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연관성을 묻다보면

로마의 휴일은 어느날 밤에 생긴 일에 기대어 있는 부분이 많고

노팅힐은 로마의 휴일 말고도 프리티우먼과 연결되는 것도 많지만

그냥 이 두 영화에만 충실하려 합니다.


둘 다 오래전에 본 영화들입니다.

로마의 휴일은 본 지 20년이 넘은 것 같고 노팅힐도 10년이 넘었네요

당시에 얼핏 노팅힐을 보면서 기시감을 느꼈었는데 연속해서 두 영화를 보다보니 그 정체가 로마의 휴일 우라까이더군요 


우라까이라는 말의 유래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표절이나 베끼기라는 말 보다는 좀 더 영화분야에 한정해서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로 적합한 것 같아요

대충 뭉뚱그려 표현하자면 [컨셉&플롯&캐릭터&스토리(!)등등]을 [훔치기(!)&베끼기&참고하기&변형하기등등] 같은 의미겠죠

그렇다고 로마의 휴일과 노팅힐의 관계를

데이브와 광해(!), 마이뉴파트너와 투캅스(!!!), 트루라이즈와 스파이(!!)같은 걸로 보는 건 당연히 아닙니다.


먼저 두 영화의 연관성을 살펴봅니다.

로마의 휴일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는 두가지인데 하나는 오드리헵번이고 또 하나는 로마입니다.

영화를 제작할 당시에는 로마가 먼저였을 거 같습니다.

이 영화의 첫 화면에는 크게 로마 올로케이션 촬영이라고 박혀나옵니다.

50년대 헐리우드영화는 세트에서 벗어나 로케이션 촬영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던 시대였는데

당대의 일류흥행감독이던 윌리엄 와일러 양반께서 저예산느와르영화중심으로 진행되던 로케이션 촬영을

코믹드라마(당시 영화통념상 쟝르적으로 로맨틱코메디쟝르보다는 이 표현이 맞을 것 같네요)에도 시도한 야심작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일차적으로는 로마라는 도시의 풍광을 생생하게 큰 화면으로 보여주는 게 중요했겠죠

다음으론 여주인공의 캐스팅일텐데, 여기서도 와일러감독(제작기획을 겸했으니 정확히는 크리에이터개념입니다)은

과감하게 오드리 헵번이라는 신인을 캐스팅하죠, 물론 흥행에 대한 안전장치로 남주는 그레고리 펙이라는 스타를 씁니다

물론 모든 일이 만든 사람들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기에 영화가 개봉한 후 두 존재의 순위는 바뀌게 됩니다.


노팅힐에서 중요한 존재순위의 1번,2번은 줄리아로버츠와 노팅힐이라는 마을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우라까이라는 광의적표현에서 좁혀들어가면 노팅힐은 로마의 휴일에서 컨셉을 변형한 것부터 출발합니다.

로마의 휴일에서 배우자막순서는 그레고리펙-오드리헵번 순인데 실제 주인공은 사실 오드리헵번이죠

노팅힐에서도 배우자막순서는 줄리아로버츠-휴 그랜트인데 이 영화의 주인공도 휴 그랜트죠

단순히 유명배우 먼저라는 것도 있지만 좀 더 폭 넓은 해석이 가능합니다. 

신분상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오드리헵번이 하룻밤의 일탈을 통해 민초들의 평범한 삶을 체험하고 돌아온다가 전자라면

별 볼 일 없는 휴 그랜트가 몇 달간의 꿈같은 로맨스를 통해 꿈같은 삶을 얻어낸다가 후자이죠


이 양자의 영화는 서로 명쾌한 댓구를 이뤄내는데 의식적인 것도 있고 무의식적인 것도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로마의 휴일이 크고 굵게 스케치를 하는 느낌으로 만들어냈다면

노팅힐은 꼼꼼하고 디테일까지 일일이 신경쓰는 채색중심으로 만들어낸 것이겠죠

아무래도 후대의 영화이고 그 사이 눈맛이 변해버린 관객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좀 더 머리를 써야죠

좀 더 짓궂게 접근해본다면 로마의 휴일처럼 정말로 압도적이라고 말할수 밖에 없는 오드리헵번과 로마의 풍광을

줄리아 로버츠와 노팅힐의 풍광으로 맞상대하기는 역부족이라 발버둥을 치는 워킹타이틀의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만.......

조금 디테일하게 들어가볼까요? 

영화라는 매체의 가장 중요한 속성은 통상적으로 100분 내외의 시간에서 자기완결성을 갖춰야 하는 것인데요

일반적으로는 초반에 세팅한 설정들을 후반에 거두어 들이는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로마의 휴일은 초반세팅이라고 할 만한 것이 그닥 많지 않아요

우유와 비스켓 먹고 정식잠옷(?)입고 긴 머리를 한 오드리헵번이 파자마 입고, 숏컷트를 하고 우유와 비스켓은 이제 안 먹어

라고 말 하는 게 거의 전부죠, 물론 초반부 창가에서 바라본 선상댄스파티를 후반에 가 본다가 가장 큰 세팅이긴 했지만 

막상 그 장면을 코믹터치로 풀어내서 감흥이 덜합니다.

그레고리 펙쪽은 더욱 세팅한 게 없죠, 겨우 남주가 돈이 없는 상태를 보여주는 세팅 몇 개로 버팁니다.


노팅힐은 반면에 그야말로 초반세팅의 끝을 보여주는데요,

워낙 휴 그랜트쪽에 인물들이 바글바글거리기 때문이죠, 당연히 노팅힐이라는 공간은 절대 로마처럼 장소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휴 그랜트와 그의 친구들, 특히 스파이크

그 외 서점사람들, 하다못해 호텔지배인(이건 프리티우먼이긴 하지만)까지 몽땅 초반세팅해 놓은 걸 후반에 가서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휴 그랜트와 쥴리아 로버츠간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들도 일일이 다 써먹죠

그 중 가장 좋았던 것만 추려보자면

먼저 휴 그랜트가 대사가 정말로 형편없어 보이는 헐리웃블록버스터영화 대본상대를 해 주다가 헨리제임스나 제임스 아이보리 영화 얘기를

농담처럼(휴 그랜트가 이런 영화를 해 보는 게 어때요?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농담처럼 꺼내는 게 핵심이겠죠) 꺼내고

나중에 헨리제임스 영화에 나오는 쥴리아로버츠........

영화속 쥴리아 로버츠의 캐릭터로도 잘 어울리고, 자연인 쥴리아로버츠와도 잘 어울리고, 휴 그랜트에 대한 쥴리와 로버츠의 감정과도 부합되고,

기타 영국영화인들이 갖는 나름 자부심표현도 되고, 아무튼 일타오피이상 되는 것 같아요

다음으론 두 사람이 밤에 거리를 산책하다가 데이트하는 민간인 소유로 출입이 제한된 공원에서의 벤치장면을 영화의 엔딩에 배치한 것이죠

따뜻한 봄날의 풍경속으로 이제는 개방된 공원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그 사랑의 서약이 쓰여져 있는 벤치위에 임신한 체 휴 그랜트의 다리를 베고 누워 있는 쥴리아 로버츠

하나 더 가볍게 명장면으로 꼽히는 노팅힐거리를 걸어가는 휴그랜트의 6개월 시간경과 장면을 언급 안 할 수 없네요,

씬 초반부의 임산부가 마지막에는 갓난아이를 안고 있고, 역시 초반부 휴 그랜트의 여동생은 앞서 생일파티 장면에서 언급한대로

불량해 보이는 남자와 데이트하다 후반부에는 안 좋게 끝나고, 그 옆에는 스파이크가 있죠

 

이렇게 열심히 노팅힐이 용을 쓰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과연 노팅힐이 로마의 휴일을 뛰어넘는 청출어람의 영화인가?

에 대한 질문을 하자면 그 답은 애매해집니다.

보는 사람의 취향문제라는 답은 지양합니다. 글을 쓰고 있는 저는 지금 답을 내려야 하니까요

지극히 개인적인 답을 해 보자면 노팅힐은 지나치게 머리를 쓴 영화예요

물론 여전히 샤갈그림을 들고은 쥴리아로버츠가 휴 그랜트에게 자신의 내심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여전히 저는 눈물을 흘리지만

'she........'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벌어지는 이 영화의 엔딩을 보며 느껴지는 감정이 단일한 충일감이라면

로마의 휴일에서 성안을 나오는 그레고리펙의 혼자 있는 모습을 보며 느껴지는 감정은 안도감과 안타까움의 복잡미묘함이죠

이렇게 마무리를 해 보죠

노팅힐을 만든 사람들은 로마의 휴일을 보고 안타까움을 더 강하게 느꼈다.

그래서 그 두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결말을 만들고 싶었다고.............


기타)

결국 현대의 영화는 우라까이를 피할 수 없는 게 숙명이겠지만 그 방향은 당연히 노팅힐같은 방향이어야겠죠

로마의 휴일의 첫 장면은 오드리헵번의 근황이고, 노팅힐의 첫 장면은 쥴리아로버츠의 근황입니다.

로마의 휴일의 마지막장면 전 장면은 기자회견장의 오드리헵번, 그레고리펙이고

노팅힐의 마지막장면 전 장면은 기자회견장의 쥴리아로버츠, 휴 그랜트입니다.

하지만 이 두 장면을 제외하고는 두 영화의 스토리와 플롯, 캐릭터는 전혀 다릅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우라까이 영화들이 첫 장면과 마지막장면만을 다르게 하고, 스토리와 플롯, 캐릭터를 가져다 쓰는

것과 정확하게 대치되는 지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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