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2014.07.23 01:50

알수없다 조회 수:1370

군대에 있을 때 후임이 저에게 무슨 기준으로 책을 고르고 사느냐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군 시절에 (선임 시절) 눈에 띌 정도로 많은 책을 택배로 주문해서 봤었는데 그게 후임 입장에선 신기해 보였나 봅니다. 
그때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만, 군 시절이라면 기껏해야 20~22살 시절이니 지기 싫고 있어 보이고 싶어 읽던 책에서 본 듯한 그럴싸한 문장으로 대답했을 겁니다.

허나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지금도 제대로 대답할 수 없습니다. 여전히 남들에게 자랑스레, 혹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취향이나 기준이 분명하게 있지는 않거든요.
그 좋다는 영화를 보기 전에도 전문가 리뷰나 평점을 꽤 참고해서 보러 갑니다. 보기도 전에 이미 평가를 하고 보는 셈입니다. 그러니 제대로 보일 리가 없지만, 습관처럼 굳어 고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경 사물을 대할 때뿐만이 아니라 사람을 대할 때도 나도 모르는 선입견에 휘둘리고는 합니다. 뒤에 생각해보면 후회가 되어 반성합니다만,
그 반성이 당장은 괴롭긴 해도 내 생활에 직접적인 불편으로는 이어지지 않기 때문인지 늘 똑같은 실수와 잘못을 반복합니다.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 되어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포함하여) 바라보고 싶은데, 아직 그것은 요원하게만 보입니다.

아마 불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스스로 원하고 있으니 늘 노력하는 자세라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술 한잔 하고, 술자리에서 시끄러운 논쟁에 시달려 맛있어야 할 술맛이 쓰고, 집에 돌아와 컴퓨터를 켜 듀게 눈팅을 하다 보니 오늘 마신 술맛이 생각나네요. 좋은 게 좋은 거였으면 좋겠습니다.

건방지게 말이 길어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러고 보니 이게 제 듀게 첫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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