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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 앤드레아스]

 [샌 앤드레아스]를 보다 보면 여러 재난 영화들이 자동적으로 연상됩니다. 일단 캘리포니아 지역을 뒤흔드는 건 이미 [대지진]에서 본 것이고, 물량 공세 스타일의 CGI 지진 스펙터클은 이미 [2012]에서 한 것이고, 심지어 [슈퍼맨]의 클라이맥스 부분 몇몇 장면들과 비교될 만한 장면들도 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이야기나 캐릭터 설정도 전형적인 장르 클리셰들 범벅인데, 적어도 [샌 앤드레아스]는 평범해도 성실한 구석들도 있는 재난 영화입니다. [2012]보단 덜 인상적이지만, [대지진]보다는 덜 짜증나고 지루합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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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보이스]

  마르얀 사트라피의 신작 [더 보이스]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매우 심각한 주인공을 다룬 블랙 코미디 영화입니다. 정신병원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된 제리는 욕조 공장에서 일하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려고 하지만 그게 쉽지 않습니다. 담당의사가 처방한 약을 먹으면 기분이 별로니 그는 약을 안 먹게 되는데, 약을 안 먹으니 기분은 좋지만 환각을 자주 경험하게 되는 건 기본이고 별로 안 좋은 일들이 그의 주변에서 계속 벌어지지요. 이런 암담한 상황을 가끔씩 직시하곤 하지만 [더 보이스]는 발랄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도배하면서 짓궂은 피투성이 유머를 휘둘러대고, 라이언 레이놀즈의 능청맞은 코미디 연기도 재미있습니다. 사트라피의 전작들에 비해선 덜 재미있지만, 괴짜 블랙 코미디 영화로서는 점수를 줄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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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

 애나 릴리 아미푸르의 데뷔작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는 한마디로 독특한 뱀파이어 영화입니다. 차도르를 입고 이란의 어느 도시의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뱀파이어 여주인공이란 설정부터가 이미 눈을 끄는 건 기본인 가운데(참고로 영화는 캘리포니아에서 찍었답니다), 그런 별난 설정 속에다가 짐 자무쉬 영화들이 절로 환기되는 황량한 분위기와 나른한 사운드트랙, [렛 미 인]과 비교될 만한 쓸쓸한 로맨스, 그리고 흑백 화면 속에서 보여 지는 근사한 시각적 순간들을 버무린 결과물은 상당한 여운을 남깁니다. 열렬하게 반응하진 않았지만, 작년에 꽤 재미있게 감상했던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와 함께 다시 보고 싶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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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립 투 이탈리아]

 [트립 투 이탈리아]는 감독 마이클 윈터바텀과 두 주연 배우들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이 4년 전에 같이 뭉쳐서 만든 [The Trip]의 속편입니다. 전편처럼 본 영화도 6개 에피소드들로 구성된 TV 시리즈의 극장판 버전인데, 배경이 이탈리아란 것만 빼면 전편과 그리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옵저버 지로부터 레스토랑 여행 기사 청탁을 또 받아들인 브라이든은 쿠건과 함께 이탈리아에서 일주일을 보내게 되는데, 여러 레스토랑들과 관광 명소들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동안 이들은 간간히 서로를 야려대거나 놀려먹곤 하지요. 재탕 같다는 인상이 들곤 하지만, 쿠건과 브라이든은 여전히 재미있는 2인조이고 요리와 경치 보는 재미도 있으니 그냥 부담 없이 즐기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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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쥬라기 월드]

  [쥬라기 월드]는 [쥬라기 공원] 이후 나온 속편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완성도가 높습니다. 여전히 이야기나 캐릭터는 평탄한 편이긴 하지만(메뉴판에 누가 오를지는 정말 뻔할 지경이랍니다), 오락 영화로썬 할 건 다하는 가운데 특수효과도 당연히 좋은 편이고, [쥬라기 공원]의 여러 요소들을 여기저기서 인용하고 변주한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 [쥬라기 공원]에 대한 제 개인적 추억과 비교되는 동안 [쥬라기 월드]는 잘 만들었지만 밋밋한 기성품으로 다가왔습니다. 입장료 값은 하지만, 큰 극장 화면 속에서 공룡들이 활보하는 광경이 이젠 더 이상 경이롭거나 놀랍지 않다는 사실이 좀 슬프더군요. 물론 [쥬라기 공원]을 우리가 본 순간부터 이미 그건 필연적이었지만 말입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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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 줄리]

  리브 울만의 감독 작품 [미스 줄리]는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가 쓴 동명 희곡의 각색물입니다. 원작을 접한 적이 없지만, 검색해 보니 배경을 스웨덴에서 아일랜드로 전환한 것 등 몇몇 요소들만 빼곤 원작에 꽤 충실한 것 같더군요. 성 요한 축일 전날 동안 아일랜드의 한 시골 유지의 저택 안을 무대로 집 주인의 딸인 미스 줄리, 하인 존, 그리고 요리사이자 존의 약혼녀인 캐슬린 간에 발생하는 긴장과 갈등 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가 영화의 주 내용인데, 이는 그다지 편한 볼거리가 아닙니다. 각색도 한 울만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이야기에서 솔솔 풍기는 여성혐오적인 면은 여전히 가려지지 않고, 별로 좋아할 구석도 없는 이 세 캐릭터들의 행태를 보면서 속으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동안 억장 터집니다. 제시카 차스테인, 콜린 파렐, 그리고 사만다 모튼 이 세 배우들이 화면 안을 빵빵하게 채우면서 영화의 비교적 답답한 연극적 분위기를 보완하니 나쁘진 않았지만,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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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은 보는 동안 [여고괴담], [장화 홍련], [기담] 등의 여러 다른 한국 호러 영화들과 자동적으로 비교됩니다. 겉보기엔 많이 신선하지 않지만, 영화는 분위기와 이야기를 착실하게 쌓아가면서 제게 좋은 인상을 주었고, 박보영, 박소담, 그리고 엄지원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도 볼만 합니다. 후반에 가서 이야기 방향 전환을 한 게 그다지 성공적이진 않지만, 전반적으로 단점보다는 장점이 좀 더 많은 수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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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비수사]

 [극비수사]는 1978년 부산에서 있었던 실제 유괴 사건에 바탕을 둔 경찰수사 영화입니다. 능력 있지만 좌천당한 신세인 부산 형사 공길용이 한 어린이 유괴 사건의 수사를 맡게 되는데, 사건에 별 다른 진전이 없는 중에 그는 점술가 김중산과 접하게 됩니다. 유괴된 소녀의 부모의 의뢰로 아이의 사주팔자를 본 중산은 아이는 아직 살아 있고 여전히 연락을 안 하는 중인 유괴범이 곧 연락을 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정말 유괴범이 예측한 날짜에 연락을 하고 그에 따라 중산은 길용의 수사에서 일종의 자문 역할을 맡게 되지요. 영화가 얼마나 실화에 바탕을 두었는지 모르지만 (영화 마지막에서 보다시피 길용과 중산은 정말 실제 인물들에 바탕을 두었답니다), 하여튼 간에 영화는 두 주인공들을 통해 이야기를 우직하면서도 효율적으로 굴려갑니다. 괜히 사족부리지 않는 가운데 페이스와 긴장을 적절히 조율해가는 동안 영화는 1970년대 분위기를 화면 안에서 잘 재현한 가운데 김윤석과 유해진의 이중주 연기도 좋습니다. 주위로부터 많이 인정 못 받는 두 능력 있는 전문가들이 서로와 잘 어울리지 못하다가 공동의 목적을 위해 같이 뭉치는 거야 전형적인 버디 영화 공식이지만, 장르 공식에 충실한 가운데 나름대로의 개성을 갖춘 결과물은 얼마 전 나온 국내영화 [차이나타운]만큼이나 모범적입니다. (***)  


 P.S.

 요즘 메르스 사태 때문인지 몰라도 무능력하고 치졸하기 그지없는 영화 속 부산 중부서 형사들이 정말 밉살스럽게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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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수의견]

  도입부에서 [소수의견]은 관객에게 영화 속 내용이 허구임을 누누이 강조합니다. 하지만 [소수의견]에 관한 소식들을 좀이라도 접해 보신 분들은 영화가 원작으로 하고 있는 손아람의 소설이 몇 년 전 어느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본 법정 드라마 영화가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처럼 부조리하고 불공정한 한국 사회 현실을 관객들에게 씁쓸하게 상기시키는 영화란 것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계실 겁니다. 각본이 중반에 덜컹거리고 산만해지는 가운데 작위적 설정과 평면적인 캐릭터들에 의해 간간히 발목 잡히곤 하지만, 영화는 출연 배우들의 성실한 연기에 잘 지탱되는 편이고, 이야기 자체에서 나오는 힘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두 영화들을 잘 보셨다면 아마 본 영화도 잘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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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의 판타지아]

 장건재 감독의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일본의 고조 시를 배경으로 두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합니다. 하나는 고조 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들려는 한국 감독과 그와 동행한 통역사를 통해 펼쳐지는 다큐멘터리 풍의 이야기이고, 또 다른 하나는 우연히 고조 시를 방문한 한국 여행객과 그 동네 농부 청년 간의 짧은 순간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두 이야기들은 분명 어딘가에서 연결되어 있는 듯하지만, 그에 상관없이 영화 속의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여름날 분위기 속으로 빠져 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작지만 많이 매력적인 소품입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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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

  신수원의 두 번째 장편 영화 [마돈나]는 그리 편히 볼 수 없는 작품이 아닙니다. 한 병원의 VIP 환자 병동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게 된 해림은 그 병동에서 가장 중요한 환자를 담당하게 됩니다. 그 환자의 천박하고 탐욕스러운 아들 상우는 갖은 수단들을 동원해서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아버지의 생명을 유지해 왔는데, 그 이유는 아버지가 죽으면 그의 막대한 재산이 거의 몽땅 사회 환원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그의 아버지의 몸이 심장 이식이 급히 필요하게 될 때 한 의식불명의 여인이 병원에 실려 오고, 상우는 해림에게 그녀의 가족을 찾아서 장기 기증 동의서에 서명하도록 할 것을 지시하지요. 해림이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는 동안 우린 이름이 미나인 이 여인의 과거를 차츰 씩 알게 되는데, 미나의 과거는 한마디로 한국 사회에서 연약하고 무력한 여성에게 일어날 수 있는 나쁜 상황들의 연속입니다. 이미 예정된 지점을 향하고 있는 이 암담하기 그지없는 과정 속에서 보기 힘든 순간들이 여럿이 있지만, 전작 [명왕성]에 이어서 감독 신수원은 또 다른 어둡고 강렬한 드라마를 만들어내었고, 이는 두 주연 배우들의 좋은 연기들에 의해 든든히 뒷받침됩니다. [추격자]와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고생하는 모습으로 나오는 서영희가 살짝 물러서서 좋은 반주 연기를 하는 동안 신인배우 권소현은 영화의 중심을 차지하면서 잊기 힘든 데뷔 연기를 선사합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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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북투]

  얼마 전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 후보에 오르기도 한 모리타니 영화 [팀북투]는 2012년 말리 북부 지역 내전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처음에 내전은 분리주의자들에 시작되었지만 곧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주도를 잡게 되었고 그리하여 한 동안 말리 북부 지역은 이들 지배 아래 놓이게 되었지요. 그 지역의 주요 도시들 중 하나인 팀북투의 외곽 지역에 사는 주인공 키단은 소를 키우면서 자신의 가족과 함께 비교적 평안하게 살아왔었는데, 이웃 어부와의 충돌로 인해 그는 근본주의자들에게 체포되어 곧 재판받게 되는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그의 상황이 필연적 결말로 굴러가는 과정과 그에 곁들여지는 억압받는 지역 주민들의 모습을 덤덤하면서도 진심 어린 자세에서 지켜보는 동안, 감독 압데라만 시사코는 이야기의 악당들인 근본주의자들을 예상외로 꽤 입체적으로 그리기도 하고, 그 와중에서 화면 안에서 펼쳐지는 드넓은 자연 풍경엔 단아한 시적 영상미가 가득 합니다 (참고로 영화는 말리 대신 모리타니에서 찍었답니다). 결말에 가서 조용하지만 가슴 아픈 여운을 남기는 본 영화를 보다 보면 종교가 사람들 인생에 정말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데, 사람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걸 잊고 종교를 빌미로 깽판 치는 바보들이 그 동네에만 있는 건 아니란 걸 우린 잘 알지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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