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31 02:21
최근 보았던 몇 편의 드라마와 영화 중 퍼레이즈 엔드의 여운이 긴지라, 원작 소설을 읽어보고 싶은데 번역된 것이 없나봐요.
포드 매덕스 포드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라는데, 어디선가 같은 작가의 ‘훌륭한 군인’을 원작으로 잘못 소개해서 그걸 빌려놓기도 했거든요.
틀린 정보인걸 알고 나니 빌려둔 책엔 영 손이 안가고 있어요. 시대극 특유의 대화 뉘앙스나 시대 배경 측면에서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들도 있었는데,
다른 자막 버전으로 다시 보면 더 나을지 어떨지 모르겠네요.
음, 오만과 편견 류의 시대극을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외국 드라마 보기에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이 드라마에 이렇게나
깊은 인상을 받은건지를 생각해보면, 우선은 역시 배우 얘기를 안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정말 연기를 잘하는 것 같습니다.
이 배우가 나온 작품을 몇 개 보진 못했지만, 작품마다 아얘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거든요. 심지어 스타트랙 다크니스에서는... 시종일관 잘생기게 나오기까지
하더군요.
계속해서 위 캡쳐 수준의 잘생김을 유지하는데, 혹시 잘생겨보여야 하는 배역이라 뭔가 특수한 촬영을 한 것인가!? 하는 의심마저 잠깐 했었지요........
여전히 저 때의 미모 비결이 궁금하긴 한데, 어쨌거나 개성있는 외모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이 배우 외모가 참 좋아요. 키에 비해 비율이 어떻고 하는건
관심 밖의 부분이고, 오히려 선 굵은 두상과 체형이 호랑이나 사자처럼 귀족적인 분위기여서 시대극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단 생각도 들거든요.
퍼레이즈 엔드에서 이 배우가 연기한 1900년대 초의 신사는 (그 아내의 말을 빌리자면) “몸은 20세기에 살지만 정신은 18세기에 머물러 있는” 사람입니다.
셜록에서 재기발랄하던 사람은 온데간데 없이, 근엄한 신사 그 자체. 보수적인 가치와 신념, 가문의 영예와 자부심을 지키고 싶어하고, 금전에 초연하며,
옳은 소리를 해서 불이익 받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어떠한 모멸적인 상황에서도 개인의 감정은 절대 드러내지 않은 채 신사의 도리를 다 하기 위해 참고 또 참아요.
하지만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자신이 그토록 소중하게 지켜온 가치관은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자신이 믿어왔던 세계관이 어느 날 사라지는 느낌이란 어떤 것일까.
주인공 크리스토퍼 티전스는, 꼭 구한말의 대쪽같은 선비를 연상시켜요.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보수적인 세대를, 새로운 세대들은
쉽게 구식 취급을 해버리기도 하지요. 저 또한 무의식중에 그랬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상실감이나 고뇌와 같은 것들을, 아이러니 하게도
한 서양인의 이야기를 통해 비로소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할까요. 여전히 근엄하고 의연하지만 점점 지쳐가는 듯한, 티전스의 얼굴이 너무 가슴 아팠어요.
부인 실비아도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였지만 이야기가 한 신사의 내면적 갈등에 주로 집중되어서인지, 제게 있어서 그 여자의 긍정적인 부분이란
크리스토퍼 티전스라는 남자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한 사람이라는 것 뿐이더군요.
낮에는 음식 하는거 돕고 기름떡이 되었었는데, 그래도 밤이 되니 사위가 조용해지고 노트북 켤 여유도 생기네요. 모두들 복 많이 받으세요.
2014.01.31 06:26
2014.01.31 16:28
전형적인 영국 시대극이 어떤건지 저는 잘 모르지만, 개인적으론 다 보고 나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드라마였어요. 느린 전개나 절제된 스타일이 취향에 안맞는다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2014.01.3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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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31 16:31
혹자들은 잘생김마저 연기를 한다고들 하던데요! ㅎㅎ 농담이고, 미남이지요.
2014.01.31 12:51
2014.01.31 16:33
전 처음에 피어스 브로스넌인줄 알았어요.
2014.02.01 15:56
퍼레이즈 엔드에서 유난히 못나보인다는 느낌이 들어서 단순히 살이 쪄서 그런가 했는데, 입에 보형물을 끼웠다는 인터뷰가 있네요.
그렇다면 스타트렉에서 유난히 잘생김도 역시 뭔가 장치를 한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티전스도, 발렌타인도 공감되지 않는 행동들이 있었는데, 그 당시 영국사회의 가치나 분위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반면 본능적으로,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실비아가 더 설득력있는 캐릭터였습니다. 레베카 홀의 매력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이 드라마에 대해서 베네딕트 연기에 대한 크레딧을 많이 주지만, 베네딕트 팬인 저는 오히려 레베카 홀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반대로 스타트렉은 베네틱드의 존 해리슨이 영화 전체를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느낌입니다. 그가 유난히 잘생기게 나와서 황홀감이 더 커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ㅎㅎ
2014.02.02 00:23
스타트렉 할 때 열심히 몸을 키웠다고 하던데 그 영향인가 싶기도 해요. 야위었을 때는 얼굴이 길어보여서 인물이 안사는 것 같드라구요.
실비아는 비교적 현대적인 캐릭터라 공감하기 좋았던 것 같아요. 근데 개인적으론 주인공에게 너무 감정 이입을 해서 그런지, 끊임없이 도발하고 비뚤게 표현하고, 못되게 행동하는걸 보는게 편치가 않더라구요. 이해는 하지만 포용은 할 수 없달까. 물론 레베카 홀은 정말 훌륭했지요.
스타트렉은 뭐 존 해리슨이 실질적 주인공 느낌이더군요.ㅎㅎ 잘생긴 것도 그렇지만 아우라가 대단해서 깜짝 놀랬어요. 특히 유리벽 같은데 갇혀있을 때 특유의 연극적인 연기 스타일이 빛을 발하는 것 같았어요. 또 재기발랄한 셜록이나 점잖기 그지 없는 티전스랑은 영 다른 사람 느낌이라 참 연기를 잘하는구나 싶더라구요.
DP콜렉션을 예약했는데 거기에 같이 준다고해서 앞으로 보게될 드라마라 관심이 있는데 꽤 괜찮은 작품인가 보네요.
줄거리 보고 영국판 막장드라마인 줄로만 알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