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시판에서 개저씨라는 단어를 써도 되냐 아니냐, 이건 게시판 안에서 관리자나 사용자들이 만들어가는 룰이 있겠고, 그 부분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개저씨 논쟁을 보다보니, 사람들이 된장녀, 김치녀, 루저남 같은 단어가 집단을 향한 '멸칭'이기 때문에 사용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개저씨도 마찬가지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많이 진행되는 것 같아서, 그 부분을 좀 끄적여보겠습니다.


저는 김치녀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을 보면 굉장히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게 됩니다.

김치녀라는 단어가 욕이어서 그럴까요? 특히 (약자인) 여성 집단을 향한 욕이어서? 그런 부분도 있겠습니다만,

저같은 경우 가장 중요한 이유는 김치녀라는 신조어를 씀으로써 그 사람이 굳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옳지 않기 때문에 그 단어의 사용자를 적대합니다.

제가 느끼기에 김치녀라는 단어를 발화하는 건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자 합니다.

'한국 여자는 (소수의 '개념녀'를 제외하고 전부. 그래서 한국여자란 뜻의 '김치'를 씀) 속물적이며 남자의 경제력을 뜯어먹으려 하고 책임감과 이성이 부족하다. 이게 고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이런 신조어를 써서라도 조롱하고 싶다.'

김치녀라는 단어는 이런 주장의 표현인데, 저는 그 주장이 옳지 않고 매우 심한 편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요약인 김치녀라는 단어가 구리다고 느낍니다. 김치녀가 욕이어서가 아닙니다.


루저남도 마찬가지입니다. 루저남이라는 멸칭이 아니라 또박또박 풀어서 '키가 작은 남성은 이성으로서 매력이 없고 데이트 시장에서 패배자임을 분명히 선언한다.' 라고 말해도 똑같이 구립니다.

멸칭을 쓰지 말자,는 그 자체로 효용이 아주 없는 제안은 아니지만, 핵심적인 사항은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제가 개저씨라는 신조어를 들었을 때, 그 단어를 쓰는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를 살펴봤습니다. 제가 생각하기론 이렇습니다.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당연히 계시겠지만, 일단 제가 보기엔)

'한국 성인 남성 특히 중장년 다수는 개성도 감수성도 없이 권위의식에 쩔어서 안하무인으로 사람을 막대하며, 특히 젊은 여성들을 만만하게 여겨 성희롱까지 수이 여기기때문에, 꼭 욕을 담아 불러주고 싶다.'

저는 이 신조어에 담긴 주장이 한국 현실에서 그렇게 비열하거나 오버라는 생각이 안 드네요. (더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분명하게 중장년 남성을 욕하며 공감대를 모을 수 있다는 게 발전이라고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설령 제 주장에 동의하더라도 게시판에서 개저씨라는 말을 쓰는 것에 반대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욕이니까 게시판에서는 쓰지말자.' '개저씨는 그런 함의가 아닌 더 나쁜 함의를 담고 있다.' '애초 그 뜻엔 동의하지만, 집단을 욕하는 단어는 결국 오용되고 그냥 집단을 욕하는 말이 된다.' 다 일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논쟁이 여러 측면에서 있었던 건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개저씨로 아무리 박터지게 싸우더라도

김치녀니 루저남이니 하는 단어를 쓰는 사람들을 적대시하는 게 그저 특정 집단에 대한 멸칭을 사용하는 걸 금지하기 때문이라는 물렁한 이유는 아니라는 공감대는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길게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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