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나님은 별 셋을 주셨지만 듀게 유저들 반응이 대체로 망이어서 불안불안했는데. 의외로 걍 재밌게 봤습니다.


일단 주연 여배우 삼인방은 감독에게 감사의 절이라도 올려야할 것 같았습니다. 

셋 다 아주 예쁘게 나오는 데다가 캐릭터도 한국 영화판에선 흔치 않은 '남자 없이 잘 살아' 캐릭터라서요.

특히 박보영은 뭐. 한국에서 여배우 하면서 이런 캐릭터 맡아 연기해보기 쉽지 않으니 흥행 좀 망했어도 걍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야... ㅋㅋ


국면 전환이 있다는 것 자체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영화인데, 차라리 국면 전환이 있다는 걸 알고 보는 게 나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듀게 말고 제 주변의) 이 영화를 보고 실망했다는 사람들 중 다수가 '후반이 그게 뭐냐!'며 짜증을 내던데, 엄밀히 말해 홍보가 사기였던 건 사실이거든요.

배고파서 짬뽕을 시켰더니 짬짜면이 와 버리면 누구든 맛을 떠나서 일단 화가 나지 않겠습니까(...)


(사실 영화를 보고 나서 예고편을 보면 그렇게까지 사기는 아니긴 합니다만. 그냥 예고편만 봤다면... ㅋ)


시작부터 끝까지 굉장히 공허한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긴 했습니다. 일단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도 '내 취향의 예쁜 걸 몽땅 때려 넣어 버리겠어!' 라는 감독의 의도만 느껴질 뿐 거의 의미가 없구요. 주인공들이 겪는 일들도 기본적으로 워낙 황당한 데다가 그나마 현실적인 부분들은 몽땅 클리셰 파티여서 감정 이입하기가 쉽지는 않죠. 그래도 이야기에 무게감을 넣어주기 위해 두 소녀(라고는 해도 두 배우는 26, 25세ㅋ)의 애틋한 감정을 팍팍 강조해주고 있긴 하지만 그게 그렇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우왕 둘 다 예쁘고 잘 어울리네. 입흔 사랑 하세효... 라는 정도? -_-;; 이 부분을 좀 더 잘 살렸다면 흥행은 망해도 평가는 좋았을 것 같은데,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구요.


하지만 뭐 감독의 음흉한 취향이네 뭐네 해도 일단 영화가 굉장히 예뻤습니다. 의상도 셋트도 소품도 배우도 시작부터 끝까지 지겹도록 예뻐서 전 좋았구요. (가끔은 이런 영화도 봐줘야... ㅋㅋ)


'흔한 덕후용 백합물이잖아!'라고 까이긴 해도 역시 그렇게 노골적인 백합 스토리를 이렇게 적절한 캐스팅으로 이렇게 예쁘게 꾸며진 실사 영화로 보는 경험 또한 흔한 일이 절대 아니기에 너그럽게 즐길 수 있었구요.


전반부, 후반부의 전환이 황당하다는 평도 많던데. 사실 전환이 있다는 걸 알기만 해도 영화 시작 20분 안에 다 눈치챌 수 있는 전개거든요. 게다가 그렇게 예상을 하고 보다 보면 전혀 억지스럽지 않습니다. 물론 홍보로 사기친 건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전 그냥 자연스럽게 즐겼어요. 또한 후반부의 그런 이야기 역시 아주 흔한 스토리라고는 해도 한국 장르 영화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내용이었으니까요.


게다가 호러 요소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 반면에 짧게 짧게 들어가는 호러 장면들은 대부분 아주 효과적이어서 또 맘에 들더라구요. 그냥 본격 호러를 만들어도 잘 만들 것 같단 느낌.


개인적으로 가장 큰 아쉬움은 막판에 좀 더 제대로 폭주, 난장을 부려줬음... 했는데. 예상보다 그 스케일이 너무 작아서 좀 싱거웠다는 겁니다. 보면 한국에서 만들어진 '난 막 나갈 거에요!!' 영화들의 공통점이 이거 같아요. 정말 제대로 팍팍 질러주고 끝나는 영화가 거의 없죠. 비슷한 성향의 일본 영화들을 보면 막 나갈 땐 정말 격하게 폭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독 한국 감독들은 폭주를 의도하고 만들다가도 막판엔 소심하게 주저앉더라구요. 제작비의 문제인지, 아님 '난 진지한 이야길 하고 싶어!' 라는 강박 관념의 결과인지는 모르겠지만 늘 아쉽습니다.


뭐 그래도 어쨌든 흔치 않은 스타일의 한국 영화란 생각이 들어서 반가웠고.

이야기도 그럭저럭 즐길만 했으며.

시작부터 끝까지 눈호강을 확실히 시켜주는 영화라 전 좋게 봤습니다... 라는 얘기였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오 나의 귀신님을 첫 회부터 찾아봐야겠습니다. 박보영 만세

그리고 곧 개봉할 '베테랑'도 꼭 극장 가서 봐야겠어요. 박소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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