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23 13:05
게시판 이벤트로 받은 언더더스킨 감상평입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여성 외계인 이설리입니다.
그녀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남성 히치하이커를 차에 태우고 상대방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 주인데 이는 주인공의 특별한 직업과 관련되어있습니다.
이 작업이 벌어지는 때는 히치하이커의 시점도 병행되어 상황을 한층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재밌는 점은 이설리가 외계인이기 때문에 사람과는 다른 낯선 관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녀의 시점을 따라가며 읽다보면 공감과 이입이 가능하게 짜여 있는 것입니다.
끔찍한 희생을 치루고 얻어냈음에도
자신이 대체될 수 있는 시스템의 부속품에 불과하다고 깨닫게 되는 순간은 비극적입니다.
고달픈 외계인 노동자의 삶이 절절하게 와 닿으면서도 이설리를 비롯한 외계인들이 하는 일이 인간이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일이고
그 관점이 뒤바뀌어 인간이 동물 취급당하는 부분이기에 조금 소름은 끼칩니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결말부분입니다.
뭐든 끝맺음이 중요하다고 강렬하고 아름다운 결말로 소설 전체를 마무리하고 있어 여운이 남습니다.
2014.07.23 13:22
2014.07.23 13:24
네 아주 선명하고 영화와는 다른 내용일 거예요 스포일러가 되지않도록 일부러 본 글에 자세히 안 적었습니다.ㅎㅎ
2014.07.23 14:05
영화는 거의 초현실적으로 느껴졌던 반면에
책은 매우 매우 현실적이고 실재적으로 느껴졌었습니다.
물론 책이 언어를 동원하여 상황이나 공간, 심리를 보다 자세히 친절히 묘사해주고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책에서는 검정님 말씀처럼 이설리가 화자가 되어 드러내는 일인칭 심리가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다 보니
보다 현실적으로 와닿았던 거 아닌가 싶습니다.
현실을 패러디하는 작가의 표현들도 재치있었구요.
반면, 영화에서는 그녀의 행동이나 심리가 계속 궁금한 채로
뭔가 미혹하고 매혹하는 이미지의 이끌림이 컸던 것 같습니다.
암튼, 두 매체 다 고유의 미덕이 물씬인데,
다행인건 영화를 먼저 보았다는 것이죠.
만약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영화를 볼 때 그녀에 대해 '이미 너무 파악되서'
뭔가 모호한 채로 스칼렛 요한슨의 표정을 따라가는 재미를 놓쳤겠지요.
2014.07.23 14:28
저도 원작이 있는 것을 옮길 때는 비슷하게 가는 것보다 다른 점을 보여주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스토리나 설정도 조금 다르다보니 소설의 주인공과 영화의 주인공이 정확히 매치되지는 않더라고요.
2014.07.23 14:55
네, 영화에서는 등장인물이나 상황이 생략되었을 뿐 아니라
줄거리 자체가 아예 좀 다르게 각색된 듯 싶습니다.
영화 주인공은 기조 심리는 비슷하더라도 책에서보다 덜 고뇌하는 듯 보이고,
'깊은 감정을 느끼는' 대상도 다르고, 스토리의 엔딩도 다르지요.
소설에서의 엔딩도 나름 비장했지만
전 영화에서의 엔딩이 훨씬 더 초월적으로 아름답게 느껴졌었어요.
책 제목의 의미가 물리적으로 함축되는 엔딩 같기도 했구요.
2014.07.23 15:20
이런, 영화를 먼저봐야 됐군요.
2014.07.23 15:22
둘 다 봤는데 다른 스토리라고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나중에 블로그로 줄거리를 파악했는데 영화의 미스테리함이 더 매력적이더군요.
그래도 궁금해서 책을 읽어봐야겠습니다.
영화에 없는, 그러나 주제를 나타내는 줄거리나 등장인물이 있는 것 같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