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사철가' 배우는 얘기

2015.01.22 20:45

보들이 조회 수:1752

- 이런 별밤이 아니라도 나는 설거지를 할 때 곧잘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흥에 겨우면 목청을 돋워 오두막이 들썩거리도록 창을 부르기도 한다.

영화 <서편제>를 보고 나서 한때는 입버릇처럼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다. 봄은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는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하구나...'로 시작되는 <사철가>를 불렀다. 한참을 부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슬퍼져서 목소리가 촉촉히 젖을 때도 있었다.

슬플 때는 슬픈 노래로 위로를 삼고, 기쁠 때는 기쁜 노래로써 그 기쁨을 드러낸다.


                                                                                                    - 뜰에 해바라기가 피었네 中, 법정스님



어쩌다보니 올 겨울엔 판소리를 조금 배우게 됐습니다. 단가(판소리를 부르기 전에 목을 풀기 위해 부르는 짧은 노래) 중에서 유명한

사철가를 배우고 있는데, 물론 노래 쪽으론 전혀 소질도 없고 해서 어린이 학예회 수준으로 웅얼거리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이 한 곡을

다 부를 줄 알게 되면 얼마나 뿌듯할까 상상하면서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평소에 서양음악 스타일에 익숙해져 있기도 하고 또 배우는 방식이 구전이다 보니 꽤 어렵게 느껴집니다. 가사만 적힌 종이를 보면서

선생님을 따라 한 소절씩 부르는데, 가사에 나름대로 표시해두어도 지나가면 금방 가락을 까먹어요. 겨우 가락을 기억해놓고 나면 

장단에 맞게 부르기가 쉽지 않고요. 한 장단을 다 치지 않고 때마다 강조할 박만 북으로 딱 찍는데 한 번 놓치면 혼돈의 카오스가 됩니다.


저도 이제 적지 않은(?) 나이라서 그런지, 인생의 흐름을 사계절 변화에 빗댄 가사를 읊조리고 있다보면 꽤 슬퍼져요.

어렸을 때 나도 언젠간 늙어간다는걸 상상할 수 없었듯이, 지금도 여전히 더 나이든 내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운데

십년 뒤 거울 속엔 어떤 사람이 들어있을까 싶네요.  

   


이산저산 꽃이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만은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날 백발 한심하구나

 

내청춘도 날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갈줄 아는 봄을 반겨헌들 쓸데 있나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

니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 승화시라

옛부터 일러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삭풍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황국단풍도 어떠한고


오늘은 여기까지 배웠어요. 다음 시간에는 눈이 내리는 가사 부분에서 뭔가 고난이도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공연 갔다오면서 사다주신 전주 풍년제과 수제 초코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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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맛이 없기도 힘든 비주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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