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귀에 들리는 소리를 처음으로 음악으로 이끈 이는 해철이 형이었습니다.
그전에도 노래라고 느꼈던 음성들은 있었지만, 아직도 잊지 못하는 1997년의 어느날. tv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노래를 보면서 아무 말 못하고 그냥 계속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해에게서 소년에게"였습니다. 뒤늦게 알았습니다. 만화영화의 ost라는 것을.
어느 날. 저는 테이프카세트를 들고 tv앞에 앉아 녹음버튼을 눌렀습니다. 지지직거렸고, 테이프는 해철이형의 노래를 담았습니다.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없었을때 저는 그렇게 해철이 형을 만났습니다.
지겨워질때까지 한 1년 걸렸던 거 같습니다. 꼬꼬마 아이가 머리를 깎고 학교라는 병영에 들어갔을때, 해철이 형은 여전히 희망을 노래하고 있었지만, 어릴적 저는 냉소적이었고 이를 가로지으며 테이프를 교체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내 곁에 남아있었습니다. 추억으로. 희망으로 형이
20여년의 세월이 지나. 그의 죽음앞에 다시 섰을때 저는 눈물이 나지는 않습니다. 세월호때도 그랬습니다. 지금 사람들이 형을 잊지 않겠다고 하지만, 세월호때와 같이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 형을 잊을 겁니다. 그리고 저도 그럴테지요. 20년 전 그때처럼.
그래도 나는 형의 발인식 날 그 시간에 맞춰 형이 장례식날에 울려퍼질거라고 했던 그 민물장어의 꿈을 들을 껍니다.
그것이 나의 인생. 내가 햇살 찬란히 받으며 티비에 카세트 테이프를 갖다대게 만들었던, 그 추억을 만든 사람에 대한 헌사일테니까요.
해철이 형. 형을 한번도 본 적 없지만. 언제나 신해철이라는 이름보다 해철이 형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는거 그만큼 형은 언제나 마음 한켠 있었다는거. 감히 형이라고 부르는 것. 이 모든 걸 담아.
잘가요. 나의 이카로스. 나의 마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