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18 22:39
제가 시험 앞두고 너무 불안증이 심해서 거의 신경쇠약 상태라 심리상담을 받으러 갔는데
그 분 말씀을 요약하자면, " 너무 성과주의의 인생을 살고 있는거 같다. 시험에 실패해도 인생이
끝난 건 아니다. 자신의 중심인 자존감을 지켜야지 외부의 평가와 시선에 의해서 자기 가치가
왔다갔다하면 안된다."이런거였어요. 구구절절 옳은 말이고 저도 깊은 곳에서는 이런 말에 동의하죠.
그리고 오랫동안 "자존감"을 높이는 것에 대한 책도 읽고 노력도 해봤어요.
하지만 시험에 실패하면 나이는 들어가고 생계 자체가 막막해지는 입장에서 경제적 문제가
걱정되는건 어쩔 수 없잖아요. 이런 저런 대안을 생각해보지만 모두 계약직이고 그 계약직을
언제까지 가질 수 있을지도 너무 불투명하고. 더구나 집에 돈은 없는데-갚아야할 부채만 있어요.
다달히 간신히 간신히 살아가는거죠.- 부모님은 점점 나이가 들어가시니 아프시기라도 하면 정말 대책이 없거든요.
그 분은 사람들의 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자기 중심 지키란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사실 그렇게 마음을 먹어도 비교와 경쟁 사회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직장에 나가고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비교하고 비교되면서 살아가고 다른 사람들 시선에 던져지잖아요.
전 우리나라 사람 10에 9은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고 경제,사회적 지위에 끊임없이
신경쓰면서 살아간다고 생각하거든요.
상담하시는 선생님은 내 주변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고 하더군요.
내가 보려고 하는 것만 보기 때문에 그런 경쟁적인 사람들만 보이는거라고.
정말 그런건가요?
그것에 대한 민감도의 차이는 있겠지만요. 예를 들어 결혼 같은 것도 난 미혼인 내 삶에 충실하게
잘 살아가고 있어, 라고 마음먹었다가 여기저기서 결혼 못한 사람은 실패자라는 식의 말들을
들으면 상처받지 않을 수 있을까요?
오늘 그 분이 힘주어 말한 것들에 대해서 어떤 일을 해도 나는 가치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자존감을 가질 수 있다면 자유로운 인생을 살 수 있을 거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시험 떨어지고 나서 녹녹치 않을 펼쳐질 상황을 생각하면 눈물만 나고,,,,생각을 바꾸어야 살거 같기도
한데 너무 어려운 숙제에요.
2014.09.18 22:46
2014.09.18 22:55
마음을 추스를 여유를 가질 수 있으면 좋은데 어떤 때는 한정없이 그런 외부적 요인들이 나를 무너뜨려요.
지금이 바로 그런 때이기도 하구요. 누구는 이렇게 살더라, 저렇게 살더라,,,, 내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그나마 지금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지만 사회에 나갈 시간이 되면....
2014.09.18 22:53
내가 만족(한다고 자위)해도 실패자 취급하는 세상인데요.. 어렵습니다.
2014.09.18 22:56
정해진 틀이 있잖아요. 그 틀이나 기준치에 안맞으면 루저 취급인데 그래도 난 꿋꿋이
내 가치를 지킨다는거 정말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거 같아요.
2014.09.18 23:06
듀게에서도 몇 번인가 얘기한 적이 있는데 자존감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 가깝습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그렇게 타고난 것이 아니라 그럴만한 환경이 갖추어졌기 때문이예요. 타인의 시선, 사회 경제적 지위에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겁니다. 특히나 주변에서 자신에게 끊임없이 압박을 가해오는 환경이라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어요. 인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사회적인 동물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의 평가와 시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문제인 것은 맞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한국사회에 살고 있지만, 모든 사람이 똑같이 사는건 아닌 것 처럼 그 와중에서도 스스로 노력해야 할 부분이 없지는 않죠. 하지만 남들이 수군댈때 '나는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어'라고 못들은 척 하면서 자존감을 지킨다는건 사실 환상에 가깝다고 생각하고요(...) 뭐랄까 스스로 마음을 지켜낼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들어 저 같은 경우엔 그런 말을 들으면 보통 참지 않고 바로 쏴대는데 상대방이 기분나쁘게가 아니라 적당히 에둘러서 얘기하는거죠(그 조차 기분나빠 한다면 뭐 어쩔 수 없구요). 결혼얘기 나온다 치면 '그런말 하시려면 소개라도 시켜주시든지...'같은?
아무튼 결론은 쉽지 않은 환경이긴 합니다만, 스스로를 구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되겠다.... 마 그런생각을 갖고 있심다
2014.09.18 23:14
현실적으로는 그 영향받는 정도를 조절하는 정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난 ~~~해서 너무 비참해"라고 생각하지 않고 조금 더 긍정적으로 시선을
돌린다든지,,,지금 제가 그게 잘 안된다는게 문제지만요;;
2014.09.19 12:20
저도 평소 그렇게 하는터라 님 말씀에 공감하게 되네요.
막상 실제로 남과 비교하면서 너는 왜 그런 지위밖에 얻지 못하냐...하는 얘기 들으면 진심 빡침니다. 저는 저렇게 함부로 말하는 동창들 몇 명이 있었는데 심한 말다툼 끝에 의절했죠;;
그 일만 생각하면 진심 후회되는게 제가 계속 참다가 일이 커졌다는거죠-,.-
그래서 이 사건 이후로는 저런류의 비스무리한 얘기만 들어도 바로 반격합니다. 그럼 금방들 꼬리 내리더군요;;
2014.09.18 23:13
사회인이니 초연하지는 않은데, 그 자체에는 너무 신경쓰지 않으려고 하지요. 고민만 많이하면 내가 너무 괴로우니까요.
2014.09.18 23:20
2014.09.19 10:50
마음에 새겨놓고 싶은 좋은 말입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좋은 남편, 아빠신 것 같습니다.
2014.09.18 23:20
2014.09.18 23:42
남은 기간 할 수 있는 공부에 집중하려고 해요. 합격, 불합격도 일단은 접고 시험 보는 날 내가 아는거라도 쓸 수 있도록.
2014.09.18 23:32
2014.09.19 00:18
절박하게 상담 받으러 갔는데 나름 아둥바둥 사는 것 가지고 이렇게 하면 안된다. 저렇게 해야된다. 라는 얘기나 들으면 자존심 확 상하겠네요. 자존감을 지키고 휘둘리지 마라 이건 좀 애매한 말인데. 다들 어느 정도 휘둘리고 어느 정도 지켜가면서 그렇게 사는데. 남보다 조금 더 남의 시선을 신경 쓰고 살아가는 게 내가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삶의 방식이라면 굳이 바꿀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그게 휘둘릴 정도가 되면 본인이 매사 불안하고 힘들기는 할 거 같기는 하네요. 상담 선생님도 그점을 말씀하고 싶으셨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남을 신경쓰면서 사는 거랑 남한테 휘둘리는 거랑은 좀 다른 거니깐.
2014.09.19 00:40
2014.09.19 08:20
영화의 그 대사가 생각나네요.
"It is not your fault"
타인의 시선애 맞춰살다가는 숨막혀 죽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지도 몰라요.
2014.09.1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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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9 18:50
따뜻한 글 감사합니다^^
2014.09.19 19:09
제 친구 중에 행시 2차 한 달 반 남겨두고 갑자기 아버지 돌아가셔서 독서실에 앉아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나오는 눈물 못 참아 울다가 책 한 장도 못 넘기고 8Kg빠진 친구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아버지 돌아가시는 순간에 함께 있어 드리지도 못 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남은 그 해의 기억은 백지상태라고 이야기하더군요. 그리고 나서 행시에 다시 도전했지만 공부하려고 하니 필요한 자금이 없어서 논술과외 몇 개월씩 하면서 돈 모으고 공부하고 이 걸 몇 년 반복하다가 7급으로 바꿔서 합격했습니다. 불안감 달래며 열심히 하던 친구도 난데없는 비보앞에 그냥 무너졌습니다. 이 일도 몇 년이 지난 후에서야 제게 말해주더군요. 그런 일을 겪으시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운아이고 복이 있다고 생각하시고 현재에 집중하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런편이라고 생각하고 3X년을 살아왔는데, 최근엔 좀힘드네요.
어느 한적한 산골에서 도시와의 연을 끊고 혼자 살아간다면 덜 신경쓰게 될 것 같은데, 인터넷을 하고 친구들 사는 모습을 보고
, 부모님께 닥달당하고 등등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보니 낮엔 그럭저럭 살아가는데 밤에 누워있으면 실패한 인생이다 싶어
우울하고 그렇네요. 인생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