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씨, (글: 어쩌다보니)

2014.12.24 09:46

○○○ 조회 수:2669

어떤 분이 블로그에 쓰신 글인데, 이 글을 읽고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글쓴이 허락을 받고 퍼옵니다. 원칙적으로 이런 건 그냥 링크를 하면 더 좋겠지만, 본문에서 거론하고 있는 실명을 노출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해당 부분을 블라인드 처리하고 전문을 퍼옵니다. 이분 및 이분과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몇몇 개인을 상대로 소송 등 법적 해코지를 준비한다는 소문도 있고 하니 저도 가능하면 몸조심하려고요. 이 글을 읽는 분들이 갖게 될 의혹이 사실이라는 증거가 있다면, 어허, 제가 익명이라 저한테는 못 보내시겠고, 일단 가지고 계셔 주시길 부탁합니다.

* * *

○○○씨,

며칠동안 82쿡과 듀나의 영화 낙서판등에 올린(본인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뜻을 같이하는 분이 올린) 최근의 글들그리고 어제 페이스북에 올린 전체 공개 글 잘 보았습니다. 전체 공개로 페이스북에 그 링크를 연결해 둔 독일 클래식 팬 '새벽의길' 이라는 아이디의 글 포함해서요. 당신이 아니라고 말하더라도 이미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한국판 쪽에 거의 같은 내용을 당신이 기고하려고 했다고 확인받았으니 페북 글 지웠다고 어제의 게시판 글이 본인이 아니었다고 부인하지는 않으실거라 믿습니다.

결국 세금으로 운영되는 예술단체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문제 제기에는 동의합니다. 공들여 쓴 것이 분명하고 나름 리서치를 통해 자료를 찾느라 애썼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허나 클래식 팬이라면 말할 수 없는 오류들이 눈에 보였고, 총체적인 오류로 가득찬 글이라 어디에서부터 내용이 잘못되었다고 말해야 할지 알수가 없었습니다. 

음악에 대해 뭘 모르시는 분인것 같은데 본인이 쓰셨다면 준비 하느라 애쓰셨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반정명훈 운동과 문구들은 다분히 선동으로 가득차 있어서 처음에는 클래식 좀 아는 사람들은 저런말에 넘어갈리가 없다고 웃고 넘어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도돌이표도 아니고 재미있네요. 3년전 당신의 페이스북 친구이자 언제나 정씨, 진씨 하는 당신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씨가 이미 3년전에 했던 이야기들에서 단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어요.  

당신이 국립오페라합창단 지지서명을 받으러 가고 그 후기를 레디앙에 올렸을 때, 이어서 이글루스에서 난리가 났을때부터(http://sonnet.egloos.com/4106459) 이 사안을 쭉 지켜본 사람이자 
진보적인 정치성향을 가진 평범한 한 시민이자, 
당신이 진보진영에 끼얹고 있는 이미지가 우려스러운 한 사람의 자격으로 나는 이 글을 씁니다. 
당신의 책과 레디앙에 올렸던 글부터 쭉 보아왔는데 근래의 페이스북은 들어갈 엄두가 안납니다. 


어제 82쿡에 올라와 베스트에 갔던, 댓글이 수없이 달렸으나 댓글에서 혹시 ○○○씨세요? 했더니 
삭제되어버린 그 글에서 @@@가 혼자 십자가를 짊어지고 있다고 하셨나요. 십자가는 성경속 예수가 짊어졌던 그것인데 이렇게도 쓰이는군요. 3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봅시다. 민주당 출신 시의원 J씨가 @@@씨에게 서울시의회 자료를 건넸죠. 그 자료가 편항적이었던 만큼, 글 역시 거칠고 오류 투성이였습니다. 

J씨의 남편은 지휘자 L 씨로 경기/수도권 모시향을 맡았던 사람입니다. 서울시향도 그쪽시향도 재계약 시점이 다가오니 이걸 건수 삼아 터트리면 정명훈의 자리가 국내지휘자에게로 돌아올 수 있을거라는 계산으로 서울시의회의 모든 자료들을 외부인인 @@@에게 넘겨주고 그를 부추겨서 글을 쓰게 한것이죠. 

그 칼럼 이후 @@@가 세종문화회관 관장직에 3년전에 지원했다는 것도 알고 계시나요. 그 나름의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공명정대하고 진보적인 비전을 이 각박한 예술계에 실현하고 싶어서라고 칩시다. 서류에서부터 탈락했어요. 민주당 출신 서울시장이 나왔으니 민주당 지분이 있을줄 알았답니다. 공연예술계에서는 대부분 아는 이야기이지만 다들 기가 막혀서 아무말 하지 않고 있는 겁니다. 다른 직책도 아니고 예술의 전당과 더불어 대한민국 양대 문화예술단체로 손꼽히는 세종문화회관의 최고위직을, 고졸 학력과 경력미달의 자칭 예술가가 유명세를 얻고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린 뒤에 도전한거라서요. 무리수를 써가며, 정당하지 않은 경로로 입수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칼럼을 써서 유명세를 얻었으나 희곡과 시나리오 작가, 연출가, 사진작가에 설치미술, 예술행정까지 그 다양한 장르를 다 섭렵한 대단한 예술가 @@@의 이름을 저는 물론 다수의 사람들이 칼럼 이전에는 알지 못했습니다. 예술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살면서 이토록 유명세를 얻었으니 @@@는 잃은게 없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토록 문화권력을 비판했던 사람이, 권력을 가진 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입니다. 

당신이 들었다는 정명훈의 프랑스 연봉 내역을 전달한, 프랑스 라디오 프랑스 관계자, 대체 누구인가요? 이름을 분명히 밝히세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과 같은 공영방송 오케스트라에는 대외커뮤니케이션/언론을 담당하는 창구와 담당자가 따로 있습니다. 당신의 취재원이 누군지, 그 사람의 신원 보호를 위해 밝힐 수 없다면 그들과 주고받은 메일내역을 원본이나 캡쳐로 공개하거나 녹취 파일을 올려보거나 눈에 보이는 증거를 공개해보세요. 정명훈에 대한 감사는 이미 14일에 다 끝났고 문제 없다고 확인되었습니다. 계약을 맺는 당사자 양측과 법률적 대리인이 아니면 누구도 확인할 수도 발설할 수도 없는 계약서의 세부사항을 제3자가 전부 확인했다는 보장도 없지만 그저 어디에서 주워들은 뜬소문처럼 두리뭉실한 이야기를 주워섬기는 것입니까? 지난 10월 라디오 프랑스가 겪은 내부적 문제로 해임한 사람들 중 속한 사람이 관계자라면, 그의 말도 다분히 편파적이겠네요. 당신이 가져다 쓴 해직 단원들의 목소리들 처럼요. 

모든 오케스트라에서 계약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관례이고, 프랑스처럼 직접적인 돈 이야기를 꺼리는 문화에 속한 나라에서 구체적인 액수를 말했다는 것도 안 믿겨지는데 진작에 떠났어야 할 정명훈과 계약을 연장시켜 가면서 계속 붙잡아 두자 정명훈이 같은 기획사에 속한 젊은 지휘자인 미코 프랑크를 후임으로 직접 데리고 왔어요. 그런데 과연 그 오케스트라의 어떤 '관계자'가 정명훈은 2류이고 그 중간급에 있는 지휘자에 불과하다고 자신의 상임지휘자이자 예술감독의 얼굴에 침뱉는 발언을 했나요. 그 관계자가 혹시 라디오 프랑스의 평단원은 한달에 3천유로도 못 받는다고 이야기 안하던가요? 서울시향의 4천5백-5천만원보다도 적은 액수를 받습니다. 노동시간을 비한다면 라디오 프랑스의 처우가 더 나은거지만, 현재 환율을 적용하면 서울시향 단원들이 라디오 프랑스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있는겁니다. 

이런 대우, 정명훈이 온 이후에 이뤄진겁니다. 그가 왜 단원들의 급여롤 2배 넘게 올려줬을까요? 노조 없앴다는 이야기만 반복하지 말고 왜 노조를 없앴는지 그 단원들이 왜 잘렸는지 알아봐야 하지 않나요? 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 노조를 없애고 법인화라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었을 정도로 서울시향은 무늬만 오케스트라지 지금과 같은 인지도를 가지지 못했다는 걸 왜 이야기하지 않으십니까. 

단원들을 쥐어짜듯 부려먹고 연주 수당은 800배라는 이상한 계산법, 10년에 140억이라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말하는, 쉽게 대중들을 자극하기 위한 당신들만의 계산법이군요. 사리사욕 채우는 정명훈이 뭐하러 단원들의 급여를 2배 넘게 올려줍니까? 정년 계약을 해줄 수가 없는 불안한 구조가 정명훈 탓입니까?  5급 공무원의 급여에 준하는일반 서민들에게는 크게 느껴지는 액수의 급여이고 쟁쟁한 실력을 가진 젊은 음악가들이 못들어가서 안달인데왜 이런 눈에 보이는 이야기는 모르는 척 하시나요.

어떤 루트를 통해 어떤 정보를 접했는지 밝힐 수 없다면, 2013년 내한공연을 기획한 공연기획사나 서울시향을 통해, 라디오 프랑스 담당자에게 직접적으로 연락을 취해 더블체킹을 해보고 문의를 하면 됩니다. 계약세부사항과 실제로 받고 있는 액수를 알수 있는 경로가 있는지, 그게 외부로 나갈 수 있는지를 확인하면 되겠죠. 아니면 누군가는 그냥 떠도는 소리를 근거없이 하고 있는 겁니다.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누군지 확인해 봅시다. 

○○○씨가 국립오페라합창단 지지서명을 받으러 갔다가 봉변을 당한 것, 정말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그때 앙심을 품고 지금까지 반정명훈 노선을 취한 이후,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투쟁방식을 보이며 총체적으로 억지를 쓰고 있다는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다는것 본인은 알고 있나요?

스스로 작가라는 바이라인을 달고 있으니 묻겠습니다. 당신은 순수하게 당신의 책에서 나온 인세만으로 생활이 가능한 전업 작가입니까? 소설가 신경숙, 공지영처럼 베스트셀러 작가들, 우리가 이름만 말하면 다 아는 소수의 몇몇 영화 감독들만 그렇겠지요. 좀 덜 알려졌고 대한민국 건국이래 이만한 수준의 지휘자와 작곡가가 나왔던 전례가 없어 모른다 쳐도, 프로 예술가의 세계를 가까이에서 접해보지 못해 모르겠다고만 하지 말고 우리 솔직히 이야기 해봅시다. 

장르가 다를 지언정 피라미드의 상부로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경쟁은 점점 치열해집니다. 그런데 당신이 2류라고 손가락질하는 정명훈, 서울 아니면 어딜가서도 그 호사스러운 대접 못받는 다는 정명훈은 그 피라미드의 상부에서 90년대 초반부터 쭉 있어온 사람입니다. 로얄콘서트헤보우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가, 베를린필하모닉이 할일없이 그를 초청하겠습니까. 젊고 촉망받는 유럽출신 신인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요.

진은숙은 이미 10여년 전에 작곡가로서 받을 수 있는 상을 다 받았습니다. 불레즈나 리게티도 인생의 말년에 이르러서야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받은 상을 이미 40대 초반에, 동양인에 여자라는 핸디캡을 다 이겨내고 인정받았습니다. 진은숙에 대해 독일에서 독일 음악평론가가 쓴 평전이 나왔고, 한국에는 한국어로 번역되어 소개되었습니다. 아이러니 하지 않습니까. 한국 작곡가의 평전이 독일에서 먼저 출판된다는 것이요. 음악계의 노벨상을 40대 초반에 받은 셈이고, 앞으로도 6-7 년은 위촉작품으로 스케줄이 꽉 차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서울시향의 연봉을 아쉬워한다고요? 정명훈의 비호를 받고 서울시향에 입성했다고요? 지휘자와 작곡가로서 동등하게 서로 뜻을 모아 당신이 좋아하는 그 단어인 '연대'하고 협력하는 관계겠지요. 
2006년 정명훈의 부탁을 받아 작곡가로서 현대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아르스노바를 맡은겁니다. 

진은숙이 돈 보고 서울시향 일을 하지 않는다는 건 3년전 자신의 글에서 다 밝혔습니다. 그 돈 없어도 이미 들어온 커미션과 연주가 많고, 밥벌이를 위해 교수직에 연연하며 대학에 출강할 필요도 없이 그냥 전 세계 크고작은 음악제와 콩쿠르에서 끝없이 상주작곡가로 모셔가지 못해 안달이 나 있습니다. 

당장 구글링해서 부지 앤 호크스 출판사에 들어가보면 연주 일정이 얼마나 빡빡하게 잡혀있는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유명한데 왜 한국에서는 연주 안하느냐고요? 독일에서도 가장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바이에른 주의 뮌헨오페라나 되니까 2006년에 진은숙의 오페라를 올릴 수 있었던겁니다. 오자와의 뒤를잇는 뛰어난 일본계 지휘자인 켄트 나가노가 당시 상임이었고, 아힘 프라이어라는 동독 출신의 브레히트 시절을 잇는 걸출한 연출가가 미장센을 담당했어요. 국립 오페라단에서 합창단도 해산시키는 마당에 이걸 무대에 올릴 프로덕션을 감당할만한 역량(예산)이 없는 겁니다. 연출을 맡을 오페라 전문 연출가도, 가수들을 데려오는 것도 여의치 않고 오케스트라와 지휘자는 서울시향과 정명훈이 있다고 쳐도 나머지는 어떻게 한답니까? 

뉴욕타임즈가 전면을 할애해 인터뷰를 실어주고 뉴욕필이 진은숙의 생일이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생일축하까지 해줍니다. 이런급의 예술가를 진중권네 둘째 누나이자 정명훈하고 손잡고 서울시향의 녹을 받아먹는데 급급한 사람으로 몰고 가는 것이 당신이 말하는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행동이자 실천입니까. 
진회숙씨는 오래전부터 이름 알려진 음악칼럼니스트였고 외부업체로서 서울시향 매거진을 맡았습니다. 서울시향에 소속된 사람이 아니었고 현재는 그 외부업체마저 2013년 5월부로 직책을 떠났으니 아무런 연관이 없어요. 

프랑스에서 거주중인 분이지만, 구글에서 한국의 각종 일간지부터 전문지까지 요즘은 온라인으로 다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당신이 글을 올릴 때마다 나서서 반박해주고 링크 걸어주는, 그 분야를 잘 아는 사람들이 있죠. 그러니 제발 가서 그 내용들 좀 읽고 이야기합시다. 진은숙으로 검색해서 나오는 내용을 관심있게 정독할 여유가 없다면 최소한 사람들이 덧붙여주는 링크라도 가서 보세요. 사실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당신의 허위사실에 대해 이제 비웃음이 나올 지경이니까요.

진은숙이 뉴욕타임즈에 대서특필되기까지, 김지운, 박찬욱이 헐리우드에 진출해 한국 감독으로서 영화를 만들기까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지구 한바퀴를 다 돌고 유명세를 떨치기까지, 그들이 그 지점에 다다르기 위해 쏟아부은 노력과 치열함은 일반인의 것과는 다릅니다. 우리같은 미생은 뭐 하나 그런 예술적 성취에 보태준 것 없지요. 정명훈과 진은숙이 그 수준의 예술가로 생을 살기까지의 과정에 무조건 찬사와 존경을 보내라고 안 하겠습니다. 최소한 없는 사실을 만들어서 비난하는건 상식이 아니잖아요. 당신을 비롯해 나까지 우리가 그들의 예술적 성취에 뭐 하나 보태준것 있나요? 그들이 악보를 사거나 오선지 사는데 누가 십원 한장 보태준 적 있나요? 그 사람들 조국에 빚진거 하나도 없습니다. 피겨의 김연아처럼 약소국 출신의 국적이 그들의 발목을 잡았으면 모를까.

그들의 작품과 예술세계가 설령 내 취향이 아니라고, 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그들이 2류입니까? 거품신화라니, 그 거품이 일시적이 아니라 영원히 존재할 수 있다고 봅니까? 음악듣는 청중들은 귀가 없고, 전 세계 평론가들은 적당히 구슬리면 그저 칭찬만 늘어놓는 바보일까요? 당장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될 정도의 음악가라면 가장 성공한 수준의 음악가들인데 그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당신이 글에 어제 쓴대로, 정명훈의 서울시향이 별로 들을것도 없는데 사람들이 다 좋다고 하니까 따라서 좋다고 하는 벌거벗은 임금님의 한장면 같습니까? 
당장 그들은 자신의 예술행위 만으로 밥먹고 삽니다. 당신도 못하고 있는 전업예술가일 뿐더러 세계적인 명성까지 쌓았어요. 

○○○씨,
이제 나이도 사십을 훌쩍 넘었고, 한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다면
운동권에서 추앙받았던 옛 시절, 당신이 꿈꾸던 이상세계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인지하고 땅에 발을 디뎌보세요.

남들보다 뛰어난 글재주를 가져서 일찍부터 책내고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으니, 당신더러 정명훈이나 진은숙 정도 급이 될만큼 훌륭한 작품을 남기라고 할까도 생각해봤습니다. 그래서 인류의 예술이 한발짝 더 나아가는데 기여하고, 세계적인 언론에서 대서특필되는 수준의 명성을 얻으면 모두가 좋지 않겠느냐, 라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거기는 너무 어려운 지점이잖아요. 현실적으로. 

다만 정치와 사회 구조, 부당한 현실을 밝히는데 집중된 그 관심과 글재주를 살려, 더 생산적인 담론을 생산하는데에 쓰세요.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데 펜을 휘둘러서 사방을 적으로 돌리지 말고요. 

구조가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문화예술정책으로 파리8대학에서 받은 석사학위가 있을 정도로 전문성이 있다니, 그에 걸맞게  생산적인 제안서를 작성해본다거나, 시스템적으로 무엇을 개선시킬 수 있을지 제안을 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혹시 압니까. 당신이 파리에서부터 공개편지를 열심히 보내고 있는 박원순 시장이 당신의 진심어린 제안서를 읽고 감동할지도 모릅니다. 

정명훈 물어뜯는다고 당신이 그렇게 탓하는 구조적인 문제, 바뀌지 않습니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 국내 예술단체에서 일해봤으니 알지 않나요? 비단 과연 서울시향에만 문제가 있습니까?  자기 밥그릇싸움하기 바쁘고 제자들 쥐어짜며 갑질하기 바쁜 몇몇 교수겸 예술가들, 서울시향을 제외한, 지자체의 부족한 예산지원으로 늘 허덕이는 전국 지자체 시향들, 한때 한국 최고의 오케스트라였으나, 지휘자 잘못 만나 산으로 가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무려 전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오케스트라, 매일 돈벌이 되는 오케스트라 반주 찾아 다니는 바쁜 코리안심포니, 각기 내부문제로 힘겨운 수도권과 지자체 시향들, 그리고 꼭 클래식 음악이 아니어도 각종 국립 예술단체들까지 문제는 총체적이지요. 

정명훈이 20억이 아니라 10억을 받으면, 혹은 그가 서울시향을 떠나면 그 문제들이 다 해결되나요? 당신은 과연  시스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대안과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습니까? 
정명훈이 와서 그나마 시향단원들의 연봉이 4천5백-5천사이로 올랐고 뼈빠지게 소모적인 레슨을 하지 않고 오케스트라에 집중하게 되면서 들어줄만한 연주가 시작된 겁니다. 시향에 이름만 걸어놓고 레슨하면서 살아온 나이많은 단원들, 실력 부족으로 잘려나가 앙심을 품고 사실과 다르게 이야기하는, 그 사람들의 하소연에만 귀기울여야 합니까? 생계를 하루아침에 잃어버려서 막막하다는 그 사람들이 시향에 있었다는 그 시절이 어땠는지 모르시나요. 당신이 그렇게 목숨걸고 감시해야 한다고 말하는 세금 50억이, 초대권을 남발하고도 채워지지 않는 공연장으로 만년 적자상태였습니다. 그 돈은 그냥 허공으로 날아간 거에요. 그분들 정년보장받는 공무원 신분으로 시향에 소속되어 있었을 시절, 10년전 혹은 그 이전의 물가를 고려한다면 별 차이 안나는 돈입니다. 최소한 양쪽의 말을 다 들어보고 논거로 삼아야 하지 않나요? 

아니면 아예 다 내려놓고 차라리 솔직해지세요. 나한테 이렇게 욕을 먹인 
정명훈 너 가만히 안둘거야 복수할거야 가만 안둘거야. 라고요.

차라리 그게 인간적입니다. 진보신당 내부에서 국립오페라합창단 운동을 반정명훈 운동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을때처럼 아예 솔직해질수는 없나요? 왜 당신이 민주주의를 논하고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사람인것처럼 목소리를 높이고 문화예술정책가도 아니면서 노조의 유무가 한 예술단체를 파괴하네 마네, 하면서 서울시향이 완전히 정명훈 사조직이라고 말하나요?

또 계급 운운하겠지만 전공도 아닌 악기를 학교 오케스트라에서만 하는데에는 갈증을 느껴서 90년대 중반에 서울시향 단원에게 레슨을 받았습니다. 그때 레슨비가 1회에 7만원이었어요. 전공자한테 해주는 레슨이 아닌데도 시향단원이라며 저렇게 부르더군요. 당시 서울시향은 정기 공연횟수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나를 가르치는 선생이 리허설과 연습에 매진하는 모습은 본적이 없습니다. 공연에 간 적 없냐고요? 실제로 음악을 듣는 건 좋아하지만 그래도 아무거나 듣고 싶지는 않아서 안 갔습니다. 

수석도 부수석도 아닌데 레슨으로 수입의 대부분을 해결하는 나의 악기 선생의 생활은 당연히 중산층 이상으로 넉넉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왜 하냐고요? 운좋게 부모 잘만나 배우고 싶은 거 다 배우고 누리고 싶은거 다 누리고 살았다, 라는 걸 말하려는게 아니라 시향 단원들이 연주를 중심으로 사는 것이 아니었다는 걸 말하고 싶은 겁니다. 2000년이 다 될때까지 꽤 오래 배우는 동안 레슨비는 10만원까지 치솟았습니다. 매번 악기와 악보와 돈봉투를 들고 레슨을 갔으니 잊혀지지 않네요.

그동안 호텔이야기랑 아들며느리부인까지 일등석/비지니스석 항공권 받았다는 이야기, 실컷 우려먹었고 심지어 황우석에도 비하면서 사람들의 눈먼 열광 운운하면 할 수 있는 만큼, 실컷 정명훈을 욕한 셈이니 이제 그만하세요. 계약서에는 없지만 지휘자와 그 가족에게 항공권을 제공하는건 국제 음악계의 관행이라 그렇게 했던 것이고, 2011년에 문제 제기되고 계약서 내용 수정하면서 해결되었습니다. 당신이 소망교회를 비롯 대형교회에서만 진행한다고 기독교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며 언급하는 찾아가는 음악회 문제도, 3년 전부터는 완전히 무료 지휘로 바뀌었고, 서울 바닥에 이 날 이때까지 2천석 이상 수용가능한 공간을 찾기가 힘들어서 교회에서 하는겁니다. 구조적으로 오케스트라 공연을 할만한 장소 자체가, 하드웨어가 부족한 겁니다. 이렇게 부족한 하드웨어를 가지고 나름 서울시에 소속된 오케스트라로서 최선을 다해 애를 쓰고 있는 걸 두고 기독교 세력과 손잡았다고 하면 속이 시원합니까? 이명박은 악이고 소망교회를 비롯한 대형교회는 같은 연장선에 있어서?  

당신이 정말 좌파라면, 정명훈을 데려온 이명박이 내세운 콘서트홀과 오페라홀 건립 계획에 대해 먼저 비판해야 하지 않나요. 우리처럼 토양이 약한 문화적 환경에 선진국 기준의 콘서트 홀이 왠 말이냐 다른 분야 지원하라고 하면서 당신도 딱히 뚜렷한 제안을 할 수 없겠죠. 저도 한마디 더 하렵니다. 한국에서 한국적인 기준을 적용한다면, 프랑스에서는 서구의 기준을 적용해서요. 

프랑스는 아주 가까운 사이에서도 미리 약속하지 않으면 못 만나는 문화잖아요. 전기나 수도 검침원이 오는 날짜와 시간도 몇 주 전에 공고되고, 학생이 교수에게 면담요청을 해도, 관공서와 병원, 은행, 심지어 사적인 관계에까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되잖아요. 서유럽 대부분의 나라와 북미권이 그렇듯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는 나라 아닙니까. 이런 나라에서 충분히 공부했고 살았고, 현재도 살고 있는 사람이 왜 정명훈을 찾아가 밤중에 호텔에서 서명과 지지를 요청한것이 그 자체로 실례라는 걸 모르나요. 전후사정 다 짤라먹고 올린 글로 정명훈을 머릿속에 오물이 가득찬 인간으로, 실제로 국내 음악계에서는 시기와 질투를 한몸에 받고 있는데 마치 절대권력을 가진 제어할 수 없는 존재로 둔갑시켜놓고 악의 축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할만큼 한겁니다.  

정명훈에게 법적처벌 운운하지 마세요. 천만 인구 훌쩍 넘어가는 서울시가 그렇게 허술하게 돌아갑니까? 서울시 의회 감사와 감사원은 그냥 종이호랑이라도 된답니까? 박원순이 뒤를 봐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다 무마되고 마음대로 전횡을 휘두를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까? 

○○○씨, 제발 그 숱한 사람들이 피를 흘려서 쟁취한 민주주의라는 단어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마세요. 
나는 운동권이었고, 실천하는 지성이었고 진보신당 당원이었고, 지금까지도 최전선에서 액티비스트로서 활동하고 있으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87년 6월, 처음에는 침묵했던 무관심했던 시민들이 들고 일어났죠. 그렇게 되기까지 꽃같은 아까운 청년들이 목숨을 잃으면서 기폭제가 되었고, 넥타이부대들이, 시청광장을 메우면서 그렇게 우리에게 민주주의가 왔습니다. 지긋지긋한 독재와 군사정권이 물러가고, 우리에게 올 수 있었던건 계층과 계급을 막론하고 숱한 사람들이 광장에 모였기 때문이에요.

당신의 발언이 이런 '대의'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나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움직이게, 광장에 나오게 할만한 진심어린 외침인가요? 왜 내 눈에는 그렇게 안보일까요. 진보 신당내부에서 당신과 조금 다른 관점을 가졌다고 해서 좌우 프레임에 구겨 넣어보려다가 뭐 하나 거슬리면 무조건 배척하고, 당신이 원하는대로 행동해주지 않았다고 해서 유명인사를 악이라고 욕하고, 당신에게는 조카뻘이자 가장 촉망받는 젊은 논객에게 인생 안풀리면 논술과외나 하겠지, 라고 뒷담화하고,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작곡가를 진씨네 누나라고 부르면서 조롱하고, 얼마 되지도 않는 진보내부에서 편가르기하고…. 진보적인 성향 가진 평범한 시민들이 진보진영에 희망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당신의 억지에 얼이 빠질지경입니다.
 
매체에서 더 이상 당신글을 안받아주니까 게시판으로 공략대상을 바꾼건가요? 부정확한 팩트를 가지고 글쓰고 논란이 일어나니 매체에서 더 이상 지면을 안 주는 겁니다. 기자들이 다 병신이고 권력의 하수인이라 입닥치고 있는것 같나요. 당신이 쓴 글이라면 한번 웃고간다는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도, 82쿡에 올라왔던 당신으로 추정되는 글에 달렸던 댓글들도 이미 삭제해버려서 없지만 한번 돌이켜보세요.

진보라는것, 대단히 이념적인 자기 정체성 확립이 아니라 일상에서 이뤄지는 겁니다. 매일의 일상에서 충실히 살고, 늘 깨어있으려는 마음을 갖고, 거창한 대의가 아니더라도 생활 속에서 상식을 지키면서 사는것도 위대하다면 위대한 실천이에요. 우리는 상식이 위협받는, 혼돈스러운 세상속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석사학위까지 갖지 않아도, 정명훈 정도의 유명인사를 만나려면 그에 합당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 상식적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정명훈에게 지지서명을 받으러, 해체 위기의 오페라합창단을 살리겠다는 대의를 위해서 갔으니 그런 절차를 진행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고, 100명 넘어가는 단원들에게도 절대 함부로 대하지 않는 정명훈이 먼저 초면의 당신들에게, 당신이 아무짓도 하지 않았는데 무작정 막말을 쏟아냈다고 말하고 싶다면 계속 그렇게 주장하세요.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끝까지 봉변을 당한건 나라서 억울해 죽을것 같다고, 그러고도 욕은 욕대로 먹어서 힘들었다고, 위로와 지지가 필요한건 나, 라고 말한다면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그런데 자유와 평등과 관용의 나라 프랑스에서 한국 출신의 지식인이자 작가로 살고 싶어하다면 그에 걸맞는 행보를 보여야 합당하지 않나요. 

○○○씨, 개인적 악감정을 선동의 모티브로 삼지 마세요. 요즘 당신이 올리는 글을 보면 '진보'라는 단어가 아깝습니다.

당신이 나서서 진보 운운하고 진실을 호도하고 허위사실로 선동하는 것에 다 속아넘어갈만큼 사람들 어리석지 않아요. 클래식 좋아하는 사람들 특권층이 아니라 그 아름다움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당신이 근거라고 가져오는 이야기들이 이미 3년전 돌림노래라는 것, 이제는 읽는 사람들이 먼저 압니다.

그러니 진보적 성향을 가진 게시판에서도 당신이 원하는만큼의 댓글이 안달리는거에요. 당신이 정명훈을 감사에도 응하지 않고 내뺀다고 말한것처럼, 당신과 당신의 지인들도 그런 글을 올려놓고 마음대로 여론몰이가 안되자 글 삭제하고 내뺐죠. 

당신이 나서면 나설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진보의 무지와 얼척없는 억지에 치를 떨고 진절머리를 치게 될겁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하세요.

외국에 유학해 석사학위까지 갖지 않아도 
어지간한 사람이면 알수 있는 평등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상식, 저널리스트로서의 팩트 확인, 논거 확보 등 지면을 가진 사람이 지켜야 할 기본도 못지키면서, 이념, 진보, 대의, 민주주의, 정의 운운하지 마세요. 그 단어들은 무게가 있다는 것 모르지 않잖아요. 당신의 개인적인 악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데 소모되기에는 아까운 단어들입니다. 그 단어들은 더 귀하고 소중하게, 소용이 닿아야 합니다. 우리에게 그 단어들이 어떻게 왔는지를 상기해 본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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