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째. 저는 여전히 밥을 먹고 회사에 출근하고 고양이랑도 놀고 날씨도 점점 더워지는 마당에 옷방 정리 하고 상태는 너무 좋지만 이제 입지 않는 옷들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할까 생각하며 지냅니다. 하등 특별할 없는 섭취와 배설과 노동과 소비의 순환구조에서 벗어나지 않는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것이 이렇게 미안해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요...

  누군가들은 실종자 가족에게 , 천을 쾌척 하는데 한숨과 눈물 말고는 보태줄 없는 주제에 섣부른 말이나 보태지 말자 싶어서 닫고 지냈어요. 그런데 자꾸 안의 혓바늘처럼 돋네요, 단어 미개(2 가까이 저를 고생시키던 진짜 혓바늘은 이제 거의 나았는데).

  저 단어사건이 터져서 난리가 났을 제가 최초로 느낀 감정은 솔직히 분노보다는 어떤 수치심, 굴욕감이었어요. 그리고  같은 사람이 함부로 진단해서는 되는 이번 세월호 사고와는 조금 별개로, 이제 스무 되셨다는 재벌 3세의 입에서 단어가 나오게 연원을 것도 같은. 그리고 그것이 엄연히 직시할 밖에 없는 현실의 일부라는 것을요.

  개인적으로 저는 재벌들이 창궐하는 드라마 따위 진짜 부숴버리고 싶을 만큼, 우리들이 그들에 대해 진짜 알고나 있기는 것인가? 라는 코웃음이 나왔어요. 드라마 작가들이 나름 뒷줄로든 앞줄로든 취재하고, 사람들 사는 어떻다더라 하는 것들 짜깁기 해서 세상에 내놓는 재벌드라마를 진짜 재벌들이 본다면 그들은 무슨 생각을 . 예전에 난리가 났었던 '시크릿 가든' 에서 현빈이 아주 하며 하지원 앞에서 읊어대던 대사 있잖아요.

  "우리 같은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남들은 현빈 멋있다고 난리가 났는데, 정작 대사 듣고 경악한 사람은 정녕 뿐인가 싶었어요. 얼핏 농담처럼 내뱉지만, 결코 회화화 되지 않은 진지한 계급의식을 태생적인 칩으로 장착하고 태어나 살아가는 사람들을 저는 아주 가까이서 적은 없지만 어쩐지 그들의 뇌구조를 같다고 생각하는 뼛속 깊은 소시민적인 서민의식에서 발로한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요.

  그래서 이런 상황, 이런 시국이라서 발벗고 내려왔는데, 이런 아니면 테레비 브라운관 밖으로 평생 얼굴 볼일 없는 사람들에게 내려섰는데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지. 이번 사고가 대통령 잘못도 아닌데 그래도 해결해 보겠다고 쓰는데 언감생심 여기서 어쩌라는 거냐. 애초에 설정 자체가 다른 사람들이 그렇듯 철저한 선민의식의 렌즈를 끼고 바라보니...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생때 같은 자식들이 가족들이 앞에서 서서히 죽어가는데 속수무책으로 세월아 네월아 하는 국가와 정부의 무능함에 분통을 터트리며 절규하는 실종자 가족들의 모습이 어떤 사람들에겐 그냥 적나라하고 불편한 살풍경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겠죠. 뭔지는 대충 알겠는데 왜들 저렇게까지 난리인 지. 마디로 그냥 보기 싫고 불편하다’. 인간이 가진 가장 밑바탕 극한의 감정을 분출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지금의 현실 앞에서, 그들 평생 그렇게 존재를 걸고 오열하며 악다구니를 쓰며 일이 없을 어떤 사람들의 눈엔 저런다고 뭐가 달라져, 그래서 어쩌란 말야라는 감상 밖엔 없을 것이겠고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올블랙으로 감싸고 베일이 달린 감은 모자를 장례식룩을 하고 표정의 변화 없이 손수건으로 눈물이나 찍어내는 것을 명문가의 궁극이나 되는 것처럼 훈련 받고 살아왔을 지도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작금의 모든 현상들이 후지다고 느낄 수도 있으리라고. 어차피 아빠 또는 엄마가 마음 먹으면 해결될 텐데요       

  애초에 지배계급이란 응당 그래야 한다고, 나와 같아서는 되고 우리보다는 나은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경외감과 환상의 근원을 계급에서 찾는다는 것을 저는 숱하게 왔지요. 어쩌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고 미리 낙담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다 싶게 미는 정당도 후보자도 없는 상황이죠. 그런데 왜 근원의 번째 조건이 그냥 나와 같은(비슷한) 사람이 가진 훌륭한 인격 이어서는 되는 것인지 저는 아직도 알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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