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해무.

각색과 연출의 부재를 의심케 하는 영화였습니다.


칭찬부터 하자면, 배우들의 연기가 그나마 좀 봐줄만한 정도였으나, 스테레오 타입의 안이한 캐스팅부터 이미 절반의 실패였다고 평가합니다.

믹키유천이나 한예리의 팬들이라면 팬심으로 이들 둘 정도는 구제할 수 있을지도. 영화는 대체로 관성적인 연기만을 보여줬다 평해야 할 듯.


영화의 예술적, 기술적 영역에 대해서는.. 아.. 이건 뭐..


우리 듀나님 지적처럼, 이 영화는 선명한 단층을 두고 억지로 봉합한 두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때문에 인물들 특히 중요한 인물인 강선장은 좀 정신분열증적으로 보이죠.

이상한 사족으로 전락한 전반부는 제외하고 해상에서 그려지는 후반부만을 두고 보면..

캐릭터와 플롯은 평면적이다 못해 단선적이고, 이야기 속의 개별 사건들, 아니 사건에 이르지도 못하는 상황들은 나열에 그치는 수준입니다.

개연? 설득력? 뭔 유기적 연결이 있어야 설득을 하든 말든 하죠. 까라면 까는 선원들처럼, 관객도 그냥 그런갑다 하고 보는 영화입니다.

이런 내러티브적 결함은 막과 장으로 분절되는 연극에서라면 그리 두드러지지 않았을거예요. 하지만 이건 영화. 심성보야 그렇다치더라도, 봉준호는 뭐했나 싶더군요.

촬영, 조명, 편집은 이 영화의 목표가 '영화'가 아닌 '무대극 영상'이었나를 의심케 만들던데, 그럴거면 차라리 도그빌처럼 극단적인 양식화를 시도하는게 나았겠죠.

이를 수습하려는 듯 과잉된 음악도 멀미를 유발하더군요. 아니, 멀미가 아니라 냄새 때문이었나..


그나마 호의적인 평가를 내려보고자 애쓰시는 일각에서는 이 영화가 풍부한 상징들을 내포한 비판적 우화,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하던데..

그 앞에는 '실패한'이라는 평가가 붙어야 할거예요. 

우화의 외피가 되는 내러티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면의 비판적 메시지가 갖는 설득력은 크게 약화될 수 밖에 없는데, 그 비판이란게 날카롭지도 않고

대상도 불명확하다보니 제대로 된 '비판'으로 기능하지도 못한단 말예요.

그러니 그냥 그렇게 볼 수도 있다..내지는 그렇게 봐줬으면 했다..라는 정도에 그칠 수 밖에. 이런 평들을 보면 대개 꿈보다 해몽인지라, 하나씩 인용해다 까버리고 싶지만 귀찮.

게다가 애초의 기획이 비판적 우화였다면, 영화의 전반부를 비롯한 선상의 쓸데없이 사실적인 셋업들은 다 낭비였다는 얘기 밖엔 안되는 거라서. 뭐하러 귀찮게 그런 짓을..


'게으르다', '머리가 나쁘다' 같은 악담을 하고 싶진 않은데.. 달리 뭐라 해야 하나 모르겠군요.


덧: 영화를 보고 나니 연극을 한번 보고 싶어지더군요. 이것보단 낫겠지 싶지만, 이런 이야기라면 또 볼 필요가 뭐 있을까 싶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2. 모병제

글쎄요, 우선 병 급여 현실화, 근무여건 개선 등 현행 징병제의 부조리가 쟁점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보면 대개 '-> 그럴거면 차라리 모병제 -> 모병제 가능한가 -> 현대전의 전술변화 -> 기타 등등 밀덕스러운 쟁점'으로 이전하더군요. :)

인권침해적 요소를 개선하자는 얘기가 꼭 밀덕 배틀로 나아가니 밀덕 아닌 자의 입장에서는 '돈이 없어서 그렇게 못하겠습니다, 그냥 앞으로도 노예노동으로 가죠'를

당당하게 천명할 순 없으니 말을 돌리는겐가..라는 생각이 드는겁니다. 우선 눈 앞의 부조리에 집중하면 안될까요?

물론 증세는 우리 모두 반대하니까. 어차피 바뀌는 건 없습니다만. 후훗.


3. 세월호 특별법

게시판에 몇개의 글이 있던데 저는 이 글, 정확하게는 데레데레의 댓글이 좀 좋았습니다.

원 포스트가 삭제될 때 그 글의 코멘트도 같이 망실되고 마는 현재 게시판의 문제+이 게시판에는 포럼형식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고도 생각.

물론 '한국인은 포럼형 게시판을 싫어한다'가 정설로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으므로 어차피 무의미한 얘기입니다만. 우후후후.

http://www.djuna.kr/xe/index.php?mid=board&page=3&document_srl=1152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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