은 그러고 놀면서 남들에게 크레용팝 까지 말라는 말이 나옵니까. 정 그렇게 따지고 싶으면 일단 너님들부터 잘 하세요.


+ 가을 대학 축제 행사도 참 많이 잡혀 있는 것 같던데. 지금 분위기를 보면 그것도 적지 않게 취소될 것 같군요.



4.

이런 식으로 길게 적어 놓았지만 사실 전 크레용팝을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관심이 식었죠.

누군가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데에는 딱히 대단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지만,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하려면 뭔가 대단히 확고한 이유가 있어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크레용팝을 둘러싼 이런저런 사건들을 볼 때 이 팀을 일베 유저라고 '의심'할만한 정황이 충분한 건 사실이지만 '확신'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미워하진 않아요.


하지만 여기저기 다양한 인터넷 커뮤니티들에 일베 유저들이 가입해서 크레용팝을 위해 무지개 쉴드를 치고 다니는 걸 보면 이 팀에 호감을 갖는 것도 불가능해집니다(...)


어찌보면 크레용팝에겐 지금이 일생일대의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나온지 두 달이 넘은 곡이 차트를 역주행해서 지금도 거대 음원 사이트 상위권을 지키고 있구요. 이런저런 논란 때문에 뉴스에도 종종 나와서 인지도도 빵빵해졌고. 당연히 섭외도 많아졌습니다.

지금 이 쯤에서 사장이 화끈하게 사과문 하나 올려서 일베와 연을 확실히 정리하고, 일베에서도 크레용팝에 관심을 끊어준다면 이번에 얻은 것들을 바탕으로 더 잘 나가게 될 수도 있어요.

(물론 사장이 일본 엽기 컨셉 아이돌 카피 이상의 뭔가를 해내야하겠고, 그게 그리 쉽진 않겠지만요)


하지만 지금처럼 일베 유저들이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내세우며 크레용팝을 '지키려'든다면 결과적으로 크레용팝과 일베의 관련성만 확고해질 뿐이고.

결국 그런 이미지는 크레용팝의 발목을 단단히 붙잡게 될 겁니다.


그러니 그 분들은 이제 그만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를 시전해주시는 게 좋아요.

언젠가 앨범이라도 발매되면 남 몰래 한 장씩 사주시구요.

그러면 아마 크레용팝도 기뻐할 겁니다. <-



덤.

바로 위에 적은 내용과는 좀 어긋나는 얘기지만.

이 팀이 확실히 크게 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입니다. 비주얼이든 보컬이든 댄스든 딱히 주목받을만한 구석이 없는 팀 구성이라;

지금까지는 (비록 카피이긴 해도) 튀는 컨셉으로 주목을 받아왔지만 이런 컨셉으로 성공하면 다음에 더 센 거, 그 다음엔 또 더 센 걸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되는 악순환에 빠지죠.

아마 어려울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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