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23 16:49
http://solarle.tistory.com/6
폴아웃 3, 폴아웃 뉴베가스의 스토리텔링
어떤 문화든 각자의 감상은 다릅니다. 소설이든 영화든 음악이든 각자 느끼고 생각하는건 다르게 마련입니다.
게임도 마찬가지로 단일한 루트의 이야기라도 느끼는 건 다를 수 있고, 그런 식의 이야기는 여러가지 게임스토리텔링 중 하나의 방식으로 인정됩니다.
잘 쓴 소설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게임에서 매력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게임의 한 가능성을 시험해보려는 경우도 있죠.
잘 쓴 이야기와 그걸 풀어나가는 주체를 유저의 선택에 두고, 풀어나가는 방식의 디테일을 한 번에 이루는거죠. (모순적인 목표이기도 합니다.)
많이 해본 적도 없는 게임이지만 무리하게 예를 들면, 텔테일 게임의 경우
잘 쓴 이야기와 그걸 풀어나가는 어느정도의 선택은 있지만(의미없는 선택이라는 이야기도 많지만) 풀어나가는 방식의 디테일은 부족합니다.
게임북 어드벤처와 크게 다를 것 없는 방식이라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는 기분보다
달라진 상황과 이야기를 '보는' 것에 머물러 있습니다.
파이날 판타지6를 보면 행동에서 약간의 선택지와
파티원들을 모으는 선택권이 있고, 그에 따라 보게 되는 이야기와 못보고 넘어가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건 변화하는 세계의 이야라기보다는 어떤 이야기를 볼지, 안볼지 선택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물론 굉장히 잘 쓴 이야기이긴 합니다.
유저가 이야기를 풀어나간다기보다는 보는 것에 가깝고, 디테일은 부족하지만요.
전 게임을 많이 하긴 했지만 많은 게임들이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텍스트와 그림이 나오는 H겜, 비주얼노벨과 큰 차이가 없었어요.
퍼즐을 푸는 방식과 전투를 하는 방식 등에서 많은 권한을 주지만
처음과 끝을 잇는 메인스토리를, 보는 것이 아닌 유저 자신만의 이야기라고 느껴지는 경험을 주는 경우는 드뭅니다.
무제한의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는 건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세가지를 동시에 이룬 게임은 만들고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네가 발음이 나오는 드문 노래인듯
2015.02.23 19:09
2015.02.23 19:35
전 스카이림을 제대로 해본적이 없지만 서브퀘스트의 풍성함과 뛰어난 세계에 비해서 약간 놀이공원 같은 느낌이네요. 능동적으로 놀거리는 많지만 메인스토리와 연계성은 적나봅니다.
서브퀘스트등에서 한 자신의 행동이 메인스토리와 맞물려서 변화된 결과를 보여주면 꽤 만족스러울것 같습니다. 서브퀘스트의 상황에서 특정 행동을 한 게 게임을 진행 한 후에 변화로 돌아오면 선택에 의한 결과로 자신만의 경험이 되는거니까요.
저도 그런 게임이 꾸준히 많이 나와줬으면 좋겠습니다. 만들기도 어렵지만 많이 팔리지 않는다는 인식도 있어서 드문편인데 그래도 근근히 나오기는 하는것 같더라구요.
잘 읽었습니다. 제가 폴아웃 : 뉴베가스를 사랑하는 이유가 굉장히 잘 정리된 글이에요. 폴아웃 : 뉴베가스는 최근 나온 rpg 중 가장 rpg의 정체성 - 선택의 자유와 책임에 부합하는 게임이었습니다. 게이머는 거의 모든 세력을 선택할 수 있고 어떤 선택으로든 엔딩에 도달할 수 있죠. 그리고 이런 게이머의 선택은 앞으로 흘러갈 세계에 유의미한 변화를 남기고요. 서브퀘스트는 자유롭지만 메인퀘스트는 꽤나 선형적이었던(게다가 엔딩의 일방통행은 그 동안의 찬사를 욕으로 바꿔놓을만한 충격과 공포...=_=;;) 폴아웃 3와 차이가 두드러지는 점이죠.
폴아웃 : 뉴 베가스와 엘더스크롤 V : 스카이림을 비교한 부분도 눈에 띄는데, 여기서도 역시 전 뉴 베가스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스카이림의 방대한 세계와 다양한 서브 퀘스트는 분명 뉴 베가스를 훨씬 능가합니다. 그런데 스카이림의 아쉬운 점은, 그 다양하고 매력적인 서브 퀘스트(특히 잘 짜여진 팩션 퀘스트)들이 정작 메인 퀘스트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겁니다. 수많은 연계 퀘스트를 깨며 죽을 고생 해서 마법사 길드의 길드 마스터나 스카이림 최강의 용병단 컴패니언의 인도자에 올라봤자(솔직히 이 정도면 어지간한 영주를 뛰어넘는 인지도와 영향력입니다.) 알두인 잡는데 도움주는 놈 하나 없어요. 그저 바뀌는 거냐곤 마을 경비병들의 랜덤 대사에 '컴패니언의 인도자로군, 존경하오' 따위가 추가된다는 정도... 단발성 퀘스트인 길더그린 복원 퀘스트만 깨도 마을 풍경이 상당히 달라지고 여러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 듣는데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팩션 퀘스트 완료의 보상이 고작 호칭 획득과 동료 고용가능이란 건 많이 아쉬운 점이죠. 그나마 메인 퀘스트에 좀 영향을 주는 건 제국군 or 스톰클락 팩션이지만 마지막 전투 혼자 해야 한다는 건 마찬가지...=_=
그에 반해 뉴 베가스는 서브 퀘스트와 메인 퀘스트가 잘 연계되어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팩션 퀘스트들은 서브와 메인을 오가며 굉장히 잘 맞물려있죠. 초반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서브 퀘스트가 뜻밖에도 나중에 메인 퀘스트와 연계되는 경우도 있고요. 초반에 멋모르고 그레이트 칸과 적대했는데, 나중에 메인퀘스트 때 협상하러 갔더니 보자마자 적으로 인식되어 총알이 날아온다던지...=_=;; 그리고 이런 팩션 퀘스트들이 마지막 전투와 엔딩에까지 영향을 주며, 또 이게 후반부 클릭 몇 번에 의한 것이 아닌 그 동안 플레이어가 걸어온 길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는 점이 매력적이죠.
게임에서, 특히 rpg 장르에서 '잘 짜여진 선형구조'와 '다소 투박한 비선형구조' 중 하나를 고르라면 그래도 비선형 구조를 응원하고 싶습니다. 잘 짜여진 이야기를 감상하는 것은 꼭 게임이 아니더라도, 영화나 책을 통해서도 가능한 일이지만 자유로운 선택으로 세계를 변화시키는 건 게임에서만 가능한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