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수업을 들어갔더니 교탁 위에 쪽지가 놓여 있었습니다.

 

xxx이 선생님을

꿈속에서 죽였대요.

최첨단시대였는데 선생님이수업을

하고있는데 레이져로 이마를 네모낳

게 뚫어서 돌아가셨대요

 

제가 쪽지를 보는 순간 바로 앞에 앉아서 웃음을 참지 못 하는 녀석이 있어서 쪽지 작성자는 바로 확인이 되었죠.

'여기엔 낳게라고 쓰면 안 되는 거란다.' 라고 말 해주고 그냥 수업을 하다가 갑자기 치솟는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xxx학생에게 물었습니다.

네모 모양으로 뚫었다면 레이져가 네모였던 거니 아님 니가 내 이마에 네모를 그렸던 거니.

구멍이 뚫리는 동안 나는 뭘 하고 있었니. 아프다고 소리지르거나 하진 않았고?

 

네모는 그린 것이고 저는 그냥 서 있었다는군요. 허허허.

 

 

2.

퇴근하고 들어오는 길에 좀 어색한(?) 중학생 셋을 보았습니다.

아파트 공동 입구 앞에 서 있는데 유독 한 명만 빳빳하게 굳은 자세로 서서 갓 자대 배치 받은 이등병 같은 말투로 말을 하고 있더라구요.

나머지 둘은 대략 80년대에서 튀어 나온 듯한 전형적인 양아치 '형들' 말투;

뭔가 이상하다 싶긴 했지만 제가 사는 동에 '공부방' 이라고 해서 학원 비스무리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집이 하나 있거든요. 거기에서 선배랑 후배랑 시비가 생겼나보다... 하고 그냥 넘어가려는데 귀에 얼핏 들리는 소리가 '정말 돈 없어요...' ... -_-;;

 

결국 돌아 나가서 말을 걸었습니다. 야. 니들 뭐 하냐.

모르는 사람이라면 되도록 경어를 쓰려고 하는 편이지만 워낙 그 둘이 '열라 카리스마 있어 보이려는' 표정으로 힘을 빡 주고 있어서 그냥;

원래 이 동네 안 사는데 '그냥' 놀러와 봤다. 저 녀석이 지나가길래 '그냥' 말 걸어봤다. 그랬더니 반말을 하길래 '그냥' 얘기 좀 하려고 했다. 왜 마주친 곳에서 얘기 안 하고 이 곳으로 데리고 왔냐면 '그냥' 그랬다. 무슨 얘길 하려고 했냐면 '그냥' 얘기나 하려고 했던 거다. 돈 달라고 한 적 없다 '그냥' 얘기만 하는 거다.

어떻게든 '너 따위가 말을 걸어봤자 난 쫄지 않아!' 라는 티를 내려고 애는 쓰는데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존댓말로 하고 묻는 말은 하나도 안 씹고 성실히-_-대답하는 게 참 없어 보인다고 해야할지 귀엽다고 해야할지;;;

'그래서 넌 지금 니가 하는 얘기가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그냥 뭐...' 라고 말을 흐리길래 '그럼 지금 바로 그냥 가지?' 라고 했더니 '네.' 하고 바로 사라지더군요;

갸들이 사라지자마자 남아있던 녀석은 으헝헝헝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울어대고. 하필 그 타이밍에 지나가던 주민들은 저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 -_-;;

아파트 앞 학원 가는 길이라길래 학원까지 바래다주고 돌아오면서 생각했습니다.

 

아니 햇님이 반짝거리는 대낮에.

인적 드문 곳에서 붙잡은 제물을 굳이 사람들 엄청 드나드는 아파트 공동 입구 앞까지 끌고와서 삥을 뜯으려는 것은 과연 어떠한 깊은 뜻이 숨겨진 전략일까.

그냥 바보인 거겠죠.

 

 

3.

와이프님께서 빽('백'이라고 못 쓰겠습니다. 그건 배신이에요) 투 더 퓨쳐 3부작 연속 상영을 예매해 주셨습니다. 만세!

예매했던 건 지난 주 목요일이었지만 이제야 올리는 자랑글이고...

 

그냥 자랑글이므로 더 이상 할 말은 없습니다(...)

그리고 왠지, 곧 출시된다는 3부작 블루레이를 지르겠다고 난리를 치는 제 모습을 보고 '이거 보고 블루레이는 포기하시지?' 라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 같아서 좀 무섭기도.

 

 

4.

리브로 이벤트. 대박 났나 봅니다.

이누야샤 전권을 한 번에 질러 주려고 (그런데 자세히 읽어보니 한 번에 30권까지만 가능해서 두 번 주문해야;) 사이트에 들어가서 회원 가입 버튼을 눌렀는데.

 

안 되네요.

사이트가, 최소한 회원 가입 메뉴는 맛이 간 것 같습니다. -_-;;

인터파크나 예스24, 알라딘 같은 사이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듣보잡 사이트도 아닌데 이런 증상이라니. 저처럼 거들떠도 안 보다가 이번 이벤트 때문에 회원 가입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흑.

지르고 싶어요.

지르게 해 주세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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