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부인이 만든 비정상회담

2015.07.03 18:25

Isolde 조회 수:1454


<embed src="//www.youtube.com/v/E387c5RAhK4?version=3"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width="420" height="315" allowscriptaccess="never" allowfullscreen="true" />


저기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어요.

마이크를 가져다 댑니다. 


"이번 사건이 불러온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나가는 외국인을 불러세워 국내의 정치, 사회, 문화, 법, 인권 등의 진단을 언제까지 받아야 하는지 모릅니다. 

심지어 한국방송공사 후신이라고 주장하는 곳에서는 외국인을 불러서 판단과 대책을 묻는 것이 유행입니다.


여기서 행인과 초청받은 손님은 서구 백인이어야 하며 다른 문화권의 타 인종은 섭외에서 제외됩니다. 

갖가지 환경에 따라서 다양한 견해를 지닌 무궁무진한 자들은 모두 스위트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을까요? 


영국 온라인에서 보수당 지지자는 무뇌인 취급당하더니 결과는 보수당과 극우당 압도적인 승리.

출연한 영국인은 타 국가 후진정치를 논평해야 한다는 강박강념에 쫓기는 것보다 후퇴하고 있는 자국 정치를 보존하는 것이 더 시급해 보이지만.


국내 대중매체의 구미권에 인정받고 싶다는 열망은 흘러넘치다 못해 아래와 같은 프로를 탄생시킵니다. 

<비정상회담>의 외국인 패널 12명, 진행자 3명, 모두 남성들로 구성되어 있군요. 


여기서 여성 시청자는 환호하고 인기 패널 팬덤화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심지어 누가 더 잘생기고 유능한지 투표나 싸움까지 해야 하는군요. (구토와 멀미가 납니다)

한국어가 유창하니 근사하군요라고 추임새도 가끔 넣어주는 호의의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루키즘이 팽배한 사회에서 여성의 외모는 나노 단위로 심판받지만, 프로그램 진행자가 머리숱이 없고 키가 작다고 외국인 남성 패널에게 농담을 던지면 외국남성이 외모 비하로 상처받지 않았을까 전전긍긍하는 비굴한 친절함을 시청자는 베풀기까지 합니다. 

희대의 코미디는 외모는 아름답지 않지만, 남성에게 집착하지 않는 관대한 여성과 외모는 아름답지만, 남성에 집착하는 여성을 임의로 설정해서 우리가 알고 이미 정해놓은 결과론적 선을 향해서 질주하는 일만 남은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일입니다. 


진행자가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봤군요"라고 외국 패널에게 날리는 우스꽝스러운 조크도 들어야 합니다. 

미국 드라마를 많이 보면 살인과 폭행을 하는군요. 

게임을 하면 폭력이 증가하고 포르노를 보면 강간이 늘어난다는 주장에는 조소를 멈출 수 없는 이성적인 인간도 국내 드라마를 보면 재벌가의 피앙세가 된다는 신화는 부술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그들은 신분에 맞지 않는 여성을 단죄하고 가르치려는 욕망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일본에서 타국의 패널을 서로 논쟁 붙이고 자신은 제삼자로 빠져서 객관적이라고 무게 잡는 느물거리는 프로그램이 있었지요. 

<비정상회담> 프로그램 담당자는 유럽이나 미국이 아닌 동아시아 패널을 신중하게 제대로 뽑아서야 했어요. 

유럽 패널의 수가 많아도 미국 패널이 독단적이라도 동아시아 패널이 중심이 잡혀있었다면 한국이라는 배경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지지층도 두꺼웠겠지요. 


일본패널은 아이돌이라서 아니라 의견이나 주장 없이 사건만 나열하고 인용합니다. 

심지어 유럽 패널이 많아서 논쟁에 끼어들기가 두렵다고 합니다. 

중국패널은 아시아가 아니라 13억 중국 인구가 더 신경 쓰입니다. 


<비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역사문제는 금기하고 반대급부로 독일을 띄우는 졸렬함에 관해서 이야기하지요. 

어머니가 유대인이고 아버지가 독일인 패널이 "히틀러는 악마입니다"라고 했습니다. 

독일에서는 제국주의 시절 선조의 잘못이고 국가에서 사과했으니 지금의 세대는 잘못이 없다고 하는 자들이 많더군요(연좌제와는 다름)

일본은 국가에서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으니 개인 민간인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는 세대가 있었어요. 


자국통화 절하로 가장 이익을 많이 받는 주제에 총과 칼만 들지 않았을 뿐 독일은 그때 히틀러처럼 유럽 중심부에서 책임 없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군요. 

재정 통합 없이 진행된 단일 화폐를 쓰는 유럽 통합은 유로존의 더러운 야합과 각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려서 그리스를 편법으로 가입시키는 작태를 낳았어요. 

독일이 부러워하는 국가는 EU에 속하지 않는 엉터리 독일어를 쓰는 스위스입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외국 노동자를 자국으로 돌려보내 자국의 사회비용을 줄이고 금융의 광기에 빠져있고 70년대에 여성 투표권을 부여한 아주 보수주의 국가이죠. 독일은 최저임금도 최근에 겨우 통과했지요. 


"아시아의 교육은 목적이 있고, 목적달성에 교육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유럽에서는 교육 또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러시아 패널의 교육에 대한 평가는 자국 독재자를 옹호하는 것만큼 엉터리로 들리는군요. 


엘리트 교육은 어디에도 있어요. 

미국의 명문대학에서 경쟁으로 자살자가 많이 나오고 기부입학과 학부모 동문 여부도 중요하게 작용하죠. 

프랑스는 전문대학원으로 엘리트를 육성시키고 독일은 엘리트 제도로 초등학교 때 자신의 미래가 갈라집니다. 

덧붙이자면 독일은 부모가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를 위해서 이사를 하고 창의성 있는 위험한 직업보다 안정적인 공공기관을 선호한다는 설문조사가 나오는 국가입니다. 

심지어 경쟁보다 상호 협동을 외치다가 무더기 부정행위 커닝사건으로 난리가 났었지요. 

미국이나 유럽패널이 제삼국에서 굳이 자신의 국가 치부를 드러낼 이유가 없어요. 


프랑스 패널은 자국 여성의 권익이 너무 강하다고 성토합니다. 

(북유럽 남성은 양반이군요)


유럽과 미국이 논쟁할 때 이 양쪽과 대등하게 논쟁하고 반론할 수 있는 동아시아 패널이 없다는 사실은 유감입니다.


본문에 링크된 영상은 <나비부인>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담당자를 찾아보니 여성 PD인데 나비부인이 떠올랐습니다. 


장엄한 오페라로 미화된 <나비부인>보다 갈수록 너덜너덜해지는 종이 인형 주인공이 등장하는 <나비부인>이 더 끌리더군요. 

아무런 통찰력도 없고 실존의 무게가 없는 한량 서구남성이 타 인종 여성에게 지고지순을 사랑을 받고 자식과 목숨까지 바친다는 설정의 오만과 환상은 그렇다 치고 이런 부류의 작품<미스 사이공>이 계속 재생산된다는 사실은 서구 추종자들이나 감동하겠지요.


국내에서 발레공연 <나비부인>이 금지되었는데 그 이유는 왜색이 강해서라고 합니다. 

오히려 극일론자는 일본 여성을 바보 취급한 것에 굉장히 통쾌해야 하지 않는지. 

<Lost In Translation>에서 간단한 일본어 인사도 못 하는 서양여성이 혼자서 존재론적 외로움으로 덧칠한 허세 덩어리 영화가 있지요. 

일본어 한마디도 못하는 외국인 주요 등장인물보다 영어를 못 알아듣는 일본 의료진은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그려지는지 몰라요.

이곳에 등장하는 일본 여성은 호텔에서 외국 남성에게 몸을 던지거나 스트립쇼에서 머리도 없이 다리를 벌리고 공중에서 이국 취향을 드러내는 존재로만 남습니다. 


서양 남성은 가정적이며 로맨틱하다는 환상에 빠져드는 나비부인들이 출몰하죠. 

역으로 동양 여성은 더 가정적이고 남편 외에는 바라는 삶이 없다고 선호되면 조금도 즐겁지 않군요. 


진중권 교수가 초대된 <혐오주의> 편은 빨리 감기 없이 보았습니다.


결론은 교육은 인종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

이런 긍정적이고 낭만적인 정론을 들으려고 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어요. 


코즈모폴리턴 시민도 아니고 국경도 있고 국지전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어요. 

경제블록이 세워지고 입으로는 신자유주의를 외치면서 자국상품을 위해서 보호정책을 뒤로는 세우지요. 


이런 정책과 자문은 그 국가의 최고의 교육을 받은 핵심 두뇌들이 합니다. 


나.

너.

우리나라.


교과서에 실린 단어입니다. 

타자라는 존재로 인해서 그것을 인지하고 개인의 정체성이 생기고 나의 마을, 국가가 생기는 거죠. 

<에반게리온>의 결말처럼 혼자나 둘이 덩그러니 살아남았다면 인종 혐오가 있을 리가 없어요. 

분명히 교과서에서 타자라는 존재를 각성하자고 배우는데 교육이 인종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고만 어떻게 단정할 수 있나요?


차라리 기존의 인류가 만든 교육을 뒤엎어버리고 하나의 국가로 통일하거나 하나의 인종만 남기면 인종 혐오가 없겠지요. 

이런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다수의 서구 패널을 데리고 와서 이상적인 결론을 도출한다고 해서 혐오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군요.  


P.S 새로 들어오는 그리스 패널이 독일 패널에 대해서 공격적인 토론을 할 수 있는지가 유일하게 기대되는 부분이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388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227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0651
125847 의사 증원 2000명이 천공 밈화 되는 걸 보면서.. new 으랏차 2024.03.28 18
125846 이미 망한 커뮤에 쓰는 실시간 망하는중인 커뮤 이야기 [4] new bubble 2024.03.28 191
125845 몬스터버스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new 돌도끼 2024.03.28 36
125844 롯데 인스타에 [4] new daviddain 2024.03.28 86
125843 고질라 곱하기 콩 봤어요 [3] new 돌도끼 2024.03.28 132
125842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2] new 조성용 2024.03.28 228
125841 데드풀 & 울버린, 배드 보이즈:라이드 오어 다이, 더 배트맨 스핀오프 시리즈 더 펭귄 티저 상수 2024.03.27 101
125840 하이브 새 아이돌 아일릿(illit) - Magnetic MV(슈퍼 이끌림) [2] update 상수 2024.03.27 130
125839 프레임드 #747 [2] update Lunagazer 2024.03.27 38
125838 [핵바낭] 다들 잊고 계신 듯 하지만 사실 이 게시판에는 포인트란 것이 존재합니다... [9] update 로이배티 2024.03.27 348
125837 예전 조국이 이 게시판에 글을 쓴 적이 있지 않습니까? [4] 머루다래 2024.03.27 580
125836 ZOOM 소통 [7] update Sonny 2024.03.27 236
125835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을 수 있는 사람 catgotmy 2024.03.27 200
125834 문득 생각난 책 [1] update daviddain 2024.03.27 128
125833 종교 유튜브 catgotmy 2024.03.27 101
125832 [왓챠바낭] 엉망진창 난장판 코믹 호러, '좀비오2' 잡담입니다 [2] update 로이배티 2024.03.27 144
125831 보아 신곡 -정말 없니?/그거 아세요? 귤에 붙어 있는 하얀 것은... 상수 2024.03.27 172
125830 토드 헤인즈 감독, 줄리안 무어, 나탈리 포트만의 메이 디셈버를 보고 - 나는 괜찮고, 알고 있다는 착각들(스포있음, 내용 보충) 상수 2024.03.27 191
125829 다시 한번 역대 최고의 영화 중의 한 편인 칼 드레이어의 <오데트> 초강추! ^^ (3.27, 3.30, 4.14 서울아트시네마 상영) [8] crumley 2024.03.26 203
125828 조국에 대해 [3] update catgotmy 2024.03.26 46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