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총각이 좋았던 이유..

2010.10.16 00:50

disorder 조회 수:3489

 

 

1. 일단 착하게 생겼어요.

 

2. 목소리가 참 좋아요.

 

3. 손에 돈을 떨어뜨려 줄 때 손을 직접 닿으면서 건네주는 것이 좋았어요.

 

 

아까.. 그 반지 커플링이냐 물어보러 편의점 다시 들어갔을 때

 

다시 온 게 좀 민망해서 들어갈 때도 저절로 웃어지는 입을 지갑으로 가리고 들어갔는데 이 모습을 편의점 총각한테 들켰어요..

 

들어가서 잠시동안 물건 고르는 척 하면서 편의점 총각이 잘 못 보게 코너에 가서 숨어 있었는데

 

편의점 총각이 몸을 쭉 빼고 숨어있는 저를 자꾸 쳐다보더라구요.

 

일단 사람들이 다 나간 후 저는 일부러 고른 포스트잇과 볼펜 하나를 계산한 다음...

 

"알바 그만두세요?"

 

"아 알바 지원하시게요?"

 

똘망똘망하고 귀여운 듬직한 눈빛으로 편의점 총각이 물었어요.

 

그래서 저는 더듬거리며

 

"아니오,, 그게 아니라...................."

 

이러면서 자꾸 문 쪽만 고개를 돌려 바라보다가

 

커플링을 좀 오래 쳐다봤어요.

 

"그 반지 커플링이에요.?"

 

"네."

 

편의점 총각이 물건 값을 말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했어요.

 

그런데 그 후에 입에 웃음이 슬쩍 지어지더라구요.

 

저는 그냥

 

"죄송합니다."

 

"네."

 

이 때도 총각 얼굴에 웃음이 살짝.

 

그러고 나와 버렸는데..

 

마지막에 편의점 총각의 웃는 표정이 자꾸 생각나요.

 

아 그런 총각 어디서 만날 수나 있을까요?

 

그 순수한 표정, 그러면서도 새초롬하고 동시에 깊을 수 있는 눈빛, 나의 대답을 기다릴 때의 덜 다물어진 입술,  뭉툭뭉툭한 손가락, 거기에 잘 어울리는 금반지까지..

 

설령 그게 커플링이라도요.

 

그냥 이것만 바랄 뿐이에요.

 

그 총각이 나중에 여자 친구랑 만나서 제 얘기를 하면서 제가 농담거리가 되도록 하지 않는 거요.

 

왠지 질투나고 기분 나쁘거든요.. 그런 상상을 하면.. 아, 아니에요, 그 총각이 그렇게 사랑하는 여인과 제 얘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괜찮을 것도 같아요.

 

아 이제 누구를 좋아해야 할까요..

 

항상 마음 속으로 누구든 짝사랑하고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제가 어디에 마음을 둬야 될까요..

 

하여튼 오늘 일 생각보다 마음이 아파서 놀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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