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21 16:49
1. 해무.
각색과 연출의 부재를 의심케 하는 영화였습니다.
칭찬부터 하자면, 배우들의 연기가 그나마 좀 봐줄만한 정도였으나, 스테레오 타입의 안이한 캐스팅부터 이미 절반의 실패였다고 평가합니다.
믹키유천이나 한예리의 팬들이라면 팬심으로 이들 둘 정도는 구제할 수 있을지도. 영화는 대체로 관성적인 연기만을 보여줬다 평해야 할 듯.
영화의 예술적, 기술적 영역에 대해서는.. 아.. 이건 뭐..
우리 듀나님 지적처럼, 이 영화는 선명한 단층을 두고 억지로 봉합한 두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때문에 인물들 특히 중요한 인물인 강선장은 좀 정신분열증적으로 보이죠.
이상한 사족으로 전락한 전반부는 제외하고 해상에서 그려지는 후반부만을 두고 보면..
캐릭터와 플롯은 평면적이다 못해 단선적이고, 이야기 속의 개별 사건들, 아니 사건에 이르지도 못하는 상황들은 나열에 그치는 수준입니다.
개연? 설득력? 뭔 유기적 연결이 있어야 설득을 하든 말든 하죠. 까라면 까는 선원들처럼, 관객도 그냥 그런갑다 하고 보는 영화입니다.
이런 내러티브적 결함은 막과 장으로 분절되는 연극에서라면 그리 두드러지지 않았을거예요. 하지만 이건 영화. 심성보야 그렇다치더라도, 봉준호는 뭐했나 싶더군요.
촬영, 조명, 편집은 이 영화의 목표가 '영화'가 아닌 '무대극 영상'이었나를 의심케 만들던데, 그럴거면 차라리 도그빌처럼 극단적인 양식화를 시도하는게 나았겠죠.
이를 수습하려는 듯 과잉된 음악도 멀미를 유발하더군요. 아니, 멀미가 아니라 냄새 때문이었나..
그나마 호의적인 평가를 내려보고자 애쓰시는 일각에서는 이 영화가 풍부한 상징들을 내포한 비판적 우화,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하던데..
그 앞에는 '실패한'이라는 평가가 붙어야 할거예요.
우화의 외피가 되는 내러티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면의 비판적 메시지가 갖는 설득력은 크게 약화될 수 밖에 없는데, 그 비판이란게 날카롭지도 않고
대상도 불명확하다보니 제대로 된 '비판'으로 기능하지도 못한단 말예요.
그러니 그냥 그렇게 볼 수도 있다..내지는 그렇게 봐줬으면 했다..라는 정도에 그칠 수 밖에. 이런 평들을 보면 대개 꿈보다 해몽인지라, 하나씩 인용해다 까버리고 싶지만 귀찮.
게다가 애초의 기획이 비판적 우화였다면, 영화의 전반부를 비롯한 선상의 쓸데없이 사실적인 셋업들은 다 낭비였다는 얘기 밖엔 안되는 거라서. 뭐하러 귀찮게 그런 짓을..
'게으르다', '머리가 나쁘다' 같은 악담을 하고 싶진 않은데.. 달리 뭐라 해야 하나 모르겠군요.
덧: 영화를 보고 나니 연극을 한번 보고 싶어지더군요. 이것보단 낫겠지 싶지만, 이런 이야기라면 또 볼 필요가 뭐 있을까 싶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2. 모병제
글쎄요, 우선 병 급여 현실화, 근무여건 개선 등 현행 징병제의 부조리가 쟁점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보면 대개 '-> 그럴거면 차라리 모병제 -> 모병제 가능한가 -> 현대전의 전술변화 -> 기타 등등 밀덕스러운 쟁점'으로 이전하더군요. :)
인권침해적 요소를 개선하자는 얘기가 꼭 밀덕 배틀로 나아가니 밀덕 아닌 자의 입장에서는 '돈이 없어서 그렇게 못하겠습니다, 그냥 앞으로도 노예노동으로 가죠'를
당당하게 천명할 순 없으니 말을 돌리는겐가..라는 생각이 드는겁니다. 우선 눈 앞의 부조리에 집중하면 안될까요?
물론 증세는 우리 모두 반대하니까. 어차피 바뀌는 건 없습니다만. 후훗.
3. 세월호 특별법
게시판에 몇개의 글이 있던데 저는 이 글, 정확하게는 데레데레의 댓글이 좀 좋았습니다.
원 포스트가 삭제될 때 그 글의 코멘트도 같이 망실되고 마는 현재 게시판의 문제+이 게시판에는 포럼형식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고도 생각.
물론 '한국인은 포럼형 게시판을 싫어한다'가 정설로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으므로 어차피 무의미한 얘기입니다만. 우후후후.
http://www.djuna.kr/xe/index.php?mid=board&page=3&document_srl=11520947
2014.08.21 17:52
2014.08.21 18:35
1. 대개 '포럼형식'이라 일컬어지기에 저도 그렇게 부르고는 있습니다만, 양키들도 그렇게 부르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역시나 대개 '제로보드 형식'이라 일컬어지는 현행 게시판과 달리 '포스트-코멘트'의 주-객 종속성이 희박하고 '쓰레드'라는 공동 작업물의 성격을 강하게 띕니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재미있는 효과 중 하나가 게시판의 최신 게시물이 '가장 최근에 업데이트 된 쓰레드'라는 점.
때문에 이미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어떤 이슈에 재점화하는 것이 용이하고 이전 논쟁의 연장선상에서 해당 이슈를 다룰 수 있다는 장점을 갖습니다.
자주 논쟁이 벌어지곤 하는 이슈(혹은 '떡밥')라면, 매번 abcd부터 반복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이전 논쟁에서 우위를 점한 의견이라도 언제든 재평가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또 다른 장점은 게시물의 원 작성자가 임의로 쓰레드 전체를 폐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
이런 시스템 하에서는 자연히 게시물의 작성자가 자기 글에 대해 더 큰 책임감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쉽게 잊혀지지 않을 뿐 아니라 언제든 다시 소환될 수 있다는 의미니까요. :)
물론 이렇게 사용해야 한다는 규칙 따위는 없습니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일 뿐.
2. 모병제 논의는 현행 징병제의 모순이나 부조리와는 별개로 다뤄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게 제 입장.
징병제 개선 -> (필연적으로) 비용 발생 -> (비용효율의 관점에서) 차라리 모병제 -> 모병제 현실성..이라는건데..
애초에 징병제 개선 논의는 비용효율 제고를 위한게 아니죠. 그러니 위의 연쇄에서 세번째 링크는 사실 '비용인가, 합리성인가'라든가, '비용인가, 인권인가' 따위가 되어야 하는겁니다.
'나라가 가난하여 돈이 없어 못주겠다'라면 그것도 좋아요. 그러면 적어도 '너희들의 희생으로 지탱하는 국가라서 미안하다'라는 인정에서부터 군 부조리를 개선해야 한다는거죠.
'징집된 병사의 병역은 노동으로 볼 수 없다'는 헌재의 판단처럼 사병의 기본권은 그냥 간단하게 '무시'당하고 있는데, 이들이 타인의 인권을 존중해야할 당위를 저는 모르겠거든요. :)
국가가 앞장서서 사병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와중에, 누가 자신의 사람된 권리를 주장하며 부조리에 저항할 수 있단 말입니까?
2014.08.21 18:32
1. 너무 공감되네요. 저도 어제 어제 봤거든요.
2. 모병제는 시간문제인데,, 당자 하자는게 아닌이상 빨리 논의가 되어야 하는데,
군피아(그냥 군인 그 자체)가 문제인거죠.
2014.08.21 19:55
포럼 형식의 게시판이 어떤 건가요? 궁금궁금.
저도 모병제를 찬성하는 입장인데, 제 주변에 있는 다수의 군필자들과 이야기해보면 모병제 반대가 많더라고요. 이유는 대부분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라서 안된다는 그 흔해빠진 이야기인데, 좀더 깊게 이야기 해보면 모병제 전환시에 드는 인건비라던지, 우리나라 군인의 숫자도 모르면서 그냥 반대만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자기가 갔다왔으니 남들도 가야된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린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적성국가와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건 흔한 일이고, GDP 40배 차이라는 건 이제 상식이고, 북진 통일 할 것 아니면 지금의 군사력도 차고 넘쳐보이는데도 다들 모병제 이야기만 나오면 그냥 왠지 안될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아서 안타깝습니다. 게다가 제가 경험한 군대에서는 정말로 낭비되는 인력이 많았는데(취사병, 세탁병, 운전병, 행정병 등등), 그 것도 아쉽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