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2014)
감독 박창진
출연 신은경 오인혜 이기영 강지섭
간밤에 무덥고 잠도 안와서 인터넷을 뒤적거리다 우연히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런 류의 영화 - 극장 개봉보다 IP채널 수입을 목표로 한 영화들 -의 목적은 대동소이합니다. 예산과 등급의 한계내에서 최대한의 자극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관객들도 극장개봉 영화에서 볼 수 없는 난데없는 재미를 찾는데 관람의 목적을 둡니다. 예를 들어 '내가 살인범이다(2012)'는 장르를 점프하는 타란티노적인 재미를 선사합니다. 보면서도 끝까지 "이게 뭐야?"를 연발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도 멀게는 최동훈류의 범죄영화들, 가깝게는 6월에 개봉한 '황제를 위하여'에 영향받아 만들어진 듯해 보이는 이 영화는 그 목적이 조금 달라 보입니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의 자극을 기대하고 보는 90분동안 그 기대를 "의도적인가?"하고 갸우뚱할 정도로 배신합니다. 사채업, 조직폭력, 신체포기각서, 살인, 룸살롱등등 한국 성인물이 다룰수 있는 거의 모든 요소를 다루면서도 TV 단막극스런 담백한 연출을 보입니다. 19금 영화의 불편함은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습니다.
네이버에 소개된 영화 줄거리입니다. 실제 영화보다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세상에 제일 독한 사채업자로 알려진 그녀 세희. 너무나 악랄한 방법으로 돈을 빌려간 사람에게서 돈을 뜯고, 돈을 위해서라면 남자를 유혹 그 집안을 파탄 내고 남자를 폐인으로 만들고, 돈을 갚으려는 사람에게서도 담보로 걸린 물건이 좋으면, 갖은 핑계로 돈을 못 갚게 하거나 다른 모사를 꾸며 물건을 자기 소유로 돌리는 악독한 그녀. 그런 그녀 곁에 두 남자가 있다. 한 명은 그녀의 돈 줄과 그녀의 사업 뒷 배경이 되 주었던 인호, 한 명은 그녀의 모든 사랑을 받는 지극히 평범한 사내 연우. 하지만, 자신의 심복인 민영에게 이 두 사람을 모두 빼앗기게 되고 세상의 모든 일에는 그만큼의 댓가가 따른다는 것을 뒤 늦게 알게 되는데...
주연인 신은경은 조폭 마누라 후 TV드라마에 집중해서인지 영화계에선 다시 좋은 배역을 얻기가 힘들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습니다. 주연임에도 배역 자체도 아무런 의미나 용도가 없는 '바지 사장'같은 역을 받은 중견배우의 심정은 어떨까? 싶었습니다. 서브 주연인 오인혜의 롤이야 뻔합니다. 그럼에도 영화 거의 마지막까지 그녀의 역할은 감독이 이 배우를 잘 모르고 캐스팅했나?싶게 제한적입니다. 사실 이 부분이 글의 포인트이고 목적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모든 면이 엉망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감독이 성인물을 다루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일 거라는 점입니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라면 응당 클로즈 업해서 보여줘야 할 장면들을 대부분 슬쩍 건너뛰고 얼버무리듯 넘어가버린다는 점입니다. 한국영화에서 많이 지적되는 욕과 비속어 사용조차 지극히 제한적입니다. 후반 반전부의 연출의 속도감(?)도 엄청납니다. 전체적으로 연출이 허접하면서도 묘하게 안정적입니다. 혹시 해서 감독의 필모를 검색해 보니 역시 TV드라마 연출을 주로 했더군요.
결론은 역시나 "이게 뭐람? ㅋㅋ"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