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02 00:12
하루키가 예전 에세이에 언급한 '고양이 기아상태'(고양이를 만지거나 보지못해 정서적일어나는 금단현상)는
앞집 길고양이 밥 챙겨 주는걸로 채우고 있습니다.
4. 안그래도 일이 실물나있는 상황이었지만 어찌됐든 자진 퇴사가 아닌
계약만료로 퇴사하면서 그간 정평나있는 싸이코 여상사와 일하면서 기는 기대로 빨리고
최저 몸무게 갱신상태였던 지라 저는 쾌재를 불렀지요*마치 정말 헤어지고 싶은데 상대가 알아서 이별을 통보해주는 상황같이
그리고 마음껏 책읽고 커피마시고 '아무것도 안해도 되는(더이상 상사로인해 분노하거나 속상할필요없음) 자유'가
저를 기다리고 있다는것 얼마나 기쁘던지요
사람상대를 하고 반복적인 관공서 민원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보다는 이런 상사 또 만나기가 두려워
재취업욕구올라오다가도 바다 저 밑으로 가라앉네요.
그런데 의외로 퇴사당일에는 생각보다 헛헛한 마음이 컸습니다.
하기사 좋든 싫든 매일 어떤 곳을 향해가서 일을 한다는건 보통일은 아니죠
그럼에도 퇴사 당시에는 '진짜 이번 퇴사를 계기로 하고싶은일 적어도 지금 이일만은 하지않겠다'
라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결심했죠
그렇지만 이것도 한달이 지나가니 기껏 경력이리고는 이 일 뿐이라
또 비슷한 업종에 두리번거리게 됩니다.(같은 업종이라고 만만한건 절대 아니지만요)
제 자신에대한 실망감...은 참...
모르겠어요. 주변에서는 일 알아보고 있냐라고 아무생각없이 안부차 물어보고있지만
정작 저는 현실을 부정한채 무기력하네요
현실의 내 모습과 이상적인 나의 간극은 크면클수로 인생이 고달파 짐을 알면서도
왜 포기가 되지않는걸 까요...
5. 최근 임경선의 <태도에 대하여>와 더글라스 캐네디의<빅퀘스천>을 읽었어요
태도에 대하여에서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하고싶은 일'을 한다는것은
의외로 '자연스러운'일은 아니라는 지적이 있었어요
모두가 지금하는일과 하고싶은 일들 사이에서 고민하고
하고싶은 일을 이루어낸 사람들 중
'어쩌다보니 그리됐다'라는건 사실 매우 극소수라는거죠
어떻게든 '하고싶은 일'을 위해 짬을 내고 '수고로움'이 있지않다면
지금 그자리에 머무는 자신은 어찌보면 당연하다는 이야기인듯했어요
그러니깐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니 돈도 벌게됐다"라는건 거짓말이거나
정말 운과 재능이 잘 맞아떨어진 사람이거나 둘중하나라는 거죠
<빅퀘스천>은 인생에서 우리가 자주 충돌하는(적어도 저에겐 그래요)
질문들에대해 작가 본인의 경험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풀어나간 에세인데요
가장 인상적인것은 인생의 덫은 스스로 놓은것인가?와 용서에 관한 부분이었지요
작가는 딱히 해답을 내놓지는 않았어요 다만 인생의 덫은 스스로 놓는것이며
그 이유는 우리가 우리자신에 대해 잘 모르기때문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누구도 우리가 우리자신에대해 잘 안다고 확신할수도 없다는것두요
잘 알았다가도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또다른 면을 보는것이 인간이란 존재
저는 요즘 서른 중반을 바라보면서 이쯤되면 내 인생의 덫은 스스로놓은게 아니라고 하기
부끄러운 나이라는걸 깨달았어요
뭐랄까 이젠 정말 핑계될게 없는것이죠. 이건 커리어와 인간관계 모두를 이야기하는거에요
6.요즘 농담으로 이런이야기를 하죠
이번생은 망했다
정말 요즘은 이런 생각밖에 들지않아요
그런데 어떻게 이 나이에 이런걸 깨닫는것인지 어이가 없을 정도에요
작가는 저처럼 비관적으로 생각하라고 이 책을 쓴것 같지는 않지만..ㅡ.ㅡ;;
이러다가 또 취직되고 돈 벌면 쌩쌩해지려나요...
어찌됐든 사랑은 둘째치고 밥벌이는 필수니까요.
제가 지금 갑자기 제 인생에 물음표 투성이라 느끼고 있는것은
아무래도 그만한 상황이고 충분이 그런 시기이기 때문이겠죠
그래도 무모할 정도로 10대와 20대때는 삶에 이유가 명확했던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게 없어졌어요
제가 제 무덤을 파는 어떤 스스로의 속성을 깨달았다고 해도
그것을 깰 용기가 있을지의 여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2015.08.02 01:04
2015.08.03 16:35
2015.08.02 06:17
2.고양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군요 ㅠㅠ 많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것 같아서 어떻게 위로를 드려야할지도 모르겠어요.
저도 키우고 있는 고양이가 나이가 꽤 많아서, 앞으로의 일을 종종 생각해요. 한 마리를 더 키워야 하나, 하지만 지금 고양이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것 같아 엄두가 안나요. 참 이기적이지만, 제가 감당해야할 슬픔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고민해보는데... 안되겠지요, 아마.
봉쥬님 고먕이는 무지개 다리 넘어 고양이 천국에서 아픔없이 편히 놀고 있을 거에요.
5.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고 온 몸을 던져서 쫓아가던 20대를 지내고, 30대는 전혀 엉뚱한 일을 하고 있는 저로서 크게 공감이 가네요. 지금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온 몸으로 거부감이 들었는데 지금은 또 그럭저럭 해내고 있어요. 꿈은 사치였던 걸까요.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하는 것으로도 시간이 부족해서, 꿈이 존재했다는 사실도, 그 꿈의 부재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그게 그렇게 서글프지도 않네요. 가끔, 긴 인생을 살다가 그 꿈과 마주할 기회가 다시 오진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상상을 하긴 하지만요.
2015.08.03 16:39
저도 냥이 키울때 냥이 혼자 외로워보여 둘째를 항상 생각했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관두었어요. 지금 무조건 많이많이 사랑해주세요 지금도 그러시겠지만^^공감되는 댓글이라 넘 반갑(?)군요 저도 새로운일을 그간 걱정하고 거부해왔던 것과달리 월급받는 날을 손꼽으며 열심히 하는 제모습에 당혹스러웠었죠 ㅎ20대에 꿈이랍시고 씨름하던 세월은 뭔가 싶더라구요ㅎㅎ 이래서 인간은 앞일을 모른다고 말하나봐요.
2015.08.02 21:57
저와 매우 비슷한 삶을 다른곳에서 살고 있으신거 같네요.
저도 오래 같이살던 고양이가 세상을 떠난뒤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들이지 않으려 했는데 그 결심이 무너지더라구요.
그뒤 몇년이 지났는데 세상을 살면서 꽤 냉정해 졌답니다.
그리고 커리어는 아닌 사람들은 이해를 전혀 못해요. 저도 전공이라던가 사회초년생 시절과 전혀 다른일을 하는데, 그쪽일이 꽤 적성에 맞기도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난뒤 구직활동을 하게되었을때 먹고사니즘이 젤 중요하더라구요. 다음생에선 이런 경우를 전혀 이해 못하는 아닌사람이고 싶네요.
2015.08.03 16:47
2015.08.02 23:29
보낸 후에도 털은 한동안 계속 나왔어요. 발견할 때마다 눈물짓기를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흘러있고...다음달이면 3년이 되어 탈상하듯 SNS 플픽에서도 그만 내려놓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2015.08.03 16:51
2015.08.03 01:38
6. 사는 것은 사회가 교육을 통해 나를 세뇌시킨 것과 싸우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이번 생은 틀렸다.. 생각하는 것도 사회가 나를 조종하기 위해 주입한 생각들(돈, 직장, 인간관계 등등...)을 기준으로 나를 거기에 맞추려고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나 역시 다른 사람을 무의식중에 그 기준에 맞춰 생각하고요. 남을 그렇게 생각하는 것부터 고쳐야할 것 같아요. 물론 동시에 나를 그렇게 보는 것도 고쳐야하겠죠.
죽어서 누가 줄세우는 것도 아닌데 나를 계속 평가하고 괴롭히는 것에 회의가 들더라고요. 커리어와 인간관계 얘기를 하는 것은 좋지만 그게 사회 기준에 안맞다고 해서 부끄러워하는게 부끄러운 겁니다.
사회는 부끄러워해야한다고 계속 내게 말하죠. 하지만 아니예요. 내 주변 사람들이 다 그렇게 말해도 아닙니다.
저도 아직 싸우는 중입니다. 나 자신과 또 나를 그렇게 만드는 사회와...
5. 즐거운 일을 계속 하다보니 돈도 벌게 된 그 누군가는 일을 계속 하는 과정과 돈을 벌게 된 순간부터 돈을 많이 벌게 된 순간까지의 모든 것을 다 생략한 겁니다. 이 또한 사회가 나를 세뇌시키는 겁니다.
즐거운 일을 계속 하다보면 즐거운 줄 알았던 일도 즐겁지 않을 때가 있거나 돈을 주는 사람들이 내가 즐겁게 일하는 방식을 싫어하고요. 뭐 그런 여러 일들이 있는 거죠. 그러니 '취미로 돈을 버는' 사람들을 너무 이상화하지는 마세요.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 청소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음식물 쓰레기통도 항상 깨끗이 닦아 놓으십니다. 저는 그 일이 굉장히 감동적이거나 혹은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하는데 직업을 다시 생각하곤 합니다.
그분들을 담담하게 바라보고 존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현실은 '왜 더 자주, 더 깨끗하게 닦아놓지 않느냐' 혹은 '공부안하면 저렇게 된다'는 아파트 주민 투성이지요.
2015.08.03 16:58
길지도 않은데 쭉 내려서 중간 쯤 부터 착실히 읽다 꺼꾸로 올리면서 다 잘 읽었습니다.
저도 푸념을 하자면 이번 생의 각본을 화내며 기어들어가 슬퍼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몇번을 산 어떤 이가 썼는지 생의 이치에 맞게 잘 썼겠지요,다음에 또 만나서 다음 생을 써준다면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려 합니다만.