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02 01:15
인생에 있어 12살이란 나이는 많은 어릴적 추억을 만들어 내는 시기일겁니다. 저역시 초등학교시절 지방에서 지금도 어렴풋이 떠오르는 동네,학교 친구들과 뛰어놀던 그런 나이였습니다. 그때는 그랬습니다. 부족함이 많은 시대였죠. 어린 우리들만의 세계는 현실의 부족함도 뛰어넘는 꿈의 시절이었고, 지금 처럼 아이들이 공부때문에 제약이 많지 않았고 어른들은 가족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아침에 나가면 저녁에 들어오시는 바쁜 삶을 사셨으니까요. 우리는 학교를 마치거나 방학때는 넘쳐나는 시간으로 동네 친구들과 끼리끼리 모여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것인가를 항상 연구를 하곤 했는데, 각자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의 원천은 만화책, 소년지, 영화, 어린이 라디오 극장 등등 이었고 중간 중간 다른 동네 아이들 이야기들이 끼어 들었습니다. 겨울철에는 불장난, 칡캐러 가기, 대나무 서리, 여름철에는 저수지, 강가에 미역감기, 수박, 토마토, 감 서리를 이야기 했고 특히 칡, 수정캐러 가기위해 산을 서너개 넘는 모험아닌 모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냥 생각나는데로 준비하고 바로 출발했죠. 요즘 처럼 계획을 짜내 마내 하는 요란함도 없었고 그냥 밤에 만나서 이야기하고 뒷날 창고 뒤적이다 뭔가 하나 들고 집을 나오면 출발을 바로 했으니까요. 서너명이 모여서 목적지에 가기전에 서로 나누는 많은 이야기들은 모든게 들었던 이야기의 재생산이었고 어른들 이야기 동네소문,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소식을 자랑처럼 쉴새없이 이야기 했습니다. 여름이면 아카시아 입을 때어내 가위바위보로 손가락으로 잎을 튕기면서 가기도 하고 아무 나무가지나 꺽어서 휘저으며 노래 부르며가기도 하고 그 순간에는 형들이 갔던 중학교, 고등학교 어른들의 무거운 삶의 무게같은것은 상상너머의 세계로 아무 생각이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한번은 여름 개울가에서 친구 두명과 개울에 있는 바위하나가 돌로 두드리니 소리가 나는겁니다. 한녀석이 이 안에는 뭔가 있나봐! 하길레 이쪽과 지금 이곳 소리가 틀리잔아. 뭔가 공간이 있는것같지 않니? 난 이걸 부숴 확인해볼거다. 뭔가 귀한게 있을거야. 나와 다른 한명의 친구는 그냥 웃기는 소리 말라면서 물놀이에 열중하다 그녀석이 사력을 다해 작은돌 큰돌 바윗돌을 낑낑대며 들고 와서는 큰 바위에 부딛치는 바보같은 행동을 보면서 웃었지만 한편으로는 진짜 뭔가 나오면 어쩌지 이런 고민아닌 고민으로 그 친구와 나중에는 세명이 더큰 돌을 지고와서는 큰바위를 깨는 작업에 동참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거진 4시간 이상을 그러다가 해가 뉘엿뉘엿 질때면 그냥 내 팽게치고 나 집에 갈래 하면서 가버리고 큰 보물의 꿈은 없던일로 해버리는 꿈도 컷지만 그 꿈에 대한 포기도 즐거웠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어릴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영화가 바로 스티븐 킹의 The body라는 소설이 원작인 스탠바이미라는 영화입니다. 자연과의 친함속에서 친구들간의 우정과 말못하는 가족문제를 소박하지만 친밀하게 그려낸 그런 영화 이죠. 스티븐 킹의 작품으로 보기에는 의외의 스토리에 놀라게 되는데 여기에는 직설적인 악몽과 공포가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느날 주인공 고르디는 신문기사를 보게 됩니다. 친구 크리스 이름을 보게 되었는데 변호사가 되어 어느 식당에서 싸움을 말리다 죽었다는 기사를 본것입니다. 크리스.... 골목대장이기도 했던 그 친구가 떠오르면서 이들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1950년 오레곤주의 1200명이 사는 마을에 이 네친구는 그들만의 본부를 만들어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그러다 뚱보 번이 실종되 죽은 남자의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 시체를 찾는 모험을 하기로 합니다.
동네 형아들에게 괴롭힘 당하는 크리스(리버 피닉스)
떠나기전 아버지 총을 가지고 나온 크리스는 친한 친구 고르디에게 자랑을 하게되는데 고르디는 총알없는거지? 없다는 말에 방아쇠를 당겨보지만 굉음과 함께 쓰레기통은 구멍이 뚫리고 아이들은 혼비백산 하게 됩니다. (주인공 고르디는 여자 외모와 성격을 가지고 있고 가장 남성적인 크리스 이 둘 관계에는 묘한 동성애 코드가 숨어 있습니다. )
무작정 떠나는 그들. 시체를 찾아 영웅이 되겠다는 소박한(?) 그들의 모험심은 어떤 어릴적 신화와 현실사의의 엄청난 괴리에 관한 인생 첫수업인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평소 고물상 이야기는 많이 들어 알지만 이곳에 무서운 도끼(차퍼)라는 이름의 개가 있다는 걸 알지만 물을 얻기위해 들어가다 들키게 됩니다. 쫒아오는 그 개가 생각보다 삽살개 정도임을 알고 큰 실망을 하게되는데 물을 얻는데도 이런 공포가 있다는 현실을 깨우치는 하나의 출발이 됩니다.
고물상 한켠에서 이야기 꽃을 피우는 그들은 이내 먹을걸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걸 알게되고 지갑을 털어 동전으로 먹을걸 사러 갈사람을 뽑게 됩니다. 고르디가 뽑히게 되고 그는 상점에서 몇달전 죽은 형에 대해 좋게 이야기하는 상점 주인을 만나게 됩니다. 주인공 고르디는 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들은던 적이 있습니다. "형대신에 네가 죽어야 했어~" 이런 말도 안된... 슬퍼하는 고르디는 이런 현실이 그에게는 엄청난 아픔이고 악몽인 셈입니다.
열등감때문에 친구가 되어버렸다고 할정도로 각각 아픔이 있는 이 네명의 친구들은 주인공 고르디는 얼마전 죽은 형때문에, 골목대장 크리스는 불량아이라는 동네사람들 손가락질에, 테디는 미친 아버지 때문에, 번은 뚱뚱해서 이들은 영혼에 아픔이 많은 친구들입니다. 이들은 여행중에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미니마우스와 슈퍼맨이 싸우면 누가 이길것인가 부터 미친 아버지를 두고 있는 테디의 전쟁이야기 까지.
이들은 열등감을 잊기 위해 더욱 열등해지려고 애쓴다고 보여집니다. 주인공 고르디는 자학적인 망상(?)을 거듭하고 골목대장 크리스는 더 불량해지고, 미친 아버지를 두고있는 테디는 전쟁. 밀덕이 되어가고.. 뚱보 번은 끝없이 먹는 이야기만 합니다. 어른들을 향한 적개심마저도 공유하고 있는 네명의 친구들
먹을걸 사오는걸 잊어버린 후 각자 주머니를 털어지만 몇푼씩 나오는 동전은 한없이 부족하고 실망을 하지만 빵과 음료수를 사게 됩니다. 먹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하는 뚱보가 제일 적은 돈을 가지고 있어 핀잔을 듣게 되는데 뚱보왈 너희들 머리빗게끔 난 빗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테디는 한방 먹이면서 머리는 제일 적은게 빗은 왜 가져왔냐고 한소리 듣게 되는데 그 빗이 이렇게 철교에서 떨어져 버립니다.
철교 중간쯤 건너다 오는 기차때문에 고르디와 뚱보는 죽을똥 살똥 모르게 달리게 되고
이들은 그 시체가 있는곳까지 가는 길이 철로만 따라가서는 시간이 오래 걸릴것임을 알게되고 돌아가느니, 질러 가는 길을 택하게 됩니다.
늪지를 발견하게된 그들
깊지 않다는 크리스의 말에 늪에 들어섰다 바로 빠져 버리는 그들. 여기서 그들은 피를 보게 되는데 (ㅎㅎ 거머리) 주인공 고르디는 그의 쌍방울에 거머리가 붙은걸 알고 꺼낸 손에 뭍어나오는 피를 보고 기절을 하고 맙니다. 늪을 건너는 통과의례의 결론은 초경이라는 상징적 설정으로 매우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주인공 고르디는 몽상가지만 그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재능이 있습니다. 별빛이 친구들 사이로 비치는 그들의 첫야영지에서 친구들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달라는 등살에 어떤 뚱보의 자신을 놀리는 마을사람에 대한 복수극을 이야기 하게 됩니다. 라즈베리 파이 먹기 대회에서 한바탕 토하기 콘테스트로 변하는 난장판 이야기로 친구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주인공 고르디는 원작자 스티븐 킹의 자신의 모습입니다. 야영지에서 늑대들 울음소리에 돌아가며 불침범을 서기로 하고 새벽아침에 마지막 불침번을 서게된 고르디는 만화삼매경에 빠져있을때 고라니가 바로 옆에 왔음을 알게되는데 이 이야기는 평생 친구들에게 하지 않고 자기만의 추억으로 간직합니다.
마침내 도착하여 레이라는 아이의 시체를 발견하게된 그들.
레이는 병든게 아니었다. 잠자는 것도 아니었다.... 그아이는 죽어 있었다 라는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냉정한 묘사는 죽음은 현실로서 거기에 그냥 있음을 보여줍니다.
주인공 고르디의 이런 현실을 인정하는 의식은 형의 죽음역시 사실로 받아들이게 되고 그만의 형에 대한 콤플렉스에서 탈출하게 될뿐만아니라 죽은 레이 시체로 인한 영웅의 탄생과 고르디 자신의 어린 시절, 이 세가지가 모두 종말을 고하게 됩니다.
시체를 자기가 갖겠다는 동네 형아들은 네친구를 협박하게 되지만 어느새 고르디의 손에 쥐어진 권총때문에에 포기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이젠 더이상 아이들이 아니게 됩니다. 많은 생각과 적은 말을 하며 밤기을 걸어 돌아오게 되는데 그때는 노동절 휴일전날로 이들에게는 이제는 아이가 아닌 어른의 길로 접어들었음을 알게 됩니다. 이틀지났을 뿐인데 마을은 훨씬 작아 보였다는말은 많은걸 내포하고 있습니다. 난 절대로 이 동네를 뜨지 못할거라는 크리스(리버 피닉스)와 헤어지는 고르디의 눈에, 유령처럼 사라지는 크리스의 모습과 함께 영화는 처음 시작처럼 현실로 돌아오게 됩니다.
소설가가 된 고르디는 죽은 크리스를 영원히 그리워할거라는것과 앞으로 그런 친구는 다시 없을 거라는 말로 소설을 마무리 하며 이 영화는 끝이 납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리버 피닉스는 1993년 약물로 인해 고인이 되고 말았습니다만,
스탠바이미 이 영화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2014.03.02 01:42
2014.03.02 02:20
아이다호를 못봤어요. 그영화 나올때 이성때문에 바빠 죽겠는데 이러면서 그영화를 피했다는...~ 이참에 봐볼 생각입니다.
2014.03.02 02:28
리버피닉스 보러갔다가 키아누 리브스에 반했다는 영화라고 하는데...
2014.03.02 01:51
아이다호, 허공에의 질주, 독파이트.
물론 어디선가 '스탠바이 미'가 들리면 반사적으로 이 영화가 생각나구요. 영상 편집 정말 감동이네요. 글도 잘 읽었습니다.
2014.03.02 02:22
노래가 참 좋죠. 슬로우락 비트로 전혀 부담없는 리듬은 여러가지로 편곡도 가능하고... 롭라이너 감독이 The body라는 원작 제목을 노래처럼 참 지었다는 생각입니다.
2014.03.02 02:24
평론가 유지나가 '내 곁에 와서 서라' 대장 노릇하는 소년과 친구들을 나타내는 제목이라고 했는데 맞는지 모르겠어요
2014.03.02 02:02
롤리팝 롤리팝~~~~ 식후연초가 땡기는 영화.
리버피닉스는 다른 작품보다 여기서 굉장히 매력적이죠.
나비효과의 반복 되는 과거씬들을 보면 이 작품을 계속 호러로 재촬영하는 듯 하지요.
2014.03.02 02:24
다른 리버~ 영화를 못봤지만 오로지 이 영화만 생각납니다.
이번에 아이다호를 봐볼 생각인데 어떻게 아이다호 원작이 헨리4세 였을까요? 검색을 해보니 대충 등장인물간의 관계만 차용을 했다는데 영화로도 비슷한부분이 있을려나 모르겠습니다.
2014.03.02 02:06
오랜만에 들어온 이 새벽, 이런 글을 보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스크린이었나 로드쇼였나 잡지 제일 뒷부분 독자후기란에서 어떤분이 <허공에의 질주>의 '소리'들이 너무 좋아서 통째로 녹음해서 듣는다는 글을 읽었던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덕분에 저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들을때면 이 아름다웠던 배우가 꼭 떠올라요.
2014.03.02 02:25
허공~ 은 본것 같은데 기억이 안납니다. 감사합니다.
2014.03.02 02:40
2014.03.02 03:12
이 영화 참 좋아했었는데 다시 보니 반갑네요ㅎ 리버 피닉스는 이 영화하고 허공에의 질주가 젤 인상적이었어요. 도그파이트도 괜찮았고요. 옆얼굴이 참 독특하게 생긴 배우였죠. 특유의 버선코와 둥근 턱선 때문에 좀 내성적이면서 고집스럽고 예민한 외곯수적인 인상이었는데.
그냥 짐작이지만 리버 피닉스가 오래오래 잘 먹고 잘 살았다면 와킨 피닉스는 조금 덜 분발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뜰놈뜰로 별 상관 없었으려나요.
2014.03.02 03:44
우와... 너무 반가운 포스팅이네요. 어린 시절 품었던 생각들과 겪었던 일들이 고스란히 살아나요. 고맙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Vbg7YoXiKn0
1:33 부분에서 고르디가 샐쭉하는 부분이 참 이뻐요.
2014.03.02 04:29
저는 <사랑이라는 것 the thing called love> 의 리버 피닉스를 가장 좋아해요, 제일 언급도 안 되고 (모스키토 코스트보다도 더 얘기가 안 나오는 듯 ㅎㅎㅎ) 많은 사람들의 아웃오브안중이지만 ^_T
데릭님이 말하신 <샌프란시스코에서의 하룻밤>도 정말 좋았구요. 둘 다 음악이 끼어있어서 그런 걸까요? ㅎㅎ
개인적인 취향은 그렇지만 리버 피닉스라는 배우의 베스트는 <스탠 바이 미>와 <허공에의 질주>라고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스탠 바이 미> 다시 보고싶어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ㅎㅎ
2014.03.02 08:31
실제 로케이션 장소와 영화장면과 겹치는것을 보니까 아이들이 아직도 그 동네에 살아서 움직이고 있을것 같네요. 저도 어렸을때 저렇게 친구랑 산으로 들으로 돌아다녔는데 요즘 애들은 학원 다니느라 저런 추억을 만들지도 못할꺼라는 생각이 드니 미래는 왠지 더 삭막해질것 같네요.
2014.03.02 10:20
사계를 읽은게 90년대 초반이었는데 그때가 생각나네요.
모험에서 끝난 후 크리스가 불량한 복장으로 공부를 시작하는 끝부분이 생각납니다. 그렇게 공부해서 변호사가 되었는데 어이없는 죽음이라니.
한치의 앞을 모르는 상황.. 외계인도 심령도 없는 스티븐킹의 소설이었지만 저한테는 그게 또 다른 공포더라고요.
2014.03.02 10:35
사고사는 이해가 가는데 뚱보의 파이먹기대회 동기가 마을사람들 집단 복수극이라니... 역시 스티븐킹 키워드는 빠지지 않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4.03.02 10:44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당시에는 감명깊어서 원서를 사서 읽니마니했는데 네 친구들의 인상외에는 기억나는 대목이 없어요. 하하ㅎ
2014.03.02 11:29
사계..그냥 홀려서 마구 읽어내려갔던게 기억나네요. 96년인가 .당시엔 흔했던 동네 서점에서 어쩌다 집어들고 냉큼 사서는 돌아와 밤 새며 홀딱 다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스티븐킹 소설은 그렇게 다 앉은자리에서 홀딱 읽게하는 힘이 있어요 제겐.. 글도 참 재밌었는데 영화도 갑이었죠. ㅎㅎ
2014.03.03 11:59
꼬맹이들이나 괴롭히는 찌질한 동네깡패 잭 바우어형님 ㅋㅋ
모스키토 코스트, 인디 3, 그리고 아이다호가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