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24 15:06
좋은 음악은 야금야금 아껴듣는 성격이신가요? 저는 그렇습니다. 요 며칠 제드의 신곡이 나왔길래 24시간 내내 들었더니
음악이 물려버렸네요. 처음 들었을때의 기쁨이 계속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가뜩이나 저는 타오르는 것도 빠르지만
식는 것은 더 빠른 것 같습니다.
기타를 꽤 오랫동안 치고 있는데 아주 곤란한 점이 이겁니다. 어떤 곡이 맘에 들어서 연습을 시작합니다. 거의 제 실력보다
높은 수준의 노래를 시작하죠. 천재가 아닌지라 한페이지를 띄엄띄엄 치는데만 해도 일주일이 넘게 걸립니다. 그래도 여기
까지는 괜찮습니다. 뭔가 원곡의 모습이 슬쩍 보이는 것 같은 느낌에 더 열심히 연습을 하게 되죠.
그런데 모양이 어느정도 갖춰질 때 쯤이면 질려버립니다. 근 한달을 투자한 노래가 치고 싶어지지 않는 겁니다. 멋지게 연주를
하려면 지금부터가 중요할 터인데 느낌이나 완성도는 대충 넘어가버리고 이제 다른 곡에 꽃혀서 그 곡을 치기 시작합니다. 계속
이런 사이클이 반복되서 지금 칠수 있는 노래가 손에 꼽을 정도네요.
그나마 물리지 않을 것 같은 스탠다드 재즈 곡들을 치고 있는데 간당간당합니다.
+이쪽 계통 뮤지션들이 보통 그런 것 같지만 제드는 좋게 말하면 색이 분명하고 나쁘게 말하면 자기복제가 심한 것 같네요.
메이저?로 올라와서 낸 노래들이 비슷비슷한 걸 보면요. clarity가 대박을 쳐서 그런가 다 비슷하게 들립니다.
2014.07.24 15:11
2014.07.24 16:49
동지분을 만나다니 반갑습니다. 저도 제가 곡을 망치고 있단 느낌 많이 받았어요 ㅠㅜ.
2014.07.24 15:57
저도 관악반 경험이 있어서 트럼펫을 연주했었는데 이게 특정한 연습실 아주 방음이 잘된
곳이 아니라면 도저히 할수가 없었어요 연습실이 버스타고 한시간 거리에 공짜가 하나 있었는데
하다가 그만뒀더랬죠
http://www.youtube.com/watch?v=4Q3ecCC_X1g
lee morgan - gary's notebook 제가 좋아했던 곡이에요
2014.07.24 16:51
노래 좋네요. 그나마 기타는 다행인 것 같아요. 드럼에 취미를 붙여볼까 하다가 비슷한 이유로 시작하질 않았죠.
뭐든 몸 가까이에 있어야 자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특정한 장소나 물품이 필요한 것은 접근하기가 힘들어요.
2014.07.24 17:18
제가 아주 좋아하는 우쿨렐레 연주자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어떤 한 곡을 연습한다는 건, 그 곡을 너무 지겹도록 반복해서 치면서 아주 지긋지긋해지는 과정이라고요.
그렇게 지긋지긋해서 쳐다보기도 싫어졌을 때 계속하면 프로 연주자로 가는 거고, 아니면 취미로 남는 게 아닌가 해요.
2014.07.24 18:28
프로도 그런 말을 했다니 참 다행이네요. 프로들은 매일 같은 곡을 치면서 황홀경을 느낄까 생각했는데 그네들도 나와 같다니. 요새 매너리즘에 빠지던 차였는데 위로가 되요.
제가 기타칠 때 느낀 거랑 넘 똑같아서 놀랬어요. 와 이런 천상의 곡이 있나, 하고 연습 시작하다가 웬만큼 치게 되면 질리기도 하고 내가 곡을 망치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항상 6~70% 정도 완성되면 손놓곤 했거든요.
요샌 다른 이유로 못 치고 있습니다. 이사온 후로 뭣 좀 튕겨보려고 하면 옆집에서 벽을 두드리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