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체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 굽신굽신...
2015년 1월 8일부터 13일까지 영화일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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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8일 김기덕의 ‘숨’ ('Breath' by Kim Ki-Duk, 2007)

1월 10일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브로큰 임브레이스 ('Los Abrazos Rotos' by Pedro Almodovar, 2009)

1월 13일 장 자크 아노의 연인, 프랑수아 트뤼포의 앙투안과 콜레트 (‘The Lover' by Jean-Jacques Annaud, 1992 / 'Antoine et Colette' by Francois Truffaut, 1962)


1. 1월 8일에는 김기덕의 ‘숨’을 보았다. 나는 한때 감독 김기덕을 무진장 좋아했었다. ‘수취인불명’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 영화는 좀 특이한 게 내가 영화를 안 본 건 아니지만, 시중에 떠도는 대본으로 제대로 보았다. 그 대본 읽을 때마다 안 운 적이 없었다. 양동근이 맡은 창국이랑 방은진이 맡았던 창국 엄마 이야기가 정말 절절하다. 창국 엄마가 배우 방은진(감독이기도 하다)이었다는 건 좀 뒤늦게 알았지만....... 

  나는 김기덕의 2000년대 초반 작품들을 압도적으로 좋아한다. ‘수취인불명’, ‘나쁜 남자’,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시간’ 같이 내가 좋아하는 작품들이 다 그 무렵 작품이다. 가장 초기의 김기덕 영화는 더 보긴 해야 하는데, ‘파란 대문’이 참 별로였다. 정말 왜 수많은 사람들한테 욕먹었는지 알만한 느낌? 여성에 대한 인식도 문제지만, 거칠고 투박한 느낌이 다듬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초기는 그렇다 치고, 문제는 최근인데, 난 요즘 그의 작품이 기대 이하다.

  시기 순으로 보면 ‘빈 집(2004)’부터였을 것이다. 그의 작품이 무언가 비슷비슷해졌다. 평균적으로 생각해 보면 2000년대 초반 정도의 질을 보여주는 작품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리랑(2011)’, ‘시간(2006)’처럼 정말 좋은 작품도 있지만 그 이외의 작품들은 그다지 경이롭지는 않다. 못 만들었다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명작이라고 말하기에도 애매한 경우가 많다. 그의 영화들의 공통점을 생각해보면, 인물들이 별로 말을 안 한다. 카메라 장면은 꽤 인상적이고 좋기도 하다.(피에타에서 맨 마지막 장면처럼. 길에 빨간 줄이 죽.) 인물들의 행동이 상식이라는 단어로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점도 있고. 2000년대 초반 작품에서도 그러한 공통점들이 나타나지만, 사람 마음을 훨씬 잘 건드렸다. 최근엔 그 정도 느낌은 나질 않는다. 

  오늘이 2월 18일인데, ‘숨’에 대해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여자배우가 교도소 안에서 해변으로 가요 노래 부르는 건 그나마 좀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무언가 짜낸, 작위적인 느낌이 있다. 요령이 생겨서 그런 것 같다. 요령이 생기니 계산하시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한 정제됨이 김기덕에게서 거침과 날것의 느낌을 빼는 건 좋지만, 진정성까지 빼버리는 건 아닌가, 가끔 생각한다. 


2. 요즘 페드로 알모도바르에 꽂혔다.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에스파냐의 영화 거장이다. 가장 대표적인 영화 감독 중 아닐까 싶다. 그 사람 영화를 맨 처음 접한 게 옛날의 ‘나쁜 교육’이었던 것 같은데, 그 때 너무 어려서 봤다. 그 다음에 본 게 ‘내가 사는 피부’였는데, 그게 진짜 별로였지. 그래서 페드로 알모도바르를 좀 기피했었는데, 우연히 ‘귀향’을 보고 완전 반했다. 그래서 ‘나쁜 교육’을 다시 봤는데 내가 어렸을 때 본 그 느낌이 아니었다. 그 이후로 의도치 않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끌림으로 페드로 알모도바르 영화를 한 편씩 보게 되었다. 그치, 그렇게 사람은 팬이 되는 것 같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같은 경우 삶도 파란만장한데, 요약해서 말하면 영화광이 영화 감독된 경우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영화 감독하려고 일종의 상경도 하고, 고생도 많이 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러인지 이 사람 영화를 보면 다른 영화에 대한 오마쥬 같은 것도 많고, 자기가 찍은 다른 영화에 대한 간접인용도 많다. 다른 예술들에 대한 인용도 많고. ‘브로큰 임브레이스’는 자기가 찍은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를 완전 새롭게 다시 자기 식으로 녹여냈다. 거기 나온 배우도 꽤 많이 쓰고. (자국 배우를 쓰다보니 겹치는 건지, 아니면 자기만의 사단이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 사람 영화에는 나온 사람이 다시 나오는 경우가 꽤 있다.)

  페넬로페 크루즈가 이 사람 영화 보고 배우 된 거라서 그런지, 페넬로페 크루즈도 상당히 많이 나오는 편이다. (둘이 친하다고 한다.) 페넬로페 크루즈에 대해서는 듀나의 평에 동의한다. 작품마다 연기하는 양상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페드로 알모도바르와 함께 할 때는 좋은 연기를 많이 보여준다.

  ‘브로큰 임브레이스’는 그의 명작 중 하나다.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자기 색깔이 정말 굉장히 강한 감독이다. 진한 색깔이 카메라 장면에 많이 나오고, 여자나 여성성에 대한 동경이 잘 보인다.(‘나쁜 교육’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여장 남자 이야기라서.) 그러나 개인적으로 가장 특징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이야기에 결론을 내리지 않고 진짜 인생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열어두고,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것 아닌가 싶다. 사실 이 사람의 영화 이야기들은 좀 충격적인 게 많은데, 자세한 설명도 의도적으로 생략하면서,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아마 세상에 대한 감독의 의식이 그런 것 아닌가 싶다. 진실은 크게 관심이 없고, 그저 무슨 일이든 아련한 아픔은 따라오는 것이고, 비틀렸지만 사소한 유대만 있으면 삶은 지속된다는 감독의 편안한 자세가 오히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더 여운을 남기게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도 전형적인 사랑 이야기이고, 어떻게 보면 진부한 이야기인데, 영화를 다 봐도 여전히 의뭉스럽고, 마음은 아프기만 하다. 이런 느낌 줄 수 있는 것도 정말 드문 재능이라 생각한다.


3.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원작을 장 자크 아노가 영화화한 작품이다. 장 자크 아노 본인이 여성을 주인공으로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 선정했다고 밝혔는데, 꽤나 잘 만든 작품이라 생각한다. 나는 사실 여자주인공인 제인 마치보다 중국인 남자로 나오는 양가휘가 정말 잘 나왔다 생각한다. 연기도 잘 하고. 맨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떨려 하는 모습은. 정말 내가 본 영화들 중에서도 그렇게 그 감정이 잘 잡힌 건 드물지 않나 싶다. 

  사실 이 영화는 좀 논외격인 게, 나는 이 영화 보니까 영화 자체에 대한 단상보다도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원작이 너무 읽고 싶어졌다. 원작을 무언가 그대로 옮겼을 것 같은 인상이라서. 영화로 보니 다소 짧은 느낌이고 (러닝타임이 115분인데도 불구하고!) 무언가 내가 보지 못한 느낌이 든다. 이 영화 이야기가 진짜 마르그리트 뒤라스 본인한테 있었던 일이라고 하니까 본인이 어떤 식으로 감정을 느꼈는지 상세하게 말로 더 들어보고 싶은 느낌. 영화 자체도 나쁘진 않았다.


4. 같은 날에 프랑수와 트뤼포의 ‘앙투안과 콜레트’를 보았다. 단편이라서 금방 보았다. 결국 처참하게 차이는 소년의 이야기랄까. 근데 나는 이 단편이 그의 다른 작품인 ‘아델 H의 이야기’보다 훨씬 좋았다. 그 영화에는 내가 너무 기대를 많이 했던 건지 인상이 별로 좋지 않다. 차라리 소품 같은 ‘앙투안과 콜레트’가 차라리 훨씬 잔잔하고 편안한 느낌. 장 피에르 레오도 상당히 귀엽게 나오고. 장 피에르 레오 나온 다른 영화들이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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