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전 테니스 문외한입니다.

그냥 어쩌다 호주오픈이 TV에서 나오길래 조금 보다 말아야지 하고 보기 시작했는데요. 너무 흥미진진해서 끝까지 봐버리고 이렇게 듀게에 중계 하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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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결승전이었고 현재 사라포바가 결승 진출. 그리고 세레나 윌리엄스와 매디슨 키즈가 결승 티켓을 두고 경기를 시작합니다.

세레나 윌리엄스는 저 같은 문외한도 아는 '그 분'이시구요.

상대가 매디슨 키즈인데 저는 누군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저만 모르는 게 아니었더군요. 19살 신인인데 비너스 윌리엄스를 꺾고 준결승에 올라와 세레나와 겨룬다고 합니다.

다윗 대 골리앗의 경기겠구나 싶었습니다. 일단 외모부터 차이가 났거든요. 온 몸이 탄탄한 근육질에 코트의 여제 같이 위풍당당한 세레나와. 그에 비하면 보통 체구에 해맑은 키즈.

너무 뻔한 경기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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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세트 초반은 정말 키즈가 압도적이었어요. 정말 놀랐어요.

이제 막 잠을 깬 사자에게 엄청 빠르고 용맹한 스라소니가 달려들어 게임을 리드하는 느낌? 그 대단한 세레나가 꼼짝도 못하더군요.

우라사와 나오키의 테니스 만화 [해피]가 떠올랐어요. 거기서도 주인공 미유키가 유명한 쌍둥이 테니스 선수 중 언니를 꺾고 결승에 올라오지요. 그리고 윈블던에 진출해 세계 랭킹 1위 선수와 팽팽한 명승부를 펼치구요.

테니스 스타일도 키즈는 엄청 빠르고 도저히 칠 수 없는 곳까지 날아간 공도 쫒아가서 쳐내고 세레나에게 전혀 주눅드는 모습이 없었어요. 세레나는 초반에 밀리면서도 페이스를 되찾고 노련하게 맞서 나가지요.

꼭 스포츠 만화를 보는 듯 했습니다. 결국 팽팽하게 연장까지 가서 7:6으로 1세트 세레나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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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세트가 시작되었는데 세레나가 거의 페이스를 되찾아 게임을 리드하기 시작하고 키즈가 밀리기 시작합니다. 1세트를 팽팽하게 맞서고 패배하면 신인들이 종종 집중력을 잃기 쉽다고 하더군요.

1게임은 세레나가 손쉽게 이기고 2게임 시작. 그리고 40:40 듀스에서 어드벤티지 세레나로 1점만 더 얻으면 결승행이었지요. 그렇게 싱겁게 끝나는구나 했는데...



그런데 이 아가씨가 포기를 안 하는 겁니다.

어드벤티지에서 다시 점수를 얻어 듀스를 만들더니 이런 식으로 계속 세레나의 발목을 잡아요. 결국 7개의 듀스. 한 게임이 11분이 넘어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집니다. (초보자 분들께 간단한 해설을 붙이면 2점차가 되어야 이기는 경기에서 세레나가 2:2에서 3:2를 만들면 키즈가 다시 3:3을 만들고, 그래서 다시 4:3을 만들면 다시 4:4 만들고 하는 식으로 7:7까지 간거지요.)

정말 징하고 눈물겹고, 관중석도 이 용맹한 소녀에게 감동하여 키즈가 듀스를 만들어 낼 때마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래도 결국 세레나. 이 포기를 모르는 소녀를 제치고 승리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키즈 선수 정말 슈퍼 루키의 등장을 보는 느낌이었어요. 서브 속도는 180km가 넘고,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 세레나도 키즈의 공을 맞받아 치면서 휘청거릴 정도로 강한 공을 구사해요. 해설자 말씀에 의하면 다른 선수가 세레나 윌리엄스의 공을 칠 대 느끼는 위력을 지금 세레나가 경험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일반인은 제대로 맞으면 사망하겠지요.) 그리고 엉뚱한 곳에 떨어지는 공도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고 엄청 날렵합니다.


세레나도 경기 후 악수 대신 포옹해 주고 이 후 인터뷰에서 키즈가 미래에 그랜드 슬램을 할 거라고 예언했어요.



-in-Strong-Is-Beautiful-Celebrity-Campai


Strong is beautiful이 여자 테니스협회의 구호라는데 오늘 세레나팬 한 분이 저 피켓을 들고서 응원하시더군요.

울룩불룩 강한 근육과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괴력. 정말 강하고 아름다웠어요.

여자 테니스 정말 매력적인 운동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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