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잡담...

2015.05.04 23:36

조성용 조회 수:1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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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데렐라]

  케네스 브래나의 [신데렐라]에서 가장 눈에 띠는 점은 요즘 동화 재해석 버전 영화들과 달리 원작 동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는 자칫하면 꽤 심심해질 수도 있지만, 브래나와 각본가 크리스 와이츠는 그런 정공법적 접근 방식 아래에서 이야기를 가벼우면서도 활력 있게 풀어나갑니다. 주연 배우 릴리 제임스를 비롯한 다른 출연 배우들 캐스팅도 좋은 가운데, 오스카를 여러 번 수상한 경력이 있는 단테 페레티의 세트 디자인과 샌디 파웰의 의상도 멋진 볼거리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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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 올 나이트]

 몇 주 전에 본 영화의 광고를 볼 때 벌써 또 리암 니슨 주연 액션 영화가 나온다는 생각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수밖에 없었는데, 일단 한 번 보니 [런 올 나이트]은 의외로 장점들이 꽤 많은 액션 영화였습니다. 잘 만든 액션 장면들 여러 개 제공해 주는 가운데 이야기와 캐릭터 묘사도 괜찮았고, 리암 니슨과 에드 해리스도 자신들 캐릭터에 적절한 회색 명암을 부여하고 있지요. 전반적으로, 그 끔찍하게 엉성하고 밋밋했던 [테이큰 3]보다 훨씬 나은 감상 경험을 제공해주는 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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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의 춤]

  [엘 토포], [홀리 마운틴], 그리고 [성스러운 피]로 잘 알려진 컬트영화 거장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의 신작 [현실의 춤]은 최근 86세 생일을 맞은 이 노장 감독의 실력이 여전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본인의 어린 시절 기억과 허구적 상상력 사이에서 영화가 춤을 추는 동안 자아내는 희한하고 별난 온갖 광경들을 지켜 보다 보면, 조도로프스키가 전보다 관객들에게 더 직접적으로 다가서면서 자신의 개인적 감정들을 털어놓는다는 인상이 들기 시작하고, 그러니 영화 자체가 일종의 치료 의식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저예산 티가 간간히 나는 가운데 후반부에서 상대적으로 늘어지긴 하지만, 여전히 거장의 근사한 컴백 작품이란 건 변함없습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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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씨]

 [블랙 씨]의 주인공인 로빈슨 선장은 한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인양 전문가인데, 도입부에서 그는 경기 사정을 이유로 해고당하는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가족도 이미 그를 떠난 지 오래인 가운데 이제 앞으로 무얼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한 심정인 그에게 한 일거리 제안이 들어오는데, 그건 다름 아닌 2차 세계 대전 동안 흑해에서 침몰한 한 유보트에서 금괴를 몰래 찾아오라는 것입니다. 위험 요소가 다분해도 잘 하면 큰돈을 벌 수 있으니 로빈슨은 이 제의를 받아들이고, 그리하여 그와 다른 주인공들은 낡은 잠수함을 타고 그들의 은밀한 여정을 시작하지요. 여느 잠수함 스릴러 영화들이 그러듯이 당연히 상황은 가면 갈수록 순탄치 않게 돌아가는데, 작위적 요소들이 군데군데 눈에 띠긴 하지만 다큐멘터리 [터칭 더 보이드]의 감독 케빈 맥도날드는 노련하게 이야기를 밀어붙이면서 긴장감을 쌓아가고, 그 옛날보다 상당히 거칠한 인상이 풍기는 주드 로는 영화를 단단히 지탱합니다. 익숙한 장르물이지만, 상영 시간 내내 관심을 붙잡을 정도로 충실히 잘 만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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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우]

 데이빗 로버트 미첼의 [팔로우]는 한 단순하기 그지없는 아이디어를 최적의 방식으로 밀고 나가면서 상당한 불안감과 긴장감을 자아내는 호러 영화 수작입니다. 섹스로 인해 정체불명의 초자연적 존재가 계속 따라온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영화가 스산하고 음험한 분위기를 화면 안에서 노련하면서도 성실하게 쌓아가는 가운데, 여주인공과 그녀 주변 사람들은 평범하면서도 감정 이입이 가능한 캐릭터들로써 우리의 관심도를 유지하고, 존 카펜터의 70-80년대 작품들이 절로 연상되는 복고풍 스타일의 전자음악 스코어도 인상적입니다. 이젠 극장에서 볼 수 없지만, 정식 다운로드로 나오면 꼭 한 번 보시길 바랍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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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 더 세븐]

   생각보다 상당히 오래 유지되어 온 액션 영화 시리즈의 7번째 영화인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은 전편들처럼 요란하고, 거칠고, 황당한 갖가지 액션 장면들을 우리에게 제공합니다. 당연히 영화 속 여러 주요 액션 장면들을 보는 동안 꽤나 어이없어했지만, 영화는 그런 황당한 순간들을 기꺼이 막 밀고 가면서 관객들을 즐겁게 하고, 자신들 배역에 익숙해진지 오래인 시리즈 고정배우들 간의 호흡도 좋습니다. 제가 살짝 과소평가하는 실수를 저지른 5편보다 좀 아래이지만, 본 영화를 찍는 도중에 사망했던 폴 워커에게 적절한 작별을 고하면서 의외로 좀 찡한 순간을 만든 점은 인정해야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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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노어 릭비: 그 남자 그 여자]

  [엘리노어 릭비: 그 남자 그 여자]의 원래 버전은 [엘리노어 릭비: 그 남자] 그리고 [엘리노어 릭비: 그 여자]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어떤 일로 인해 파경을 막 겪은 한 젊은 커플의 이야기를 이들 관점 각각을 통해 독립적으로 펼쳐나는 게 감독/각본가 네드 벤슨의 의도였는데, 배급사 압력으로 인해 나중에 그는 두 영화들을 하나로 압축해야 했었고, 그 결과 나온 게 본 영화이지요. 그 점을 인지하고 본 탓인지 보는 동안 여러 불완전한 면들이 눈에 띠곤 했지만, 전반적으로 그리 나쁘지 않은 가운데, 주연배우들의 연기도 비교적 온전한 편입니다. 물론, 조만간 원래 버전을 챙겨 봐야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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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Green Prince]

  팔레스타인 첩자 주인공을 다룬 이스라엘 영화 [베들레헴]과 팔레스타인 영화 [오마르]를 본 지 얼마 안 되어 같은 소재를 다룬 다큐멘터리 [The Green Prince]를 보는 건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아버지가 하마스 고위급 인사들 중 한 명이어서 이스라엘 정보기관에 낚인 모사브 하산 유세프 그리고 그를 담당했던 이스라엘 정보요원 고넨 벤 이츠학 간의 이야기에 다큐멘터리는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미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밀어 붙이는 티가 간간히 나긴 하지만 그렇다고 재미가 아주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양쪽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양방향으로 얼마나 난감하게 꼬여져 왔는지를 되새겨 볼 수 있는가 하면, 정반대 위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리 저리 줄다리기하는 동안 서로와 가까워지게 된 유세프와 이츠학의 모습엔 작은 감동이 있기도 합니다. 물론 본인의 선택으로 유세프가 감당해야 했던 적지 않은 희생이 그들이 생각한 것만큼 가치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아직 미지수이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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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노래]

   올해 초 아카데미 애니메이션 상 후보로 오른 [바다의 노래]는 마찬가지로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었던 [켈스의 비밀]로 데뷔를 한 톰 무어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주인공 벤은 어린 여동생 시얼샤와 아버지와 함께 어느 해변 마을 등대섬에 살고 있는데, 몇 년 전 시얼샤를 낳는 동안 벤의 어머니가 벤과 남편 곁을 떠나 버린 일은 벤과 그의 아버지 둘 다에게 여전히 큰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비록 자식들에게 다정하지만 여전히 침울하기 그지없는 벤의 아버지를 보다 못해 벤의 할머니가 두 남매를 도시로 데리러 오게 되는데, 이를 계기로 벤은 어머니가 셀키라는 신화적 존재였고 어머니처럼 셀키인 시얼샤를 도와주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하여 그는 할머니 집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여동생과 함께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당연히 이 여정은 그리 쉽게 돌아가지 않지요. [켈스의 비밀]처럼 본 작품도 평면적 느낌이 부각된 2D 애니메이션과 아일랜드 민속 분위기의 결합을 통해 여러 근사한 시각적 순간들을 제공하는데, 비교적 단순한 이야기 때문에 가끔 늘어지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편하게 흘러가는 편입니다. [켈스의 비밀]을 잘 보셨다면 본 작품도 재미있게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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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모 블로그 평

 “Because the movie is neither more nor less than the sums of its elements just like “The Avengers”, I am going to make a simple objective evaluation based on three Marvel Comics superhero movies coming after “The Avengers”. “Iron Man 3” got 3 stars from me while “Thor: The Dark World” got 2 stars and “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 got 3 stars, so the average score is around 2.7, and I give “Avengers: Age of Ultron” 2.5 stars. Seriously, I found this rating method really convenient, and it may be helpful to you too.”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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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테일즈: 참을 수 없는 순간]

 올해 초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른 [와일드 테일즈: 참을 수 없는 순간]은 6개의 단편들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감독 데미안 스지프론이 각본도 맡은 여섯 작품들 모두 다 복수란 소재와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연관되었는데, 이들 다 각각 나름대로 상당한 재미를 부여하면서 전체부터 후식까지 나무랄 때가 없는 복수라는 이름의 일급 정찬 코스를 우리에게 대접합니다. 언젠가 듀나님께서 한국 영화들이 복수를 너무 어설프게 한다고 지적하신 적이 있는데, 본 영화에서 복수 제대로 하는 방법 좀 배웠으면 하더군요. 아, 그리고 신선할수록 맛깔 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능한 한 사전 정보 없이 맛보시길 바랍니다. (***1/2) 

 

 P.S.

 그나저나 도입부 단편을 보면서 얼마 전 해외에서 일어난 모 대형 참사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더군요.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얘기할 수는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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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White People]

  저스틴 시미엔의 데뷔작 [Dear White People]을 보는 동안 여러 영화들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일단 인종 차별이 중심 소재인 가운데 주인공들이 대부분 흑인인 점을 고려하면 스파이크 리 영화들과 자동적으로 비교되지 않을 수 없고, 대학가를 무대로 여러 다양한 주인공들이 이리저리 굴러가는 걸 보면 존 싱글턴의 [캠퍼스 정글]이 떠오르기도 하지요. 이들에 비해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편이지만, 영화는 인종 문제와 관련된 여러 뼈 있는 풍자적 순간들을 자아내는 가운데 겉보기엔 전형적인 주인공들에 상당한 입체감을 불어 넣기도 합니다. 아마 현지 관객들이 저보다 더 많이 재미있게 봤겠지만, 여러 모로 잘 만든 영리하고 재치 있는 데뷔작이란 점은 변함없습니다. (***)  


 P.S.

 [Everybody Hates Chris]의 사춘기 주인공이었던 타일러 제임스 윌리엄스가 많이 자랐더군요. 세월 정말 빨리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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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Days in Vietnam]

 로버트 케네디의 막내딸인 로리 케네디가 감독한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상 후보작 [Last Days in Vietnam]은 베트남 전쟁의 마지막 순간을 다루고 있습니다. 1973년 파리 평화 조약으로 베트남은 휴전 상태에 놓였고, 미국은 도무지 끝이 안 보이던 베트남 전쟁에서 발을 뺄 기회를 마침내 잡게 되었습니다. 한데 1975년 3월, 북베트남이 침공을 시작했고 이에 남베트남은 금세 무너져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달 29일, 사이공은 함락 직전에 몰렸고, 미국 대사 그레이엄 마틴의 오판으로 제 때 대피하지 못한 미국 대사관 사람들뿐만 아니라 많은 피난민들은 더더욱 더 다급해졌습니다. 그 혼란 속에 있었던 사람들 인터뷰를 듣다 보면 [킬링 필드] 전반부의 대피 시퀀스가 연상되는데, 그 당시 순간들을 포착한 사진들과 기록 영상들을 보면 정말 그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베트남 전쟁의 한 중요한 순간을 가까이 그리고 생생하게 들여다보는 본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이 전쟁이 처음부터 끝까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는데, 그런가 하면 미국이 이 크나큰 실수로부터 별로 많이 배우지 못했다는 씁쓸한 사실도 문득 떠오릅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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